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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을 친구를 사귀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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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을 친구를 사귀면 건강해진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웃음 교실보다 웃음 친구를
"거울 보면서 웃는 연습을 좀 하세요. 표정도 습관이거든요. 세상 다 산 듯한 표정을 짓고 살다보면, 우리 몸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진료하다 보면 얼굴에 생기를 잃은 분을 보게 됩니다. 천천히 매듭을 풀어가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과거를 감추려 하거나 현재 진 짐이 버겁고 앞으로 남은 시간에 기대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론 병을 고치라고 했더니 별 것을 다 묻는다며 화를 내는 분도 있지요.

이런 환자가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지면 웃는 연습을 할 것을 주문합니다. 이때 가장 많은 대답이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요." 입니다. 그럼 저는 "웃는 것도 습관이니 자주 웃어버릇 해야 개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웃음이 나옵니다."라고 말하지요.
"사람들은 어느 근육을 움직이라는 우리의 지시에 따라 그 근육을 움직였고, 그러면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대부분은 감정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이번에도 모든 표정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앞선 연구에서 보편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이라고 정의 했던 그 표정을 지을 때만 그런 변화가 일어났다.

뇌와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웃음만 연구한 적이 있는데, 나는 웃음을 지으면 뇌에서 즐거울 때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모든 웃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예전 연구에서 ‘진심에서 우러난 즐거움’ 이라고 정의한 웃음만 그런 변화를 일으켰다." (<얼굴의 심리학>(폴 에크먼 지음, 이민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웃음이 일으키는 뇌의 변화와 건강상의 효과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 요법이라는 치료법도 생겼고, 노래 교실처럼 웃음을 강의하고 체험하는 교실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매체로 접하는 웃음 교실 수강자의 모습에서 간혹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곤 합니다. 얼굴은 분명 웃고 있는데 즐거움이나 기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웃는 표정을 지을 때 근육의 움직임은 뇌에 우리가 웃을 때와 같은 자극을 줘 우리가 즐거울 때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과 같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사건–뇌의 변화-감정-얼굴의 표정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바라보면 일면 맞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몸이 그렇게 단순하게 반응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즐거워서 웃을 때만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럼 웃음요법은 소용없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아니지요. 먼저 웃는 표정을 지으면 내 몸이 즐거울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고 인식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내가 그렇게 변화한다고 의식을 집중하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 일어나지요.

다음으로 보다 정교한 표정 만들기의 효과입니다. 무작정 소리 내서 크게 웃는 게 아니라, 인간이 정말 즐거울 때 웃는 표정을 연구하고 그것을 최대한 얼굴 표정에 구현해서 뇌가 착각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마치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설픈 연기는 관객에게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무작정 웃는다고 뇌가 감동하지 않습니다. 표정 하나에 관객이 웃고 우는 명배우 수준의 연기가 필요합니다. 즉, 본인의 내부로 침잠하고 몰입해서 실제 감정을 이끌어 내고, 그것이 얼굴에 표현되어야 뇌가 감동하고 변화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웃음이란 배를 타고 자신의 내면을 여행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자연히 웃음에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달리 보면, 웃음마저 배워야 할 만큼 현대인의 삶이 무미건조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감정과 삶을 나누면서 자연스레 웃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의 부재가 심각한 수준이지요. 만남이 있더라도 아주 얕은 수준에서 서로를 공유하니, 의미 없는 웃음을 지어야 하는 관계에 머물기 쉽고요. 웃음 교실을 찾아 신나게 웃으면서 만회해 보려 하지만, 웃음 명연기를 펼치지 못하는 한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듯합니다. '친구 셋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성공 여부를 떠나 그냥 만나면 편하고 즐거운 친구가 있음은 삶에 큰 행운일 듯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희즉기완(喜則氣緩)'이라고 합니다. 즐거우면 기의 흐름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이지요. 과도한 신체적․감정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기의 흐름이 급하고 막혀서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생기는 병에 잘 걸립니다. 이럴 때 웃음은 무엇보다 효과적인 약입니다. 웃음 친구가 있는 삶을 선택한다면, 건강을 위해서나 행복한 삶을 위해서나 매우 좋은 결정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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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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