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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폭탄, 배후에 미국과 중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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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폭탄, 배후에 미국과 중국이 있었다?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핵 확산의 주범은 누구인가?

4월 1일 폐막된 워싱턴 핵 안보 정상 회의에서 미-중 양국은 핵 물질이 테러리즘 세력에게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자는데 강력한 결의를 내보였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을 재확인했다.

사실, 북핵 문제가 '문제'가 된 이유는 미-중 양국과 주변국들이 핵을 가져서는 안 될 국가가 핵을 가지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버린다면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그럴 의향이 없다. 핵 확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한국이나 일본 역시 핵 개발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의 핵 보유는 미국에게, 일본의 핵 보유는 중국에게 크나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핵 확산이 국제 평화에 기여한다?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말하듯, 인간의 무기가 기껏 머스킷 총이었을 때는 국가 간 관계가 상대적으로 평등했다. 그러나 핵무기가 등장하고 또 그것을 소수의 국가가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제 관계는 오히려 불평등해졌다.

따라서 약소국들의 핵 보유는 국제 정치를 독점하는 강대국들의 담합 구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미국의 이익은 심각히 침해된다. 비대칭적 동맹 관계에서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안보를 보장받는 대가로 자신의 자율성을 내맡기는 거래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미국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핵 확산이 국가간 평화를 위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 신현실주의 이론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케네스 왈츠(Kenneth N. Waltz)가 대표적이다. 그는 핵 보유 국가들끼리는 결코 전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가 확산될수록 더 좋다(More may be better)"라는 대담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핵 억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지구에 영구 평화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국제정치학자 모턴 카플란(Morton Kaplan)이 말한 소위 "전 단위 거부 체제(Unit Veto System)"의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개적으로 총기를 휴대하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Open Carry)도 사실 이런 논리와 다르지 않다.

핵 확산의 주범은 누구인가?

사실, 핵 확산이 국제 평화를 위해 좋냐 나쁘냐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핵 확산을 극도로 반대한다는 핵 보유 강대국들이 실은 핵 확산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도 핵 개발의 배후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소련의 지원이 있었다. 반면,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인도의 핵 보유를 역시 견제하려는 중국의 지원이 있었다.

미국은 애초 파키스탄의 핵 개발을 반대했다. 핵 개발을 추진하던 부토 정권이 1977년 군부 쿠테타로 실각하자 그 배후가 미국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던 미국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파키스탄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되자 핵 개발을 '묵인'하는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가 1950년대 말 이스라엘의 핵 개발을 지원한 것도 이집트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낫세르 정권이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면서 프랑스에 도전하자 이집트의 경쟁국이었던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도왔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미국은 애초 핵 개발을 반대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의 세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용인하기에 이른다.

1964년 핵 실험에 성공한 중국의 경우도 맨땅에서 핵무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소련이 중-소 동맹에 의거해 핵 기술을 중국에 전수했던 것이다. 이후 미국과의 '평화 공존'을 내세우던 흐루시초프 정권이 핵무기 기술 지원을 철회하기도 하였으나, 중국은 이미 확보한 핵 기술을 발판으로 기어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던 것이다.

남북한의 핵 개발도 그 배후에는 미소 양국이 있었다. 그것이 비록 '민수용' 핵 기술이라 해도 미국은 1950년대 소위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 프로그램에 따라 나토 국가들 및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핵 기술을 전수했다. 소련 역시 이에 맞서 사회주의 국가들에 핵 기술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원자력 연구도 바로 이시기에 소련의 지원을 통해 개시되었던 것이다.

특히, 1990년대 북한의 핵 개발은 미-중 양국이 그 씨앗을 뿌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 개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전수된 핵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핵 기술 전수가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칸(Abdul Qadeer Kahn) 박사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해도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핵무장을 도운 중국이나, 소련과의 '신냉전' 속에서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용인한 미국 모두 북한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한 '원흉'들인 것이다.

핵무기 개발은 연금술이 아니다. 돌로 금을 만들 수 없듯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핵무기 역시 결코 맨땅에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강대국들이 틈만 나면 핵 확산 방지를 외치면서도 상호간의 세력 경쟁을 위해 약소국들에게 핵 기술을 전수하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위선도 그런 위선이 없다.

▲ 지난 4월 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 안보 정상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 ⓒwikimedia.org


중국만 힘을 쓰면 북핵 문제가 당장 해결된다고 강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 견제에 올인하는 미국. 충실히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면서 미국이 바라는 '실질적' 제재에는 늘 미온적인 중국. 결국 북핵 문제는 미-중 양국이 공동으로 감독하고 북한이라는 악역 전문 배우가 열연 중인 한편의 부조리극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사람들은 언제까지 이러한 촌극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이 현실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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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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