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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의 낭만? 편견의 대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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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시원의 낭만? 편견의 대상이 되다 [건축신문] 주거비에 짓눌린 청년세대

청년정책은 일자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청년주거 역시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젊은 층에 다양한 형태의 주거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은 이리저리 꼬인 사회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사례나 장기적인 전망은 부족하다. 현실의 벽 또한 높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과 SH공사의 서종균 사무처장이 만나 청년주거 문제의 현황부터 대안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주거 정책의 실상

임경지 :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진짜 어렵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젊을 때 누구나 잠깐 겪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주거 사다리'라는, 20대에는 다소 좁고 안 좋은 곳에 월세로 살다가, 직장을 구하면 전세로, 결혼하면 대출을 받아 매매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요즘 애들이라 유약하다고 말하는 분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기성세대도 젊을 때 경험한 바지만, 지금의 청년은 평생 월세로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전반적으로 주거빈곤과 불안정성이 응축된 문제가 아닌가 한다. 한 번은 50대 기성세대가 '나는 고시원에 살던 20대가 가장 낭만적인 시절이었다'며 '지금 20대는 왜 앓는 소리를 하느냐'고 했다.

서종균 : 20대라서 낭만적이었던 거지, 고시원이라서 낭만적이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임경지 : 그분의 생각도 알 것 같다. 시골에서 가족들과 복닥복닥 지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처음으로 자기 공간을 갖게 됐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더 나은 직장을 꿈꿨던 삶은 분명 낭만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취업하면, 집도 살 수 있는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청년세대의 주거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월세로 사는 이들의 과(過)부담 문제를, 곧 청년주거 문제로 이해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시절만 견디면 된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서종균 : 사지 멀쩡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문제는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민달팽이유니온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새롭게 주거취약층으로 대두된 청년들의 연대로,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 개선을 실천해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 등을 위한 활동을 한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 노인빈곤 문제도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권리는 그냥 권리로서 존재하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왜 의무를 다하지 않느냐'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을 종종 본다. 권리는 의무에 대한 대가가 아닌데…. 청년에게 저렴한 주거공간을 주면 근로의욕이 떨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주거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것이다.

서종균 : 편견에 도전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사회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인 것 같다. 그것이 권리가 키워가는 길이기도 하다. 청년이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임경지 : 청년주거 문제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처음에는 관련 통계 자료를 열심히 모아가며 논리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오히려 잘 통하지 않더라. 계속해서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게 차라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방식이 한국형 복지국가의 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무척 슬프다. 권리를 주장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이유다.

서종균 : 어떤 논리로 말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스스로가 '나는 불쌍한 사람이니 도와주세요'라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자원을 배분할 때 이런 방식이 단순하게 이용되고 있다. 고시원 생활 자체가 어렵다는 호소도 가능하지만 고시원 생활이 인간의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고 자기실현 기회를 어떻게 박탈하는 지를 알리는 게 되면, 사회적으로 정당한 주장이 된다. 그리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진짜 불쌍한 것에 무언가 제공해야 한다'를 우선한다. 또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냥 이전투구를 하는 것 같다. 같은 사례지만 전혀 다른 접근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권리 주장에 대한 내용과 접근 방법도 달라야 한다.

임경지 : 맞다. 한국 사회는 청년 문제, 청년주거 문제 외에도 일반주거 문제조차 한 번도 어떻게 다루자고 합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철거민 임대주택 이주 방식이 정부의 해결법 중 하나였는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진단이나 합의 과정 없이 늘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청년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청년정책도 한정된 자원을 불쌍한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취약계층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맥락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기존 청년정책은 대부분 일자리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신용과 주거 등 다른 문제가 얽힌데다 '금수저/흙수저'라는 유행어처럼 자산불평등의 가속화로 세대 간 불평등이 대두했다. 서울시는 패키지 정책을 만들어 청년문제를 일자리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수당'이라는 명칭은 언론이 붙였다), 스펙을 쌓을 수 있게 1인당 5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다소 엉성한 정책이지만,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과정보다 '청년수당' 정책에 매년 90억 원 든다는 사실만 부각했다. SH와 주택정책과를 괴롭히면서 주거 예산 5000억 원 중 2500억 원을 겨우 확보했다.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중요 쟁점이 될 줄 알았는데,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 변화와 거버넌스의 책무

