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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을 '정치 채무자'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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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을 '정치 채무자'로 만들자" [기고] 재벌-정치검찰에 통쾌한 보복을!
이번 총선과 관련해 언론이 정의당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노회찬의 지역구 선택과 김종대의 비례후보 출마 여부였다. 언론이 이 부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여의도 진출이 가져다 줄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종대는 '안보 장사'에 능하지만 정작 안보에는 무능한 자들에게는 '치명적 무기'다. 이는 군산복합체를 포함 한국 보수파들의 정치적 핵심 토대에 금을 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각별하다. 이 글에서는 노회찬의 당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겠다.

노회찬은 창원 성산을 선택했다. 민주노총 후보 단일화 등의 과정이 남아 있는데, 나는 노회찬이 야권의 최종 단일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해서 국회에 다시 입성하기를 바란다. 정의당 창원 조직과 지역 노동계 인사 등이 노회찬을 불렀고, 노회찬은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부름에 응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노회찬은 이제 야권 후보들과 경쟁하고 새누리당 후보와 싸우겠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는 그런 현상을 넘어선 곳에 있다.

노회찬은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 가운데에서도 최강자인 재벌(게다가 삼성이다), 권력의 충견이자 스스로 '권력'이 된 정치 검찰의 동맹군이 쫓아낸 사람이다. 사법부의 강력한 조력이 있었다. 쫓겨난 이유는 잘 알다시피 삼성과 검찰의 유착-결탁 관계가 고스란히 담긴 'X파일'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노회찬은 의원 시절 국회에서 재벌에게 '떡값'을 받아먹은 전현직 검찰 고위층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로 알려졌다.

노회찬이 우리 사회에 고발한 것은 재벌이나 검찰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들의 불법 행위였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 일부 유죄 판결이 나왔다. 그래서 결국 의원직을 빼앗겼다. 대법원 판결 내용을 쉽게 요약하면, 보도 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린 것은 무죄이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건 유죄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검찰 결탁 사실을 폭로한 것은 '공익적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경국대전>과 관습 헌법을 인용하는 대법원다운 판결이었다.

노회찬의 말이다. "삼성을 필두로 정치권과 언론계, 검찰의 검은 유착관계를 파악하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8월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떡값검사 7인의 실명이 담긴 이학수-홍석현의 대화내용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노회찬과 삼성 X파일 :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운 7년의 기록>(이매진)) 유권자로부터 위임된 직무에 충실했다고 쫓겨난 셈이다. 노회찬이 쫓겨난 이유는 그가 다시 국회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와 같은 까닭이다.

창원 지역의 노동자를 비롯한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와 노회찬 중에 선택할 상황이 맞닥뜨린다면, 그때의 선택은 지역 대표를 뽑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창원 성산 지역 유권자들이 노회찬을 찍는 것은 '일타사피'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한다.

우선 재벌과 정치 검찰, 타락한 사법부를 향해 강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과 세습되는 금권에게 카운터 블로우를 날리는 것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구의 이 괴물 발바닥에 튼실한 가시를 하나 깊숙이 박았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서민들을 밟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던 그 괴물들은 더 이상 그렇게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믿을만한 정치인이 노회찬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삼성과 권력(검찰)이 죽인 노회찬을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부활시키는 것보다 노회찬에게 더 힘을 주는 것은 없다. 노회찬이 재벌에게 해 줄 말은 아마도 이런 것 아닐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같이 죽자는 게 아니라, 같이 살자는 얘기다.

둘째, 노회찬에게 표를 주는 것은 채권자가 되는 셈인데, 표를 얻은 채무자 노회찬은 빚을 갚는 데 신용도가 아주 높은 정치인이다. 원금 이상의 돈을 돌려줄 것이다. 이건 나의 기대가 아니라, 그의 과거가 말해주는 객관적 '신용 평가'다. 살아온 길을 보면 살아갈 길을 예상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떼먹지 않고 원금의 수십 배 되돌려 주는 채무자가 있다는 것은 채권자인 유권자에게는 '물실호기' 아니겠는가?

노회찬이 돌려줄 이자에는 재벌 횡포 차단, 정치 검찰 개혁, 쉬운 해고 저지 등의 항목이 있다. 물론 지역 정치 활성화와 함께, 공공 병원 폐쇄·의무급식 중단 등 '놀부 도지사'가 된 홍준표 가르치기도 포함된다. 이런 걸 두고 우리는 '대박'이라고 말한다(노회찬의 첫 입법 공약은 '정리해고 제한법'과 '홍준표 방지법'이다).

셋째, 노회찬은 '수조 속의 새끼 상어'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수조에 활어를 실어 나를 때 새끼 상어를 같이 넣어 주면 활어들이 긴장을 풀지 못해 목적지까지 죽지 않고 싱싱하게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활어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두 개의 진보를 필요로 한다. 진보(進步)와 '진짜 보수'(眞保)다.

새누리당의 주요 거점 지역에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의 당선은, 권력자를 향해선 24시간 긴장 속에 깨어 있지만, 시민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무시하는 활어(새누리당 의원들)들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노회찬이 최적격이다. 수구, 극우로 '변침' 중인 박근혜 정권에게 제대로 된 보수가 될 수 있도록 자극을 줄 수 있다. 물론 새누리당은 지금 진짜 보수 유승민도 내치는 파당이 돼 버려서 쉽진 않을 것이다.

넷째, 덜 공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절실한 것 하나 덧붙인다. 노회찬이 나온 지역은 과거 권영길을 두 번 당선시켜 준 곳이다. 지금 권영길이 앓고 있다. 병원에서는 그의 기가 다 빠졌다고 말했다. 걸어 다니는 진보정치였던 그의 기쁨과 회한의 오랜 시간이 지금 그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평가와는 별도로 그는 한국 진보정치 운동의 아이콘이다. 노회찬이 당선되면 그가 건강해질 것 같다는 나의 상상은 어쩌면 진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노회찬은 "가장 창원적인 것이 가장 전국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창원만 잘 사는 대한민국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는 창원이 잘 살면서, 경남이 살고,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사는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다. 창원 성산의 유권자들이 노회찬을 한국 정치계의 '최대 채무자'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사려 깊은 채권자가 되시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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