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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남중국해 분쟁…중국의 돌파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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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남중국해 분쟁…중국의 돌파 전략은?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화 ④ : 중국의 안보 환경 악화와 향후 전략

중국의 대외 안보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그것도 중국이 중시하는 주변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반도(남북한)에서 동중국해(일본), 대만해협(양안관계), 그리고 남중국해/난사군도에 이르는 분쟁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한편으로 중국의 고압적이고 비(非)타협적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 국내 언론이 표현하듯 '일촉즉발'의 상황이기 때문에 '신(新) 냉전' 혹은 '긴장과 대립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중국을 둘러싼 분쟁의 호(弧, arc)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 목표를 함축하면 '(평화와) 안정'인데,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불안정을 조성하는 북한이나 이 때문에 사드(THAAD)를 도입하려는 한국이 모두 중국의 이익에 반(反)하는 것이다. 지난 7월 11일 '북-중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 체결 55주년에는 양국 고위급 인사의 교류 없이, 축전만이 전달되었을 정도로 북-중 관계가 냉각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과의 관계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자 주요 교역국이고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관계가 '심화'되어 왔다. 적어도 지난 2년간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반도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는데, 기어이 7월 8일 사드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곧 한미, 그리고 일본과의 연합 체제 강화를 의미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對)중국 포위와 봉쇄망(網)의 확대를 의미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군의 기존 입장은 "(중국의) 핵과 미사일의 효용성을 반감시키는 조치를 왜 우호국인 한국이 취하려 하는가?"이다. 7월 8일 이후에는 사드의 한반도 도입이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과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는 공식 표현을 썼는데, 사드의 운용 반경은 한반도에 국한된다는 우리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은 동 체계가 중국의 영토를 겨냥한 미국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

일본 또한 미국과의 동맹 강화 그리고 자국의 방위력 증대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자민당과 아베 총리는 소위 '안전보장관련법(안보법)' 11개의 논의 및 실행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최근 일본의 행보를 '보통국가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의 경우는 이를 '재무장의 길' 혹은 '군국주의화'로 못 박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친미 노선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일 간 최근 이슈는 7월 12일 발표된 중국에 대한 필리핀의 제소에 관한 헤이그 상설 중재 재판소(PCA) 판결인데, 일본의 입장은 미국과 같다. 동 판결이 "최종적이고 구속력이 있으므로'(final and binding)" 당사국들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양국 간 센카쿠/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남아있는 한, 동 해역에 대한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만해협(양안관계)도 긴장이 지속,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행정부가 양안 관계의 기초인 '92 공식(共識, 공동 인식)'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대륙과는 거리를 둔 친미, 친일, 친아세안(ASEAN) 정책을 추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양안 간 경제 및 교류 축소, 그리고 대만의 대외 관계에 대한 압력과 같은 보다 강압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상기한 PCA 결정에 대해서도 대만은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했을 뿐만이 아니라 대륙 중국과의 협력 불가 방침을 표명했는데, 이 또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다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CA 판결은 필리핀-중국 간의 소송이나 난사군도에는 섬이 없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실제적으로 많은 해당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대만은 남중국해의 난사군도에서 가장 큰 섬/지형물(0.51제곱킬로미터, 500미터×500미터)인 타이핑다오(太平島, Itu Aba)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 동 판결은 '지속적인 경제생활(즉, 식수)'이 가능하고 '외부의 지원'이 없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 타이핑다오가 섬이 아닌 암석으로 판결되자, 대만(중화민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여 1947년 중화민국 정부가 편찬한 '남중국해 제도 위치도'(南海諸島位置圖)를 재천명했으나 U형선(U型線)과 역사적 수역선을 제기하지는 않기로 했다. ⓒwikimedia.org

타이핑다오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에게 문의한 바에 의하면, 동 지역에는 최소 3개 이상의 우물에서 하루 65톤의 식수가 공급되고 있고, 동 지역의 실효 지배 전부터 정착민들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고 한다. 위의 내용은 대만 정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 재확인되었다.

동 판결은 남중국해(둥사/시사/중사/난사군도)의 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전 지역/해역의 국가에도 해당될 수 있는 함의가 매우 큰 사안이다. 동 판결에 따르면 난사군도에는 섬(island)이 없고, 암석(rocks)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 수역(EEZ)를 주장할 수 없고, 12해리 영해만을 인정받게 된다. 즉, 난사군도는 공해(公海)이고, EEZ를 주장할 만한 지형물/섬은 없다는 것이다.

PCA 결정 중 중국으로서 가장 뼈아픈 점은 중국이 주장해온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이 무효라고 판정한 점이다. 구단선은 남중국해 전체의 80% 이상을 포함하는 점선으로서, 중국의 영토, 영해 주권의 근간이 되는 주장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동 결정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보다 현실주의적(realpolitik) 사고에 입각하여 강압적이고 공세적 태도를 취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라는 오명과 국제적 이미지의 실추는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향후 중국의 대응과 전략은?


PCA 판결이 난 다음 날인 7월 13일 중국 외교부는 동 판결을 '휴지 조각'으로 규정하고 남중국해 백서의 발표를 통해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의 고유 영토/영해임을 재천명했다. 이는 기존 중국의 입장과 차이가 없으나, 이제 명분은 중국과 분쟁 중에 있는 다른 여러 국가에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실제적 행동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무력을 통한 주권 주장에 나설 것인가?

국내외 언론과 식자들이 예견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특히 남중국해와 한반도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여기에 고려되는 주요 국내 변수는 중국의 경제 상황과 2017년 가을에 개최 예정인 제19차 당대회가 될 것이다. 대외 변수로는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분쟁 당사국의 상황(situation) 변화 등이 고려될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국내외 변수가 중국 최고 지도부내에서 어떻게 발현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숙고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중국은 약 15년 전 유사한 대외 안보 환경의 악화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1999년의 경우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미국의 콕스(Cox) 보고서 발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 결렬, 베오그라드(Belgrade) 주재 중국 대사관에 대한 미/나토의 폭격('오폭') 그리고 중국과 대만 간의 관계를 '특수한 양국 관계'로 규정한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의 발언 등 일련의 대외 환경 악화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중국 지도부 내에서 '전략적 평가'를 실시했는데, 이후 중국은 보다 공세적인 대미 관계에 돌입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굳이 중국의 향후 행보를 예견하자면 단기적으로 수사적, 원칙적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 실제 행동은 국수주의적 반관(半官) 언론인 <환추(環球)시보>의 논조보다는 낮은 차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항상 중국을 읽을 때는 공식 발표나 관영 매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중장기적 대결 국면이나 긴장 상태의 유지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국익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보다 온건한(modest)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제 사회의 불안정성과 연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동 PCA 결정은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도 중국과의 이어도 이슈, 그리고 일본과의 독도 논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도 유사한 상황이나 한국으로서는 동 섬/지형물이 암석으로 규정될 경우 EEZ의 확보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동 결정은 주변국의 주장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정문(약 480쪽)에 대한 철저한 조사, 이해와 함께 주변국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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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病员是,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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