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발언 이후, 강성 친박이 뭉친다

강성 친박이 뭉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26일 언론사 간담회 발언 이후 이런 경향은 도드라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을 사실상 막아섰고, "큰 틀에서 같이 하는 사람이 모여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그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을 해서 나중에 책임지고 심판을 받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후 강성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통 정리에 들어갔다. 27일 밤 친박계는 모임을 갖고 원내대표 경선 문제를 논의했다. 유기준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이 출마를 하고, 홍 의원이 경선 참여를 접기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28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친박이 꼭 패배 의식에 젖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홍문종 의원은 자연스럽게 당권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권을 두고 친박계가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경선과 전당대회는 친박과 비박 간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출신으로 '쇄신'을 외쳐 주목을 받았던 '뼈박(뼛속까지 친박)' 이학재 의원의 기류도 바뀌었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 의원은 28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박 대통령의 '계파 갈등 책임론'에 대해 "대통령 책임이라고 보기보다는 계파적으로 몰려다니고 또 그런 시각(계파를 이용하는 것)으로 자기들 정치를 하려고 하는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 책임과 관련해 이 의원은 "전체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의) 경중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정확하게 누가 중하고, 누가 경하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람 중심으로 책임자를 가려내고 문책하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친박계에 대한 선거 책임론을 "전체의 책임"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쇄신과 비판은 비박계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오히려 친박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탈당 여부에 대해서도 "여당은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끝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탈당을 한다는 것은 여당이 그 책임을 안 진다는 그런 의미도 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와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친박계의 세 규합을 경계하는 모습이 나온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4·13 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안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유기준 의원은 설득이 안돼서 출마하겠다고 하는데 출마의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친박의 단일 후보는 없다"고 했다.

전날 최 의원은 친박계 회동에 참석, 유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려고 했으나 의견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역시 분화하고 있다. 대통령을 끝까지 보좌하겠다는 '순장조'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개혁파'가 나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