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여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마트 가면 부추 있잖아요. 그걸 잘게 썰어 듬뿍 넣고 죽을 쒀서, 간장하고 들기름으로 간을 맞춰서 드세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위장에 탈이 난 환자가 늘었습니다. 때로 상한 음식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분이 있지만, 대부분 찬 음식을 과하게 먹고 마신 탓에 위장 기능이 떨어져서 오십니다. 냉방이 잘된 실내에서 생활하느라 땀을 내지 않아 냉방병에 걸린 분도 적잖습니다. 몸에 찬 기운이 쌓여 발생한 여름 감기나 냉방병에 걸린 환자 중에는 감기 증상에 위장 증상이 겹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환자에게는 공통적으로 부추죽을 드실 것을 권합니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소염 작용까지 갖춘 부추가 앞서 열거한 증상에 딱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부추를 듬뿍 넣어 흰쌀 죽을 끓이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간장과 들기름으로 간을 맞춰 위장 회복에 도움이 되게끔 권유하지요. 꼭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분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저는 여름철 한의원을 찾는 대부분 환자에게 부추를 즐겨 드시라 권합니다. 부추의 성질과 효능이 여름철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추는 구채(韭菜)라고도 하는데,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합니다.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소화를 도와, 예전부터 체했거나 설사할 때 섭취했습니다. 신장 기능을 북돋는 효능이 있어, 허리나 다리가 시리고 아프거나 성 기능이 떨어졌을 때 먹어도 좋습니다. 여름철 보양 음식에 부추가 빠지지 않고 함께 하는 이유입니다. 조리법에 따라 생으로 쓰면 혈의 순환을 돕고 어혈을 풀어주고, 익혀서 쓰면 위장과 신장에 도움이 되므로 필요에 맞게 조리해 먹도록 합니다.

부추의 이러한 효능은 옛 의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편찬된 식이요법에 관한 책인 <식료찬요(食療纂要)>에는 앞서 언급한 효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식치(食治) 처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소갈로 갈증이 나고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 매일 부추 싹 3~5냥을 볶거나 국으로 만들어 먹되 소금을 넣지 않으면 효과가 매우 좋다. 10근을 먹으면 좋으며 간장은 넣어도 상관없다. 청명이 지나면 먹지 않는다.
- 갑작스런 이질에 부추에 붕어젓갈을 넣고 삶아 먹는다.
-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나오는 이질에 부추로 국이나 죽을 만들어 먹거나 데치거나 볶아서 편하게 먹는다.

이 처방들을 살펴보면, 위장과 신장을 이롭게 하는 부추의 효능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갈증을 앓는 사람 신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은 염분으로도 짠 맛을 느낄 수 있는 간장은 허용하되, 소금은 제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명이 지나면 먹지 않는다고 한 것은 부추가 너무 자라면 그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열병을 심하게 앓은 후 체액이 부족할 때, 피부에 부스럼이 났을 때, 열 때문에 눈병이 났을 때는 증상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부추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차고 시원한 것을 찾다보니, 찬 기운에 몸이 상하기 쉬운 계절이 여름입니다. 부추는 국이나 찌개에 썰어 넣어도 좋고, 만두속으로 이용해도 맛도 좋고 몸에도 좋습니다. 특히 비가 주룩주룩 혹은 부슬부슬 내려서 몸과 마음에 습기가 스멀스멀 차오를 때,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부추전 한 장이면 딱이지요. 이런 날, 반주 한 잔 곁들이는 것은 운치도 있고 건강에도 도움 됩니다.

올 여름, 부추 예찬론자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입도 즐겁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식료찬요> : 1460년(세조 6년)에 당시 어의(御醫)로 재직 중이던 전순의(全循義)는 한 권의 책을 엮어 왕에게 바친다. 세조는 책에 손수 이름을 지어 내리고 그 공을 치하하는데, 이 책이 바로 <식료찬요>다. <식료찬요>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즉, 식이요법에 관한 책이다. 총 45문 399항목(판본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에 걸쳐 우리가 평소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