서종균 : 이야기를 들으니 기성세대로 반성하게 된다. 청년주거 문제가 이야기되기 시작했을 때 청년세대의 고시원 생활이 안타깝긴 했지만,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보기보다는 자원 배분의 맥락에서 '어떻게 하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맞게 나눌 수 있을까?' 정도로만 고민했다. 기성세대가 이를 삐뚤게 보기 시작하면, '노인은 정치적으로 힘이 없어 말하지 못하는데 청년들은 하네'가 된다. 대학생들은 스스로 단체를 조직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에서 소외된 집단은 자원 배분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적다. 그래서 노인층을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게 균형에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과 결혼 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들을 위한 정책과 평생 월세를 내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 세대의 주택 문제는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다른 논리가 필요한 시대다. 정책 결정자나 연구자들이 무감각했거나 게을렀던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가진 떡을 나누는 정도로 생각한 사람들에게 달라진 사회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게 옳은가를 고민하면 좋은데, 정치인 사이에서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편견과, '그건 틀렸어'라는 식의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논의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1월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 무산 시도에 정치소송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 청년정책을 독립적인 정책 분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정책이나 노인정책과 동등하게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법적 지위도 경제적 지위도 아닌, 정치적 지위인 '청년'에게 계속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이게 바로 청년운동의 몫이기도 하다. 과업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또 어떤 청년인지 계속 고민하고 증명해야한다. 청년 문제에 있어 부유한 청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을 정책 대상자로 본다면, 누구를 '청년'으로 정의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이 세대주인 1인 가구 중에서도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을 수 없는 '흙수저'를 정책 대상자로 한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과정 끝에 독립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하길, 한국 사회는 아직 청년주거 문제 및 정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서종균 : 예전에 주거와 관련해 인권을 이야기할 때 차별받거나 배제당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속제도를 비롯한 여러 법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차별당한 사례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만, 과거와 현재 사례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정책 제안도 마찬가지다.

임경지 : 청년주거 문제뿐 아니라, '사회주택(Social housing)'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가 이를 선도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하다. 민달팽이유니온이 2013년 처음으로 사회주택을 번역해서 사용할 때만 해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내부에서도 과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말인가를 두고 이견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조례를 만들면서 일상용어와 행정용어로 굳어졌다. 행정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청년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거버넌스를 뚫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민단체가 문제 제기만 하면 되지, 정당도 아니면서 잣대를 엄밀하게 들이대는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 있다. 이미 사회가 다수자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다수가 만들어 놓은 통계와 언어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언어'를 획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서종균 : 그건 정치지형을 탓하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정치지형이라는 것은 우리가 헤엄치는 물과 같다. 물에서는 헤엄을 쳐야 하고 땅에서는 걸어야 하듯, 정치지형 안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판단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권력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전략을 짜느냐가 중요하다. 틈새, 즉 기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대 간 갈등과 지역 간 폐쇄성

임경지 :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이다. 무엇보다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한 갈등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르는 것도 현상 중 하나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꼰대'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상대를 적대적으로만 바라보는 갈등은 아닌 것 같다. 하나의 세대에 굉장한 비균질이 있는데, 그 결을 무시한 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어쨌든 저도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여기서도 잘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담집이라도 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1인 가구에 시민권 부여하기'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마련한 적이 있다. 노인에 대한 편견에 공공주택 또는 발달장애인 직업학교와 같은 특수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면 항상 난관에 봉착한다. 서울시교육청과 비슷한 논리인데, '장애인이 싫은 건 아니지만 이 지역에 들어오는 건 싫다'라는 입장. 임대주택도 문제도 비슷하다. '청년/노인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 지역에 그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은 싫다.' 비논리적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화두인데,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역사회는 굉장히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이기 때문에 젊은 여성이 시민으로 존중받으며 활동하려면 일상적인 성폭력을 감수해야 한다"고. 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민들에게 맞추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양보하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약한 사람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고.

서종균 : 공청회 등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갈등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이를 해소할 장소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잘 찾으면 된다.

임경지 : 주거기본법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명시되어 있다. 주거정책 심의위원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5조 1항 첫 번째는 전문가, 두 번째는 경험과 학식이 풍부한 자다. 재미있지 않나? 경험이 풍부한 자와 학식이 풍부한 자만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 예를 들면 'LH 대학생 전세임대'처럼 경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주거기본법 시행 이후, 공공주택 수립 과정에서 이상적인 모델이 무엇인지 현장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말한 대로, 공청회가 그들에게는 속 풀이 장이 될 수도 있을 테고.

서종균 : 갈등이나 대립을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공청회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마주한 채 조율하라는 것인데, 즉 싸우라는 것인데 반복되다 보면 논점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린다. 에너지가 싸우는 것에만 집중되기 때문인데, 해결법은 뒷전이 된다. 임대주택 문제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 등 앞으로도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텐데, 슬기로운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소모적인 공청회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 민달팽이유니온은 2014년 말 여야 합의로 설치한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가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종료된 것에 문제제기를 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과제

서종균 : SH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임대주택 공급 물량 목표가 있어, 달성하지 못하면 계속 공격을 받는다. 요즘은 작은 것 하나를 짓더라도 주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보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를 받아 타협책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막상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항상 현장에서 조금씩 바꿔가며 임시방편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문제는 서울시와 국토부, SH 모두 남의 탓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주거정책 중에서 현실적으로 임대주택만큼 좋은 게 없다. 그렇다면 이를 보호하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공급량만 늘리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다 주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임경지 : 재원 부족과 주민 갈등, 원래 심각한 문제인가?

