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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에게, 체질 개선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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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에게, 체질 개선은 나에게!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체질을 바꿀 수 있나요?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는 정말 딱 한 수저만 더 먹었다 하면 이렇게 탈이 나네요. 한약으로 체질도 바꾼다는데 저도 가능할까요?"

"사람마다 다 타고난 부분이 달라서 강한 부분도 있고 약한 부분도 있어요. 또 어릴 적에 형성된 성격도 체질에 영향을 많이 주고요. 그런데 모든 것이 좋은 상태로 바꾼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알고 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법을 익힌다면, 유전적인 요인이나 생활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진료하다 보면 본인의 체질이나 특정한 성향 때문에 고민하는 분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신체 기능이 남들보다 약하거나 쉽게 살이 찌는 경우, 신경이 너무 예민해서 힘든 경우가 그렇지요. 웬만한 수준이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적당히 감내하면서 살아가는데, 때론 그 정도가 심하거나 너무 자주 반복되어서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받아보고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많이 해보지만, 본인이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포기하고 드러난 증상만 막으면서 살아가는 분이 많습니다. 때로는 더 심한 불균형에 고통 받는 분도 있지요.

저는 사람은 누구나(여기서 '누구나'는 정규 분포 곡선의 양극단을 제외한 것입니다) 체질에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에 몸과 마음의 기본이 형성되는 태아기와 유아기의 성장 환경,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살아가면서 생긴 일정한 패턴이 누적되어 형성됩니다. 이러한 성향이 원만(圓滿)하면 큰 탈 없이 살지만, 모나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그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 생기지요. 이러한 불균형을 좋은 상황으로 바꾸면 최선이겠지만, 때론 불균형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잘 교정되지 않거나 그러한 노력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잠깐의 건강 불균형은 드러난 것만 해결하면 좋은 상태로 쉽게 회복하지만, 그 증상의 뿌리가 깊다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오랜 기간 형성된 체질을 단기간에 뚝딱 바꾸려고 하다가 실패합니다. 실패가 반복되면서 점점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쓰다 몸의 불균형이 더 심해집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에게 바꾸기보다 조금 보완할 수 있는 사소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예를 들어 과민한 신경계통 때문에 고민인 분에게는 어슬렁거리는 산책이나 자기 전에 10분 정도 호흡 연습을 해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열 받는 일이 받은 분에게는 땅을 꾹 누르는 느낌으로 걷거나, 쌉싸래한 맛이 나는 나물을 자주 드실 것을 권해서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화를 좀 식힐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은 없애거나 고쳐야 할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조금씩 가진 일상적인 성정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지금 내 몸에 관한 부정적 느낌이나 긴장 반응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죠.

이런 처방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환자 스스로 몸의 불균형을 인지하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체질을 좀 더 나은 상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드러난 증상이나 병을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 없애거나 치료하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다음에 동일한 증상이나 같은 계열의 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불편함을 견뎌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일상적인 기법으로 이를 무리 없이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좀 재미가 없습니다. 만약 본인이 가진 불균형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불균형을 원만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체질 변화'라는 말은 이런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고, 본인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바꾸는 것이므로 어쩌면 '도'를 닦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면 건강 관리의 고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요(완벽한 자유는 죽음 이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은 꽤 진화했지만, 불완전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불완전함에만 초점을 맞추면 한없이 그러하지요. 하지만 조금 관점을 바꿔서 내 불완전함을 편하게 인정하면 잘 다룰 수 있고, 이를 통해 한 단계 올라서려고 노력한다면 그 과정은 재미있는 모험이자 실험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한 신나는 여정에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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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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