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고무단정이 첫 번째로 세월호에 접안하여 기관실 선원 5명을 태우고 123정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 사진에서 세월호 쪽을 보면 한 사람이 물에 빠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사람은 기관실 선원인 조기수 박모 씨입니다.
고무단정은 123정에 기관실 선원 5명을 인계하고, 두 번째로 세월호를 향해 접근하여 우선 물 속에 빠져 있던 박 씨를 건져 올려 태우고 세월호 갑판쪽에 접안합니다.
위 사진은 고무단정이 세월호에 두 번째로 접안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노란 원 안에 있는 사람은 조기수 김모 씨입니다. 주황색의 상하일체형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사람으로서 한때 인터넷상에서 '오렌지맨'으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고무단정이 세월호를 향해 두 번째로 출발했을 때는 박모 경사, 김모 경장 외에 이모 경사까지 탑승하여 출발하였습니다. 고무단정은 세월호로 가는 도중에 물에 빠져 있던 조기수 박 씨를 단정에 건져 올렸고, 세월호에 접안하여 4층 갑판에 있던 일반승객 3명과 3층 갑판에 있던 마지막 기관실 선원 조기수 김 씨까지 구조하여 123정에 인계하게 됩니다.
이로써 기관실 선원 7명은 전원 구조되었습니다. 이렇게 기관실 선원은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구조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복장은 기름이 묻은 선원 작업복 차림이었고 이들은 해경에게 자신들이 선원임을 밝혔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문 : 진술인은 구명정을 타고 가면서 본인이 선원이라고 말을 하였나요.
답 : 네. 구조대원 2명에게 '이 여성은 3기사고, 저희들은 선원입니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123정장 사건, 박모 기관장 참고인 진술조서)
문 : 구조 당시 진술인이 해경에게 세월호 선원이라고 말했나요.
답 : (···) 제가 기관원 5명과 같이 위 보트에 타고 123정이 있는 곳으로 가자 경비함에 있던 경찰관 여러 명이 저희들을 위 경비함에 잡아주어 올라탔습니다. 그때 위 경비함에 있던 경찰관이 저의 옷을 보더니 "선원이십니까"라고 하여 그래서 저와 기관장님이 "다 기관부 직원이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옷이 전부 기름때가 뭍고, 지저분해서 선원인지 당연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 선원이냐고 물어보셨을 것입니다.
(123정 정장 사건, 이모 3등 기관사 참고인 진술조서)
기관실 선원들은 고무단정의 해경에게든, 123정 위의 해경에게든 모두 자신들이 선원임을 밝혔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경은 이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고 한 목소리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우선 당시 단정에 탑승했던 두 해경, 박모 경사와 김모 경장 모두 선원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문 : 진술인이 고무보트를 타고 최초로 구한 세월호 선원인 박○○(기관장)는 고무보트를 타고 123정으로 가면서 구조대원 2명에게 "이 여성은 3기사고 저희들은 선원입니다"라고 이야기를 당시 구조하러 온 해경에게 말을 하였다고 진술을 하고 있는데도 선원인지 몰랐다는 말인가요.
답 : 당시에는 정말 듣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구한 사람이 선원이었던 것을 발견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이 선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는 못하였습니다.
(박모 경사 검찰 진술조서 2회)
문 : 진술인이 최초로 구한 선원들 중에 박○○(기관장)는 고무보트를 타고 123정으로 가면서 구조대원 2명에게 "이 여성은 3기사고 저희들은 선원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고 하는데 진술인은 들은 사실이 있는가요.
답 : 듣지 못하였습니다.
문 : 당시 진술인이 구조를 한 이○○(3기사)은 123정에 타는 순간 해경이 "선원이십니까"라고 해서 기관장과 내가 "기관부 직원"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하는데 들은 사실이 있는가요.
답 : 듣지 못하였습니다.