서종균 : 재원 부족은 사실 재무상 결함이다.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임대주택을 짓지는 않는다. 우리는 제도를 설계할 때 임대사업자가 특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적자를 예상해 지으라는 말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 수록적자인데다가 유지관리 비용도 갈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현실적으로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에는 돈이 덜 드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한 목표가 있었지만, 가능하지는 않았다. 청년의 주거만 한정하면, 재정이나 자원 부족보다는 배분이 더 큰 문제다. 지금까지는 가족 중심, 즉 가구 단위를 기준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그런데 청년을 대상으로, 즉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변화는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물량이 적다. 청년주거 문제는 갈수록 커지는데, 투입 가능한 자원은 너무 적다. 제약 요소가 산재해 있다. 그나마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원룸형으로 만들었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임대주택 안에 공유주택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SH는 아직 이 개념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장의 사회주택 개입

임경지 : 임대주택만으로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무언가를 개선할 때는 기존 방식을 모델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는 게 더 쉽다. 그런 점에서 '행복주택'이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공공주택 확충과 행복주택 개선은 다르다. 행복주택도 개선점이 많지만, 취업준비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도 입주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임대료 기준이 시세인데, 도심의 높은 주택 가격을 임대료로 정하는 게 맞을까? 행복주택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면, 시세에 따른 임대료는 왜곡될 수 있다. 구로구와 금천구 행복주택의 시세를 결정하는데, 여의도가 포함되면서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 입주자의 소득에 맞게 지역을 결정해 지속 가능한 모델을 개발할 수 없을까? 공공주택을 지을 때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다시 살펴야 한다. SH가 재정 부담으로 청년에게 필요한 임대주택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민간 시장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서종균 :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정상화되는 게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구조만 갖춰진다면, LH나 SH 대신 민간이 해도 된다. 당장 적자 사업인데다가 계속 돈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공기업밖에 없다. 민간기업의 적자를 보조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책이 올바르면, 민간기업과 경쟁을 하게 될 테고…. 그런데 무턱대고 '(임대주택을 건설할) 땅을 싸게 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를 자꾸 키우는 느낌이라, 방향을 제대로 잡고 싶은 욕심이 있다.

▲ 달팽이집 2호 내외부.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 사회주택협회도 '왜 땅을 (시세보다) 싸게 내줘야 하느냐?'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연 민간기업이 공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 지을까? '땅을 싸게 공급하니까'라는 것 외에 차이가 없다면, 과연 질문과 대답이 지속가능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달팽이유니온만 놓고 보면, 좋은 민간 사업자가 될 것인가, 임대 사업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주택 공급이 가능한 모델 개척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좋은 민간 사업자는 될 수 없다. 우리 영역이 아니다'라는 시각이 있는데, 좋은 민간 사업자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럼 대형 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당연히 해야 한다. 여기서 '좋은'은 착한 것이 아니라, 저렴하게 지속 가능한 공급을 할 수 있느냐는 의미다. 하지만 사실은 답이 없다. 토지 임대형 사회주택에 대한 우려와 같은 이유다. 물론 싸게 공급받으면 좋지만, 굉장히 논쟁적인 요소다. 일각에서 '사회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거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쫓기지 않는 것, 그건 제도적으로 임대 기간 갱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갱신권이 세입자에게 있다는 점을 제도화해야 한다.

서종균 : 사회주택을 짓는 주체가 있는 것은 좋지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멀리 내다봐야 한다. 급한 마음에 '한두 개라도 사례를 만들면, 확산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지금은 사례를 만들기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다.

임경지 : 개인적으로는 사회주택 확산에 한 개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몇몇 희생이 없는 이상, 이 정도의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제도의 틈새도 있겠지만….

서종균 : 흔히 어떤 일을 고민하다 보면,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넓은 틀에서 보기도 하고 분석적으로 보다 보면, 시행착오를 거치며 대안을 찾거나 다른 것을 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사업에 매몰되면, 다른 걸 볼 기회가 줄어든다. 어떻게 보면, 상황이 열악하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도 턱없이 부족하고. 사실 우리 사회에서 뭔가를 새롭게 생각할 집단을 찾기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주거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에 더 기대하게 된다. 청년주거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고시원이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청년이 많을 뿐 아니라, 기본 생활환경 자체가 너무 열악하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고. 자녀세대 중 상당수가 열악한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런 고민이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존 정책도 지금보다 유연하게 바뀔 수 있을 테고…. 청년주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바우처를 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애타는 마음이 없으면 우리가 가진 수단이 당장 무슨 기능을 하는지도 모른 채 나서게 된다. 청년들이 창이 없는 고시원 방에서 3,4년 정도 살면 미칠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현장을 더 자주 나가야 한다. 청년 문제를 편견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실과 현상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사회주택'이란 시가 토지를 매입해 주택협동조합 등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이상 임대하고, 사업자는 해당 토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저소득층에게 시세의 80% 이내 임대료만 받고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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