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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6년 만의 승리…문제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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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6년 만의 승리…문제는 남았다 [상지대 민주화 일기] 서울고등법원의 파기 환송심 선고 의미
2016년 3월 23일.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상지대학교 교수와 학생, 졸업생 50여 명이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306호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중법정의 넓은 방청석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젊은 학생들로 가득찼다. 오후 2시 정각. 재판장인 윤성원 부장판사가 입정했다. 재판장은 법정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바라보며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방청석을 꽉 채운 우리는 재판장을 주목하며 귀를 쫑긋했다. 이날 예정된 16건의 선고 중에서 우리 사건이 맨 처음이어서 재판장의 첫 마디가 운명을 가르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사건의 원고이자 항소인이기 때문에 재판장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혹은 "이사 선임을 취소한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재판장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처음에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오해를 유발할 만한 대목의 발언이 먼저 나왔는데 이어서 누구누구를 이사로 선임한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말해서 승소한 것인가 반신반의하는 사이에 재판장이 원고가 승소했다고 부연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이 많은 데다 우리가 선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느낀 때문인지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선고 결과를 다시 확인해준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이겼다. 2010년 8월 9일 사분위 정상화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이 해를 여섯 번이나 넘겨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된 끝에 2016년 6월 23일 오늘 드디어 승소한 것이다. 그 결과 2010년 8월의 정이사 선임은 무효가 되었다. 사분위 정상화가 무효가 되고 구재단의 복귀가 무효가 된 것이다. 판결문 주문은 다음과 같다.

주 문

제1심판결 중 피고보조참가인들, 박윤환, 한이헌, 임현진, 채영복, 한송에 대한 이사선임처분 취소청구부분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0. 8. 30. 피고보조참가인 김길남, 피고보조참가인 이영수, 박윤환, 한이헌, 임현진, 채영복, 한송을, 2011. 1. 10. 피고보조참가인 변석조를 각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이사로 선임한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된 부분의 소송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지만 우리에게는 기적같은 승리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승소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소송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사분위 정상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한데도 권력과 교육부가 안하무인으로 강행하는 반면 국회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지 않으니 마지막 수단으로 행정 소송에 의존한 것뿐이었다. 소송을 하면서도 사분위를 구성한 위원 다수가 현직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이라는 점 때문에 내심 불안했다.

그러다가 작년 대법원에서 우리가 원고 자격을 인정받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되면서 비로소 승소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물론 승소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고 선고일이 가까워질수록 전망은 엇갈렸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드디어 승소한 것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확정 판결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에서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된 것이고 서울고등법원에서 대법원의 선고 취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 교육부가 상고해야 할 이익이 없고 상고한다고 해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크게 다섯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

첫째, 상지대 차원에서 개방이사를 적용하지 않은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은 위법하므로 2010년 상지대 정상화는 무효이다. 둘째, 비리 재단 복귀 차원에서 사분위가 주도한 대부분의 학교 정상화 역시 불법이다. 셋째, 사학재단의 이사 선임 등 재단 운영의 차원에서 교수와 학생은 재단 문제에 대하여 소송할 자격이 있고 이 소송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넷째, 시야를 넓혀 사학 차원에서 사학을 설립자나 이사장 등 개인의 사유물로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되었다. 다섯째, 사학의 정상화 차원에서 드러난 불법성으로 인해 사분위의 정당성이 부정되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좁게는 상지대 정상화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판결이지만 넓게는 비리 재단 복귀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재판이다. 비록 다른 학교들이 상지대처럼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이들 학교의 정상화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들 학교의 정상화가 불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이 판결로 인해 사분위의 정당성은 결정적으로 실추되었으며 앞으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이 판결은 사학 운영에서 구성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사학을 특정 개인의 소유물로 보는 관점을 탈피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2010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시작된 재판은 구성원의 원고 적격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는 상지대 구성원을 대표하는 총장,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총학생회장, 노조지부장, 동문회장, 개방이사추천위원장 등 6개 단체를 원고로 재판을 시작했다. 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겸 개방이사추천위원장의 자격으로 원고로 참여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처럼 원고 적격 문제로 각하되었다. 원고 적격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에 항소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항소하기로 했다.

심 급

법 정

사건번호

접수일

선고일

판 결

1 심

서울행정법원

(제1행정부)

2010구합44085

2010.11.24

2011.10.21

각하

2011구합11891 (병합)

2011.4.8

2 심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

2011누40402

2011.11.23

2012.7.11

항소기각

2011누40419 (병합)

2012아242

(위헌법률심판제청)

2012.6.22

2012.7.11

기각

대법원

대법원

(특별3부)

2012두19496

2012.8.28

2015.7.23

파기환송

2012두19502 (병합)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2015누1535

2015.8.3

2016.6.23

승소

2015누1542 (병합)

※ 2010년 8월 9일 정상화 시점에서 선임된 구재단 측 이사 1명이 사퇴하여 공석인 상황에서 행정 소송(2010구합44085)을 제기하였고 2011년 1월에 재차 선임된 1명을 대상으로 추가로 행정 소송(2011구합11891)을 제기하여 두 사건이 병합되어 소송이 진행되었음.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은 2011년 11월에 시작되어 한 차례의 변론으로 종결되었다. 복귀한 구재단 이사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재판하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장은 원고에서 사퇴했다. 재판 진행의 어려움을 직감한 우리는 사립학교법상 사분위 규정이 삼권 분립을 위배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침해한다는 것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리의 신청을 기각했다. 다시 우리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 심판(2012헌바300)을 청구했다. 그러나 위헌 소송의 결정 이전에 서울고등법원은 우리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 8월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사회에서 구재단 이사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2013년 7월 동문회가 다시 상고를 취하하고 원고에서 빠졌다. 원고는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직원노조, 개방이사추천위원회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2015년 10월에는 헌법소원이 각하되어 재판의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상고 3년만에 대법원은 원고 중에서 교수와 학생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뜻밖의 상황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2015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재판에 임했다. 이미 1심에서 여러 차례 심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재판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대법원에서 판시한 개방이사제 미적용 문제를 중심으로 구재단에 과반수 이사를 배정한 위법성, 종전이사의 범위, 사분위의 재량권 일탈 남용 등을 정상화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교육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헌법 소원이 기각된 사분위의 위헌성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교육부는 사분위가 구재단에 과반수를 배정하지 않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확인하기 위한 사분위 회의록 제출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국회가 사분위를 통해 회의록을 입수한 상태였으므로 사분위 결정과정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차례 재판부가 바뀌고 다섯 번의 변론을 거쳐 드디어 사분위 정상화가 위법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6년을 끌어온 재판은 우리의 승소로 끝났고 김문기 구재단 이사들에 대한 선임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종결되지 않았다. 교육부의 대법원 상고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이 선고 전날 김문기 해임 사건 재판의 항소심에서 김문기가 승소하여 김문기의 복귀 가능성이 예상되는 등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가 상지대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까지 겹쳐 있다.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도 있다. 6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사분위가 개방이사제를 적용하지 않은 위법성을 확인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지만 이것 이상으로 논란이 되었던 사분위 구성의 위헌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한계이다. 더구나 파기 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에서 미리 판시한 개방이사제 미적용 문제 외에 종전이사 개념 문제나 사분위의 재량권 일탈 남용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묵혀버린 것 또한 아쉬운 일이다. 결국 남은 문제는 국회가 입법권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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