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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은 왜 탕수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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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은 왜 탕수육일까?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문화] 중화 요리의 세계: 요리 이름 읽는 법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중국어로 옮긴다면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 가장 그럴 듯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역사책 <사기>에 나오는 이 말은 "백성은 밥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먹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일찍부터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던 중국인은 찬란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중국 음식은 바다 건너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 음식을 일컫는 이름은 청요리에서 시작해 중화요리, 중국집, 차이니즈 레스토랑 등으로 진화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에 중국 음식이 들어온 건 조선 말 임오군란 이후 최초의 화교가 정착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임오군란을 진압하기 위해 조정에서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했는데, 그 때 위안스카이(袁世凱) 일행과 함께 들어온 중국인들이 한국에 살면서 '청요리집'을 열었던 것이다.

생업이 마땅치 않았던 화교들은 자신들이 즐겨먹던 음식으로 식당을 개업했다. 한국식 중화요리가 생겨나게 된 계기였다. 한국식으로 개조된 중국 음식의 대표는 역시 짜장면이다. '짜장면'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에 관해 거센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자장면'과 '짜장면'을 둘 다 인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짜장면이 우리에게 친밀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짜장'의 '짜(炸)'는 '튀기다' 또는 '데치다'는 뜻이고, '장(醬)'은 말 그대로 장, 즉 소스를 말한다. 직역하면 '장을 튀기다' 또는 '장을 데치다'라는 뜻으로 풀이되겠지만, 실제 의미상 '장을 볶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아마 기름을 자작하게 붓고 장을 볶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튀기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 요리 중의 하나인 탕수육. ⓒwikimedia.org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또 다른 중국 요리는 탕수육이다. 탕수육은 탕추러우(糖醋肉)의 한국식 표기다. 중국 음식 이름은 요리법이나 요리의 맛 또는 요리 재료를 합해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탕수육도 그 중 하나다. 이 때 '육(肉)'은 우리말로는 그냥 '고기'라는 뜻이지만 중국 음식 이름에서는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육'이 아닌 쇠고기나 닭고기 등은 반드시 '우육(牛肉, 니우러우)'이나 '계육(鷄肉, 지러우)'처럼 고기 명칭을 모두 써야 한다. 돼지고기가 '육'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 것은 중국인들이 많은 고기 중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국 음식 이름 중 '육' 자가 들어 있는 건 모두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썼다는 뜻이다.

'탕수'라는 말은 '탕추'라는 중국식 발음이 순화된 경우다. '탕'은 '설탕'이라는 말인데 '달콤하다'는 뜻으로 변화했고, '추'는 '식초'라는 말에서 '새콤하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탕수'란 '새콤달콤'이란 뜻이다. 그러니 탕수육이란 말은 '새콤달콤 돼지고기'가 되겠다. 탕수육의 영어 표현이 이를 그대로 직역한 '달콤하고 새콤한 돼지고기(Sweet and Sour Pork)'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설탕과 식초를 넣은 요리법으로 '탕수'라는 소스를 만들어 돼지고기에 끼얹어 먹는 음식이 탕수육인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돼지고기 대신 다른 재료가 쓰인다면 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예컨대 '탕수우육'은 탕수소고기, '탕수계육'은 탕수닭고기, '탕수어'는 탕수생선이라는 뜻이 된다. 실제로 중국에 가면 '탕추루위(糖醋鱸魚)', 즉 탕수농어나 '탕추리위(糖醋鯉魚)', 즉 탕수잉어 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중국 음식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돼지고기 요리 중 라조육도 있다. '육' 자가 들어 있으니 돼지고기 요리임은 분명하다. '라조(辣椒)'는 '매운 고추'라는 뜻이다. 고추를 넣어 볶은 요리가 바로 라조육이다. 라조기라는 요리는 역시 '매운 고추'를 썼지만 요리 재료가 닭고기이다. 중국 음식에 '기(鷄)' 자가 들어가는 건 모두 닭고기를 주재료로 썼다는 말이다. 닭을 나타내는 한자인 '계(鷄)'의 표준 중국어 발음은 '지'이지만, 우리나라에 건너온 초기 화교들이 대부분 산둥(山東) 지역 출신이었는데, 이 지역 사투리가 '지' 발음을 '기'라고 하는데서 비롯된 사연이다. 그렇다면 중국 음식 중 '기' 자가 들어간 건 모두 닭고기를 주재료로 썼다고 보면 된다.

깐풍기는 '깐펑(乾烹)', 즉 바삭하게 튀긴 닭요리란 뜻이다. '깐펑'은 물기 없이 튀긴다는 뜻이므로 깐풍새우는 역시 바삭하게 튀긴 새우라는 뜻이다. 기스면은 닭을 채 썰 듯 얇게 찢어 넣은 국수라는 뜻이 된다. '스(絲)'는 요리 재료를 실처럼 얇게 채 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진 건 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인간 생존에 있어 음식은 우리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다. 음식은 인류의 역사적 진화와 더불어 제 모습을 바꾸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은 단지 혀끝을 감도는 미각 뿐 아니라 수많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야기로 담아내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던 음식이라도 이름의 유래를 알고 즐긴다면 한층 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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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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