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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새누리에 채찍 들다…더민주, 3석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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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새누리에 채찍 들다…더민주, 3석 싹쓸이

[언론 네트워크] '불량 후보' 양치석·부상일·강지용 공천에 민심 이반

한나라당, 새누리당 추락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12년 무관 설움을 설욕하겠다며 지난 4년을 절치부심하며 벼렸던 새누리당이 또 다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최소 2석은 건질 수 있다며 선거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했지만 17대 총선에서 시작된 '3석 전패'의 악몽이 네 번째 되풀이됐다.

ⓒ제주의소리

과거 총선에서, 적어도 15대까지는 제주는 여당(민자당→한나라당)의 텃밭이었다. 그렇지만 16대를 거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17대 총선부터는 완전히 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 우세지역으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2014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도지사, 도의회)을 움켜쥐면서 현실이 될 것 같았다.

실제 선거중반까지는 야당 의원만으로는 중앙정부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내건 '야당 심판', '현역의원 심판' 프레임이 먹혀드는 듯 했다. 유권자들도 어느 선거구가 됐든 '여·야 의석수'를 강제 배분할 듯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봤더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투표함 속에는 '4연속 3석 더민주당'이라는 제주정치사의 전무후무한 성적표가 담겨 있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참담한 패배였다. 패인의 1차적 원인은 잘못된 공천이었다. 3명의 후보 모두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제주시 갑 양치석, 서귀포시 강지용 후보는 재산을 누락 신고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개 경고장(허위사실 공표)을 받았고, 검찰 고발까지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본선에 진출한 후보 2명이 국가기관(선관위)에 의해 동시에 고발된 건 초유의 사건이다.

후보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당은 우왕좌왕 했다. 그러는 사이 이들에게는 '불량 후보'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 때부터 유권자들의 마음은 떠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은 너무나 오만했다. 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추락한 각종 경제지표를 들이밀며 '경제파탄을 심판하자'며 서민표심을 파고들었지만 새누리당은 모든 걸 '야당 탓'으로 돌렸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야당을 심판해달라는 생떼에 감동할 유권자는 별로 없었다.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도 여당 대통령이 9년째 위령제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4.3민심'도 등을 돌렸고, 그러는 사이 여당이 내놓는 공약들에 대해서는 '지키기는 할 것인가'라는 냉소가 번졌다.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는 '구태정치 부활'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는 시각도 많다. 김태환·우근민 두 전직 지사는 신구범 전 지사와 함께 20년 가까이 제주사회를 쥐락펴락 하면서 온갖 갈등을 잉태한 장본인이다.

200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제 퇴출된 이들이었지만 4.13총선 기간 내내 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린 김·우 전 지사와 그 측근들을 캠프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선거전을 이끌었다.

이게 부메랑이 됐다. 또 다시 제주사회를 편 가르고, 자신들 손아귀에서 쥐락펴락 하려는 나쁜 의도로 인식한 유권자들은 투표로서 사실상 이들에게 '강제퇴출' 명령을 내렸다.

제주민심은 원희룡 지사에게도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년 전 원희룡 지사의 선거 승리는 '제주판 3김 시대'의 폐단을 끊어달라는 도민들의 염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원 지사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겉으로는 '공무원 선거중립'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총선에 출마한 측근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원희룡 마케팅'을 펼친 현덕규(제주乙), 강영진(서귀포) 예비후보가 컷오프 탈락한 것이나 본선에 진출한 양치석(제주甲) 후보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것은 원 지사를 향한 메시지가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이뤄냈다고 봤는데, 이번 총선에서 엉뚱하게도 자신이 극복해야 할 대상과 의기투합한 셈이 되면서 '구태정치 척결'이라는 초심은 빛이 바랬다.

집권여당으로 치른 세 번의 총선에서 '3전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새누리당의 앞길은 고행길이 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도 패배하면서 1년8개월 앞으로 다가선 대통령선거에서는 '정권 교체'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99% 서민보다는 1% 부자만을 위한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뼛속 깊이 새기고,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한번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연전연패의 늪에 빠진 새누리당 제주도당이 부활의 날갯짓을 어떻게 준비해나갈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에 애증을 갖고 있는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첫 시험대는 아마도 내년 12월 치러질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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