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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보다 더한 '정운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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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보다 더한 '정운호 게이트'? 브로커와 변호사들, 검사와 판사 주물렀나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법조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검찰에 체포되거나 소환을 앞두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주목받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꼬리자르기 식'으로 마무리되면 특검이 필요한 '게이트급 의혹'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세간의 이목은 정 대표와 검사장 출신의 '전관예우' 변호사 홍만표 씨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이민희 씨의 입에 쏠려 있다. 그는 도피 중 자수하는 형식으로 지난 20일 체포돼 23일 밤 늦게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검사장 출신으로 '전관예우'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거물급 변호사가 기소 여부나 구형량 등에서 검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브로커가 담당판사를 접대하는 등 국민의 시각에서 법조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거래나 수상한 만남이 잇따라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을 앞두고 대표가 구속돼 상장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자, 어떻게든 실형을 면하려는 급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래서 정 대표가 거액을 미리 주면서 전방위적인 로비를 시도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변호사, 접대 받은 판사 등


홍만표 변호사와 검찰의 커넥션이 작동했다는 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수사 단계에 변호를 맡은 뒤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과정도 커넥션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 변호사는 검사장으로 퇴임한 후 한 달에 수억 원씩 '비정상적인 수임료'로 수입이 급격히 늘었고, 상당액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일단 부당 수임료 수수 및 탈세 혐의로 홍 변호사를 소환해 법조 로비 등의 의혹까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담당 부장판사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브로커 이민희 씨는 정 대표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정해진 당일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며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임 판사는 자신에게 사건이 배당된 지도 모를 때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단순한 저녁 식사 자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판사는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신청해서 직접 판결을 피했으나, '부적절한 만남'으로 결국 사표를 냈다. 법원은 임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이민희 씨가 정 대표와 법조계, 정·관계 인사, 경찰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전방위적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깔끔하게 풀어야할 문제다. 이 씨는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로비해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역내 매장을 늘려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수차례에 걸쳐 9억 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정 대표로부터 9억 원을 받은 적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입점 로비를 한 적은 없고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썼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이 씨가 정부 부처 차관과 청와대 수석, 판.검사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인들에게 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허언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쳐서 인·허가를 받거나 사건을 처리할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를 풀 비밀의 열쇠는 이민희 씨보다 브로커 이동찬 씨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번 의혹을 불거지게 만든 최유정 변호사(구속수감중) 배후에 있는 브로커이며, 이민희 씨보다 더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희 씨는 자수 형식으로 체포된 반면, 정작 이동찬 씨는 한 달이 넘도록 검찰이 잡지도 못하고 있다.

이동찬 씨는 '유사 사기 사건'으로 구속수감 중인 이숨투자자문 소유주 송창수 씨에게 최유정 변호사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동찬 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계기가 된 정 대표와 최 변호사 간의 '수임료 50억 공방' 때 최 변호사 대신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이동찬 씨는 최 변호사와 동업자 이상의 관계를 맺고, 최 변호사가 정운호 씨의 보석과 집행유예를 약속한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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