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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먹는다는 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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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먹는다는 게 뭘까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다양성이 우리를 구한다
"늘 드시던 것만 먹지 말고, 여러 가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드세요. 먹는 게 단순하면 사람도 단순해지고, 그러면 몸이 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병 자체는 심하지 않는데 몸과 마음의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오래 고생하는 분을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 하고 들여다보면 일상의 어딘가를 과도하게 소모하거나, 소모한 만큼 보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제대로 먹지 못하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나 혼자 먹자고 이것저것 챙기기 귀찮다는 어르신부터, 타지생활하느라 세 끼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학생, 생활에 쫓기다 보니 먹는 데 시간을 오래 쓰지 못하는 분까지 이유는 다양합니다. 풍요의 시대 이면에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제대로 먹는다는 게 무엇일까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음식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건강한 식재료가 본래 가진 영양과 생명력을 최대한 취해야 제대로 먹은 것입니다. 유기농 식품이 유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요. 그런데 식재료의 건강성과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입니다.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 도시인이 식재료를 구하는 장소는 바로 마트입니다. 마트에 진열된 식품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식품이 마트에 진열되는 데는 산업의 논리가 적용됩니다. 수요가 적은 식품. 혹은 노력에 비해 벌이가 시원치 않은 식품은 마트 진열대에서 제외되고 말지요. 이런 상황이 오래되다 보면, 결국 우리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도 그 식품을 못 먹게 될 겁니다.

"열대우림과 산호초의 생물다양성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물다양성도 그에 못지않게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지역적 또는 국제적 연구에 따르면, 작물과 가축의 유전자다양성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농부와 목축업자, 식품제조업자가 다양성을 창조하고 보존하면서 쌓아온 전통 지식도 사라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 우리 인류는 작물다양성의 4분의3을 잃었으며, 지난 7년 동안 한 달에 한 가지 꼴로 가축 품종을 잃었다고 한다."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 지음, 강경이 옮김, 아카이브 펴냄)

하지만 뭐가 문제지? 지금 먹는 것들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배를 불리거나, 음식에서 섭취할 영양만 챙기면 된다는 관점을 넓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망을 생각해 보면, 생물다양성의 축소는 생명 관계망의 약화로 이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다양성이 충분히 보장된 망에서는 한 쪽이 무너져도 다른 부분이 이를 보조하지만, 단순한 망은 한 쪽이 무너지는 순간 전체가 무너집니다. 이미 현실이 된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를 고려한다면, 작물의 다양성과 지구적인 생물종의 감소는 어느 순간 우리가 체감할 수준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작물 다양성이 줄고 먹거리가 단순해진다는 것은 문화의 단순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지역축제에 가도 그곳에서 파는 음식들은 다 똑같습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장맛과 술맛이 달랐던 과거와 달리, 우리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복잡해졌지만 그 속내는 단조롭기 그지없지요.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비슷해진 탓도 있지만, 삶의 기본인 먹거리의 다양성을 잃은 것이 문화의 단순함을 가져온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삶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전통의학 체계는 인간과 생명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집니다. 특정 지역의 환경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달리 해석한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인식 수준의 한계 때문에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도 함께 섞여 있지만요. 그런데 요즘 우리가 생명을 대하고 병과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획일화되었습니다. 물론 정답만 남는다면 좋겠지만, 길지 않은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늘 진리를 탐구했을 뿐이지, 영구적인 정답을 얻은 적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건강관리와 질병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에서도 합리적인 다양한 관점이 살아 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지요.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다스리는 데 무엇을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먹는 식재료의 건강함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요. 이제 식재료라 이름 붙인 생물의 망인 생태계 전반의 건강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내 건강과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건강보다 더 큰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겠지요. 큰 건강이 보장되면 우리 개개인의 건강을 유지하기는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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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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