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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23정, 왜 세월호와 교신 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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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23정, 왜 세월호와 교신 안 했나? [세월호 의혹의 확정 ⑧] 해경 123정 1

"이건 구조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거의 취재를 하러 가거나 구경을 하러 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황모 소방안전본부 감찰조정관 검찰 참고인 진술)

"굉장히 소극적인 구조 활동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구조 시늉만 한 것 같습니다."(심모 전 해군 제독 검찰 참고인 진술)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지휘함의 역할을 맡았던 해경 P123정(이하 P생략)의 활동을 본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123정이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의혹들이 확정될 것입니다.

123정은 목포해경 상황실로부터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과 58분 두 차례에 걸쳐 출동 명령을 받고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였고, 9시 35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합니다. 당시 123정에는 총 13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123정 승조원 명단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는 123정

123정은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세월호 참사 전 과정 동안 세월호와 단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9시 3분과 4분에 123정에서 VHF 채널 16번으로 세월호를 세 번 호출하였지만 세월호에서 응답이 없었고, 9시 26분과 28분에는 세월호에서 동일한 VHF 채널 16번으로 123정을 호출하였지만 이번에는 123정에서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상호 교신 시도의 전부입니다. 교신을 시도조차 안한 것이 아니라 출동 초반에 2분에 걸쳐 세 차례 호출해 보았으니까 할 만큼 한 것일까요?

"교신이 되지 않으면 본부, VHF 16번 채널을 통해 계속 교신을 시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매뉴얼의 기본이고, 해양 쪽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입니다."(진모 전 해군 해난구조대 대장 검찰 참고인 진술)

"저는 당연히 123정에서 세월호에 교신을 시도했는데 안 되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123정이 이렇게까지 교신 유지 노력을 하지 않은지는 처음 알았습니다."(이모 한국해양대 교수 검찰 참고인 진술)

그런데 김경일 정장은 사고 선박과 교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123정에는 파일철이 하나 있었는데, 그 파일철은 김경일 정장이 <함정훈련교범>이라는 매뉴얼의 중요 부분을 복사한 것이었고 김 정장은 거기에 일부 메모를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함정훈련교범>은 각 함정에 비치되어 있는 책인데, 지방청 주관으로 해경 경비정들이 모두 참가하는 연 2회의 훈련이 바로 이 교범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즉 김경일 정장은 이 파일철의 내용으로 연 2회의 훈련을 해 왔던 것입니다.

▲함정훈련교범 파일철 일부분. ⓒ검찰증거기록


위의 파일철 내용을 보면, 1번 항목 부분에 "SSB(2116.4), VHF(16번), 핸드폰 이용 교신 조난선 현실태 파악 보고"라는 문구가 보이고, 3번 항목에서는 "통신팀장은 조난선과 교신설정하여"라는 자필 메모가 있고 그 밑에 "위로 및 격려 전화", "선박 제원 선주, 선장 인적 사항 파악 등 파악하고", "구조선에서 최우선 조치 및 요구사항 확인"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함정훈련교범 파일철 김경일 정장 자필 메모부분 ⓒ검찰증거기록


또 같은 페이지의 하단을 보면 김 정장이 직접 쓴 메모가 보입니다. 거기에는 "조타실: 조난선과 교신 설정하여 현상태 파악 보고하라", "통신팀장은 통신설정하여 위로 및 격려 전화, 선박 제원 등 파악하라"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김경일 정장은 누구보다도 사고 선박과의 교신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검사: 결국 피의자는 SSB(2116.4), VHF 16번, 핸드폰 무엇을 이용해서든 조난선인 세월호와 교신하여 현 실태를 파악 보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요.
김경일: 네, 알고는 있었는데 그 당시 못했습니다.
(김경일 정장 피의자신문조서 3회)

구조 세력이 사고 선박과 교신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동시에 훈련 매뉴얼을 통해서 숙지하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123정은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123정은 사고 현장으로 가는 도중뿐만 아니라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습니다. 설령 출동하는 과정에 교신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착해서는 다시 한 번 교신을 시도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조 세력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현재 선박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파악해야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회 헬기 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렇듯 123정이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의혹 사항입니다. 그리고 이는 123정 활동에 있어서 생겨난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123정이 현장에 도착해서 했던 이후 행위들이 무슨 근거로, 어떠한 판단하에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123정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세월호의 상황, 세월호 안에 있는 승객들의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123정 승조원을 세월호 선내에 진입시켜 상황 파악을 하도록 해야 할 텐데 그러한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선원이든 승객이든 먼저 구조한 사람들에게 현재 세월호의 상황을 물어보아야 할 텐데 그러한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123정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고무단정 하나를 하강시켰는데, 이 고무단정은 세월호에 접안하여 기관실 선원을 전원 구조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123정 자체를 조타실에 접안하여 조타실에 있는 선원들을 전원 구조합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고무단정을 내린 것일까요? 도대체 왜 해경을 세월호 안에 진입시키지 않았을까요? 도대체 왜 선원만을 전원 구조한 것일까요? 도대체 왜 구조된 사람들에게 세월호의 상황을 물어보지 않은 것일까요? 이러한 행위들은 도대체 어떤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일까요? (계속)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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