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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덩샤오핑의 그림자를 걷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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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덩샤오핑의 그림자를 걷어낼까?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중국공산당 창당 95주년과 시진핑의 고민
지난 7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이끄는 중국공산당의 창당 기념일이었다.

1921년 57명의 당원으로 창당해 13명의 대표가 모여 제1차 공산당 전국 대표 대회를 개최한 중국공산당은 올해로 창당 95주년을 맞았다. 작년(2015년) 말 현재 8875만8000명의 당원을 거느린 이 세계 최대 정당은 이제 7년만 더 지나면 세계 최장 집권 기록을 보유했던 소련공산당을 물리치고 단일 정당 최장 집권의 신기록을 세우게 되며 명실상부한 100년 정당이 된다.

중화민국을 세운 거대 집권 정당인 국민당에 맞서 무려 28년간의 지하투쟁을 거쳐, 1949년 드디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중국공산당은 갖은 곡절을 겪으며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 시달리던 '아시아의 병자' 중국을 '세계적 국가'로 만들었다. '지속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강조하는 이념적 사회주의를 강조했던 마오쩌둥식 발전 모델은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개혁 개방을 주창하는 덩샤오핑 이론과 정책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면서 중국을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고 자연스럽게 세계적 국가로서의 위상을 정립시켰다. 그러나 2012년 정권을 승계한 시진핑 체제는 기존의 발전 관성이 벽에 부닥치면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라는 말로 중국이 중속 성장 시기에 진입했음을 천명했다.

덩샤오핑 발전 노선의 그림자를 극복해야 하는 시진핑

사회주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산당 통치의 정통성과 합법성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발전 노선을 극복해 개혁 개방을 주창한 것처럼 시진핑도 덩샤오핑 발전 노선의 그림자를 극복해야 하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경제적 성공을 담보했던 개혁 개방 노선은 이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발전 방식에 관한 노선 갈등, 만연한 부패 척결,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 조정, 그리고 국제 정치적 위상 제고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을 노정한 투키디데스(Thucydides) 함정의 극복 등 무수한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도입된 시장 경제 체제가 자본주의보다 더욱 심각한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하면서, 중국공산당이 중국 사회주의 철학의 빈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국민적 지지가 기반이 돼야 하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산당의 장기 목표인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 즉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전 중국이 중산층의 생활을 영위하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로 현대화된 중국을 건설한다는 '사회주의 현대화'의 목표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진핑은 5년 단위의 기념식의 경우 10년 단위의 기념식보다 비교적 작은 규모로 치르는 관례를 깨고 7월 1일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에서 성대한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10년 전 85주년 창당 기념식이 중난하이 화이런탕(中南海懷仁堂)에서 창당 기념일 하루 전인 6월 30일 거행됐던 반면, 이번에는 그러한 관례를 깨고 10년 단위 행사를 치루는 인민대회당에서 7월 1일 거행한 것은 시진핑의 절박한 현실 인식을 잘 나타내 준다.

물론 내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인사 진용을 짜야하는 시기적 필요성도 작용했을 것이다. 6월 30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향후 정국의 방향을 다진 시진핑은 중국의 절박함을 무려 1시간 20분에 걸친 '중요 담화'를 통해 피력했다. 표면적으로는 지금까지 진행된 자신의 반부패 정책이나 강대국 전략 등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하고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에는 전혀 타협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는 모양새였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많은 걱정과 근심이 묻어나고 있다.

▲ 중국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을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인 중국공산당 지도부. ⓒ연합뉴스

시진핑의 창당 95주년 담화에 담긴 함의는?

우선, 공산당 통치의 우월성을 강조한 시진핑은 공산당의 집권 유지를 위해 철저하고 지속적인 반부패 사정 정국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부패 척결 없이는 중국의 미래도 없으며, 개혁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원들은 공산당 창당의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며 용감하게 분투하고 혁신하는 모습으로 계속 전진하면서 자신에 대한 엄격한 요구를 관철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은 역사에서 연유된 것이며 민심의 향배에 따른 인민의 선택임을 강조하면서 인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당은 더 이상 집권이 어렵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나태하고 문란한 비정상적인 정치 질서를 회복하려면 엄격한 당이 중심이 되어 지속적인 반부패 운동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당의 최대 문제인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 사회의 다양한 도전과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서도 일관된 중국만의 원칙, 즉, 중국은 앞으로 절대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은 누구와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천명했다. 먼저 사단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임을 전제로 했으나 영토 주권 문제가 발생하면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공고한 국방 태세 확립과 강력한 군대 건설도 강조했다.

특히 향후 국제 질서와 글로벌 시스템의 한축이 될 것임을 강조했는데 이는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새로 출범한 대만(타이완)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를 겨냥해서는 대만 분열 세력에 대한 단호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차이잉원 지도부 출범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첫번째 경고를 보낸 셈인데,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92 컨센서스(92共識)'를 인정하라는 메시지였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정립을 강조하는 내용이 눈에 띤다. 시진핑은 중국 전통 가치관과 사회주의 실천 경험을 결합해 서방에 대항하는 핵심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당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서방식 민주 제도에 대한 맹목적 동경을 제어하기 위한 사상 투쟁의 도구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7월 3일 당원의 사상 교육과 재교육을 관장하는 중앙당교 부교장 출신의 천바오성(陳寶生) 국가행정학원 부원장을 신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 역시 사상 교육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3년에 걸친 고강도 사정 정국으로 기득권 세력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당원과 당료(黨僚)들에 대해 경종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국제 사회의 우려와 질시 속에서 강대국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강력한 중국을 건설해야 하고, 흐트러진 사회주의 정신을 다잡을 새로운 가치 체계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반부패 운동의 압도적 태세가 형성되고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부패 사정 정국의 지속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마침 해외 중화권 신문매체에 공직에서 은퇴한 노 당원 5명이 19대를 맞아 중국에서도 이젠 고위 공직자 자신과 가족의 '재산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서가 실렸다. 중국 공산당 중앙의 답변도 요구하고 있다. 법치 중국, 청렴한 정부를 강조하는 시진핑 체제가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공산당의 통치는 당이 국가와 일체가 되는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를 기반으로 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의 실현과 정부에 대한 영도, 그리고 군권의 장악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제는 민도가 높아진 여론과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민간 세력이 존재한다. 적절한 대안 세력이 부재한 중국의 현실을 이해하지만 전통적 관본위(官本位) 질서에 대한 당의 기득권을 강조하고 정권 유지에만 집착하면서, 내부적 혁신만 이루면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과 정통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중국의 미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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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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