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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그리고 강정의 눈물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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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그리고 강정의 눈물 9년

[해군기지 준공]①2007년 유치결정 이후 갈등 지속

2007년 6월 국방부와 제주도의 협의에 따라 강정이 제주해군기지 건설부지로 확정된 이후 9년이 흘렀다. 국방부는 2010년 1월 항만공사를 시작해 6년만인 오는 2월26일 준공식을 연다. 지금도 강정마을에는 노란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붕괴됐고 주민들은 전과자로 전락했다. 콘크리트로 메워진 강정해안은 본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 <제주의소리>가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에 맞춰 세 차례에 걸쳐 해군기지의 건설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제주해군기지 건설 그리고 강정의 눈물 9년
②반쪽짜리 민군복합항, 진척없는 갈등 해결
③비끗한 원희룡식 진상조사, 출구는 어디에?

제주해군기지는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3년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양해군'을 내걸어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당초 국방부는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지으려 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대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강정마을과 위미리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역시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민선4기 김태환 도정이 들어선 2007년 4월2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는 주민 86명이 참석하는 임시총회를 열고 느닷없이 해군기지 유치를 선언했다. 당시 마을회장은 윤태정씨였다.

제주도는 그해 5월 건설지역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후보지 3곳 중 강정의 찬성률이 56.0%로 가장 높았다.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6월8일 강정마을에 선정을 통보했다.

▲ 제주해군기지공사 과정에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수백여명이 연행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제주해군기지공사 과정에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수백여명이 연행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후폭풍은 거셌다. 마을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강정마을회는 2007년 8월11일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윤태정 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강동균씨를 신임 마을회장으로 선출했다.

강정마을회는 본격적인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눠지며 공동체는 무참히 파괴됐다.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을 줄줄이 형사처벌에 받았다.

군사기지에 대한 반대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2008년 9월11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4월에는 해군기지에 최대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을 만들겠다며 제주도-국방부-국토부 3자간 협약서를 체결했다.

시민단체는 이에 맞서 주민소환운동본부를 구성하고 2009년 8월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진행했다. 반면 투표율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 국방부는 2012년 3월7일 첫 구럼비 발파를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해안가를 대부분 폭파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국방부는 2012년 3월7일 첫 구럼비 발파를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해안가를 대부분 폭파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집권여당 여세를 몰아 2009년 12월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절대보전지역 변경 및 환경영향평가 협의 안건을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듬해인 2010년 1월 해군기지 해상 공사에 착수했다. 2015년 7월1일에는 민선5기 우근민 도정이 들어서며 '윈윈'을 통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약속했지만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해군은 2011년 9월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마을주민과 강정활동가 수십여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2012년 3월7일 해군은 강정마을의 성지로 여겨졌던 구럼비 해안에 화약을 설치하고 발파를 시작했다. 반대측 주민들이 공사차량을 막아서며 하루종일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그해 7월5일 대법원이 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에 더욱 속도를 냈다. 1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차질없는 해군기지 공사'를 피력했다.

반대측 주민들과 강정활동가들은 해군기지 앞에 천막을 설치해 반대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5월에는 서귀포시가 반대측 천막 2동을 강제철거하며 물리적 충돌이 다시 일어났다.

2014년 해군이 해군기지 사업부지 밖 강정마을에 해군관사(아파트) 건설에 나서자 반대측은 다시 농성천막을 설치해 공사차량 진출입을 막았다.

국방부는 2015년 1월31일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내세우며 반대측 농성천막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섰다. 주민들은 10m 높이의 망루를 만들어 쇠사슬에 몸을 감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 2013년 5월10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앞 농성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서자 당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쇠사실을 목에 메고 격렬히 저항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국방부는 강정마을회가 해군관사 공사장 앞 농성천막을 강제철거하기 위해 2015년 1월31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강정마을회는 10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격렬히 저항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해군기지 해상공사를 맡은 시공사들은 해군기지 반대측의 집회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2015년 한해 삼성물산이 360억원, 대림산업이 231억원의 배상금을 해군측에 청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배상금에 대해 해군기지 반대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구상권 행사 범위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 사이 해군은 공정률을 높여갔다. 2015년 9월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10월까지 구축함과 초계함, 상륙함 등 해군군함 22척을 차례로 제주해군기지로 보내 부두 계류 시험을 마쳤다.

2015년 12월1일에는 제주해군기지 내 지원부대인 제주기지전대를 창설했다. 12월22일에는 부산과 진해에 분산된 제71기동전대와 제72기동전대를 포함한 제7기동전단이 이전했다.

제7기동전단은 7600t급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문무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 등 6척의 함정을 보유해 독립작전이 가능한 통합전투 부대다.

209급 잠수함을 보유한 제93잠수함전대까지 제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제주해군기지는 4개 전대에서 함정인력 2500여명과 육상 600여명 등 4000여명의 군인들이 이전하게 된다.

국방부는 2010년 1월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2016년 2월까지 6년간 총사업비 1조765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 했다. 2월26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준공식을 연다.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에 맞춰 이날 서귀포시 강정동 충혼비역 일대에서 '강정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열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강정마을회는 "평화는 결코 힘으로만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 준공과 무관하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평화의 길을 호소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강정마을회는 2016년 2월26일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이 열리는 날. 해군기지 앞 충혼비역 일대에서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열고 끝없이 평화의 길을 호소하기로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강정마을회는 2016년 2월26일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이 열리는 날. 해군기지 앞 충혼비역 일대에서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열고 끝없이 평화의 길을 호소하기로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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