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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쿵푸 판다> 싫어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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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쿵푸 판다> 싫어하는 이유는?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 문화] 잘못 불려진 ‘판다’의 중국어 이름
중국이 선물한 판다 한 쌍이 한국에 도착했다. 아이바오(愛寶)와 러바오(樂寶)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암수 한 쌍이다. 판다는 동글동글한 얼굴, 까만 눈자위, 오동통한 몸매, 마치 색깔을 맞춰 옷을 차려입은 듯한 흑백의 조화에다 동작마다 귀여운 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다.

판다는 키가 1.2~1.8미터에 이르고 체중은 80~120킬로그램, 많게는 180킬로그램까지 나간다. 꼬리 길이는 10센티미터 안팎이다. 길어야 20년 정도를 산다. 덩치가 커서 맹수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성격은 매우 온순해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원래는 육식 동물이었지만, 오랜 진화 과정에서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게 되었다.

판다에 관한 중국의 기록은 2000년 전 전국 시대 말기 또는 한(漢) 왕조 초기에 편찬된 당시 어휘 사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인 <이아(爾雅)>에서도 발견된다. 당시는 판다를 '맥(貘)'이라 불렀는데, 이 책에 "맥은 몸 색이 검은 얼룩으로 대나무를 먹는다(貘體色黑駁, 食竹)"는 기록이 있다. 고대 정원에서 판다를 길렀다는 기록도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인이 관심을 가진 동물이었던 것이다.

판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부터이다. 희귀 동물에 관심이 많던 한 프랑스 선교사가 판다의 서식지인 쓰촨(四川) 지방을 조사하던 중 민가에서 판다를 발견했다. 그 뒤 현지 사냥꾼들을 동원하여 판다 사냥에 나섰고, 사로잡은 판다를 데려가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죽이고 말았다. 그 뒤 생포한 한 마리를 프랑스로 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아 죽고 말았다. 이후 죽은 판다의 가죽을 벗겨 파리 박물관에 전시함으로써 그 존재가 세계에 알려졌다.

중국어로는 판다를 '슝마오(熊猫)' 또는 '따슝마오(大熊猫)'라고 부른다. '따슝마오', 즉 '큰 판다'라는 말은 '작은 판다'인 '샤오슝마오(小熊猫)'와 구별하기 위해서 쓴다. 우리가 흔히 판다라고 알고 있는 동물은 '따슝마오'다. '샤오슝마오'는 너구리처럼 호리호리한 갈색 몸에 긴 꼬리를 가진 동물로 귀여운 판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슝마오'라는 이름은 곰(熊)같기도 하고 고양이(猫) 같기도 한 생김새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슝마오'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곰 같은 고양이'란 뜻이다. 하지만 원래는 '슝마오'가 아니라 '마오슝(猫熊)'이었다. '고양이 같은 곰'이란 이름이었던 것이다. 글자 풀이만 놓고 본다면 다시 생각해봐도 '슝마오'보다는 '마오슝'이 어울린다.

1939년 중국 충칭(重慶)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 표본을 전시했다. 당시에도 단연 '슝마오'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동물원에서는 판다의 이름을 '마오슝'이라고 표시했다. 그런데 당시는 한자를 쓰는 관습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세로 쓰기 방식에서 서양 방식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가로 쓰기 방식으로 변하고 있던 참이었다.

동물원 측은 새로운 방식에 맞춰 '마오슝'이라고 가로쓰기로 전시를 했으나, 옛날 방식에 익숙해 있던 관람객들은 이를 '슝마오'로 읽었다. 그렇게 한두 사람의 입에서 널리 퍼져 나간 이름이 '슝마오'로 정착됐다. 그래서 '고양이 같은 곰'은 돌이킬 수 없이 '곰 같은 고양이'가 되고 만 것이다.

슝마오는 중국의 '국보'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2000마리 정도 밖에 살고 있지 않아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돼 있다. 2012년에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 위기 목록에 올랐는가 하면, 중국 '국가중점보호야생동물목록'에도 1급 동물로 올라 있다. 슝마오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런 까닭에 세계적으로 매우 귀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슝마오를 해외에 선물함으로써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슝마오를 선물한 국가를 방문하는 중국 국가주석은 반드시 슝마오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는 불문율도 있다. 세간에는 슝마오를 죽이면 사형에 처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경우 중국 법은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국보 슝마오를 캐릭터로 삼아 미국 드림웍스가 <쿵푸 판다> 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자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더구나 이 애니메이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출시됐다. 중국의 무술인 '쿵푸'와 중국의 상징인 '판다'를 활용하여 미국 영화사가 세계적으로 돈벌이에 나섰으니 중국인의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판다, 슝마오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중국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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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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