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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사라진 시진핑, 중국 초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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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사라진 시진핑, 중국 초조하나?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2016 중국 양회(兩會) 관전포인트
매년 전년도의 국정을 결산하고 새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밝히는 중국의 양회가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양회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상 최고의 권력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와 이 기구의 전신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제헌국회의 역할을 했던 국정 최고 자문 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를 일컫는 말이다.

3일부터 개막된 전국정협은 주로 민생 관련 의제를 개발해 당과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는 곳이다. 주로 취업이나, 의료, 교육, 보건, 주택, 환경 문제 등 민생 직결 사안을 주로 논의한다. 특히 이번 정협 업무 보고에서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은 대만(타이완) 대선에서 승리해 5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에게 손중산 선생 150주년 탄생일을 맞이하여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해 함께 매진하자고 주문하며 '독립 행위 불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5일 개막된 전국인대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을 추인해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입안하는 한계는 있지만, 한 해 중국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등 국정 제반 분야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예산을 심의 확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내용들은 전국인대에서 내정을 통괄하는 국무원 총리가 발표하는 정부공작보고(시정 업무 보고)를 통해 제시된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중국 경제 경착륙설이 불거진 가운데 열려 향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더욱 관심이 쏠렸고, 제13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의 원년으로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끌었다.

또 올해는 시진핑 체제 집권 4년차를 맞이하여 부정부패 일소 운동을 통해 정치권을 정비한 후 소위 '시진핑식 통치'가 본격 구동되는 해로 내년(2017년) 말 열리는 제19차 전국공산당 대표대회의 핵심 인사 배치와 관련해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회의 개막 직전 관영 매체들이 시진핑 주석을 영도의 '중심'에서 '핵심'으로 지칭해 그의 '일인 체제'가 더욱 공고화됐음을 알려 의미가 배가됐다.

정부 업무 보고에 무엇이 담겼나?

이번 양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 업무 보고에 나타난 여러 현상을 보면 몇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이 눈에 띤다.

기본적으로는 예산 보고 및 심의, 경제 성장 목표의 설정, 경제 구조 조정과 경제 안정화 정책 등이 발표됐다. 이는 중국 국내 분야 정책 방향 설정에 관계되는 중요 사안이지만, 대외적으로도 침체기에 있는 글로벌 시장과 해외 협력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와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정부 업무 보고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작년(2015년) 말 열린 제18차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18기 5중전회)와 중앙경제공작회의의 핵심 사안들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률 목표를 6.5~7%로 구간을 설정하여 발표했는데, 이는 각종 다양한 불확실 요인 때문에 특정 수치를 제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자신감을 잃은 면도 있겠지만, 현 중국 정부의 국가 목표인 2020년 전면적인 소강(小康, 중진국 정도의 생활수준을 말함. 현재의 개념으로는 일인당 GDP 1만2000달러 수준으로 추정) 사회 진입에 대해 역산을 한 결과로 보인다. 더불어 수출 증가치와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향후 내수 시장 확대에 더욱 중점을 둘 것임을 함의하고 있다.

이번 정부 업무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처음으로 7% 이하인 6.9% 성장에 그쳤지만, 13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서비스업의 GDP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었으며, 국민 평균 가처분 소득 성장률이 7.4%를 기록했다. 작년 말 끝난 12차 5개년 규획 기간의 성장률은 7.8%에 달해 당시 제시한 7~7.5%를 넘었다.

문제는 향후에는 이런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2014년부터 중속 성장 시대의 진입을 예고한 신창타이(新常態)를 공식화하고 안정적인 중속 성장 담보를 위해 구조 조정과 이를 통한 유효 수요 개발에 초점을 맞춘 소위 '공급 측 개혁'의 전면 실시를 선언했다.

공급 측 개혁이란 정부가 나서서 과잉 설비의 정리, 좀비 기업의 퇴출, 국유 영역에 대한 민간기업의 진입 등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정책이다. 개혁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사회주의 정권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또 적극적인 빈곤 퇴치 사업의 전개, 부동산 버블 제거, 금융 시스템 재편 등과 더불어 핵심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국제적 경계선으로 일컫는 GDP 대비 3% 적자 예산을 편성해 유사시 경기 부양에도 관심을 가질 것임을 천명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탄소 경제의 확고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최근 미국과의 군사적 갈등이 증폭됨에 따라 관심을 끌었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6% 증가에 그쳐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주변국의 군비 확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중국 정치 경제의 중요한 축인 동북 지역 진흥 계획과 관련해 예년과 달리 대북 협력 부분이 빠지자 본격적으로 북한을 배제하는 신호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다. 북한의 핵 실험 등과 관련이 있음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구체적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대형 사업이 부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침울함, 일인 체제의 무게감 때문인가?

다른 하나는 시진핑 일인 체제 확립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강력한 부정부패 운동을 전개해 기존 세력을 정리한 시진핑 체제는 이번 양회 기간에도 사정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랴오닝 성 당서기를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현 전국인민대표대회 과학교육문화위생 위원회 왕민(王珉) 부주임이 현재 내사를 받고 있다고 밝혀 올해도 사정 정국이 지속될 것임을 알렸다.

그렇지 않아도 지속되는 사정 정국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일부 관료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일을 벌이지 않으면 감사에 노출될 일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래된 지난 과오도 들춰내 처벌하는 소위 '과거 과오 처벌(回頭看)' 방식도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하는 관료들에게 영향을 끼쳐 효율적 업무 처리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또 양회 개막을 앞두고 CCTV, 신화사, 인민일보 등 3대 관영 언론을 방문해 언론 매체의 당에 대한 '충성 서약'을 받아 언론 매체도 줄을 세웠다. 올 1월 각 지방에서 열린 지방인대를 통해 자신의 핵심 인맥들에 대한 지방 배치를 완료하고, 기존 7대군구 체제를 5대전구(戰區)로 재편하는 군 개혁을 통해 군을 완전히 장악한데 이어 언론까지 일인 체제로 복속시킨 것이다. 중국의 트럼프라 불리며 3700만 팔로를 거느린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은 "언론이 인민의 이익을 대변해야지 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가 엄벌을 받을 곤경에 처해 있다.

사실 시진핑은 사실을 말하는 것(講眞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전개되자 인민일보 해외판은 "당원이라면 당의 정치 기율과 정치 규범을 지키면서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해야 하며 당의 근본적인 정치적 컨센서스에 도전하면 안 된다"는 비판 문장을 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서방은 물론이고 중국 내부에서도 마오쩌둥식 좌경 사상의 부활과 개인 숭배의 재현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은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치의 핵심인 공산당 상무위원들과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2시간여에 걸친 정부 업무 보고를 들으면서 박수도 치지 않았다. 복잡한 중국의 국내외 정세에 대한 근심일 수도 있고, 자신의 업무 정책 방향을 잘 따라주지 않는 지도부에 대한 압박일 수도 있다. 과도한 일인 체제에 대한 폐해는 시진핑 주석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영역에서 오늘의 중국이 어제의 중국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변화가 우리의 국익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관찰과 대응을 게을리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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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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