(김모 경장 검찰 진술조서 2회)
선원과 해경, 둘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무단정의 해경뿐 아니라 123정에 탑승해 있던 해경들도 모두 당시 구조한 사람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23정의 책임자이고 당시 세월호 침몰 상황에서 현장지휘관의 역할을 맡고 있었던 김경일 정장마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 당시 구조된 사람들은 기름이 묻은 선원 작업복을 입고 있었는데요. 이○○, 이○○, 박○○은 일체형 곤색 스즈끼 작업복을, 손○○는 분리형 황토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위 사람들이 선원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인가요.
답 :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선원복을 입은 것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타실에 있었고 그 사람들이 고무단정을 타고 123정 쪽으로 오는 것만 봤는데 앉아 있어서 옷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경일 정장 피의자신문조서 2회)
이쯤에서 잠깐 정리를 하고 가겠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다시 한 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지휘함의 역할을 맡은 해경 123정은 현장으로 오는 도중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았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교신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세월호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경이 어떤 행위를 하였을 때 그 행위가 어떤 근거나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이후 123정이 행했던 대부분의 행위들은 의혹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씀드렸습니다.
세월호에 450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현장에 도착해 보니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세월호는 좌현으로 약 50도 정도 기울어져 있고 계속 침몰하고 있는 중입니다.
상식적으로 이 상황에서는 세월호와 교신하여 상황을 파악하여야 합니다. 만약 교신을 시도했음에도 세월호와 교신이 되지 않는다면 상황실에 문의도 하고, 해경을 세월호에 승선시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123정은 그런 조치는 취하지 않고 그냥 고무단정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 아무 말없이 고무단정을 하나 내린 것입니다. 고무단정을 내렸다는 사실만 보면 얼핏 '구조행위'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런 전후 상황 속에서 바라본다면 애초에 고무단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게 이상하게 내려진 고무단정은 세월호로 가서 갑판에 나와 있던 사람 5명을 데리고 돌아왔는데, 역시 이상하게도 그 5명은 모두 선원이었습니다. 만약 이때 123정 승조원 한 사람이 세월호에 올라가 선원이나 승객들을 만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상식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고무단정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세월호에 접안하였을 때도 그냥 갑판 쪽에 나와 있는 사람들만 5명 데리고 돌아옵니다. 그들은 기관실 선원 2명과 일반승객 3명이었습니다. 이렇게 기관실 선원들은 전원구조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이상한 점이 발생합니다. 최초로 구조해 온 사람이 선원이든 일반 승객이든 세월호에서 나온 최초의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해경은 그들에게 세월호의 상황을 물어보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경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문 : 위 기관실 선원들은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최초의 사람들로, 세월호 내 상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선원인지 승객인지를 불문하고 선내 상황이 어떠한지, 어디에 승객들이 모여있는지, 승객들이 왜 나오지 않는 것인지, 선장이 퇴선 방송을 했는지, 선장이나 선원을 보지 못했는지 확인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 : 저는 조타실에 있었고 단정에서 그 사람들을 막 내려놓고 갔어요.
문 : 고무단정을 타고 승객을 구조하는 승조원들은 당연히 구조 업무를 하느라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OSC인 피의자는 당시까지도 승객들이 나오지 않고 있고, 선장이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구요. 승객들이 빨리 나와야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상 피의자가 조타실에서 나와 배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배 안 상황을 확인해 적합한 구조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 : 밖에는 주로 부장이 있었으니까 부장이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타실에서 보고 업무를 하고 있었구요.
(김경일 피의자신문조서 2회)
책임을 부장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만 이런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반응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장이든 부장이든 일반 해경이든, 최초로 세월호에서 구조되어 온 사람에게 세월호 상황을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장, 부장을 포함해 123정 승조원 전원은 그들에게 세월호의 상황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123정에 타고 있던 해경 전원이 되풀이하는 말은 그들이 선원인 줄도 몰랐고, 선원이라고 말하는 것도 못 들었다는 것뿐입니다.
이렇듯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들은 유능과 무능의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명백한 의혹사항입니다. 세월호에서 최초로 구조되어 온 사람들에게 세월호 상황을 질문하는 데 특수훈련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명백한 의혹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겨납니다. (계속)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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