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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시진핑, 푸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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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시진핑, 푸틴이 필요하다 [김태호의 중국 군사세계]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화 ④ : 중-러 협력의 본질과 동아시아에의 함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라시아 2대 대륙 세력의 공조는 '중-러-북 대(對) 한-미-일'이라는 신 3각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 그것도 냉전이 종식된 지 4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 말이다.

필자는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의 지난 글에서 '중국군 내 러시아 무기 및 장비'를 연재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전력 측면보다는 전략적 측면에 중점을 두어 중-러 관계가 미국 및 동아시아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자 한다. 중-러 관계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를 종합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주요 패턴과 추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러 협력의 발전 추이와 한계

1991년 12월 소연방이 해체되고 이듬해 러시아 연방이 설립될 당시 러시아는 과거 초강대국에서 지역 강대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구소련 및 서방 국가 등 대외 관계의 재설정이 필수적이었다.

그 중 우선순위를 점한 것이 중국과의 관계였는데, 무려 7200킬로미터의 긴 국경선 재조정을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국경 병력의 감축, 그리고 중앙아시아 3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및 중국과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창설 등이 이뤄졌다. 냉전 시기 중소 분쟁의 뼈아픈 기억과 중국에 대한 오랜 불신에도 불구하고 Su-27기와 같은 첨단 무기의 수출이 이뤄진 근본 원인은 러시아 국력의 약화였다.

중국은 개혁 개방을 추진한 지 10년째인 1989년에 천안문 사태를 겪었고, 곧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의 경제 군사 제재를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첨단무기 및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국가는 러시아뿐이었고, 중-러 국경(4300킬로미터)의 안정은 개혁 개방의 중점 지역인 중국의 동남부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했다. 1992년 초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이뤄졌고, 동년 8월 24일 한국과의 외교 관계가 성립되었다.

양국의 협력은 점진적이나마 지속적으로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데, 수많은 회담, 성명 및 협정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많은 부분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규모 경제 협력 프로젝트인데, 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러시아 전문가 윤익중 교수에 의하면, 2014년과 2015년 양국이 체결한 투자 계약 350건 중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 것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과거 사회주의 행태에서 보듯이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위로부터의 설계(頂層設計, top-down design)'에 따른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유라시아 양대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량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양국 간 교역액은 2013년 미화 760억 달러, 2014년 953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 중심 정책의 결과로 보인다. 참고로 2014년 한중 교역액은 2354억 달러였다. 이에 비해 동년 중국과 미국 간 교역액은 약 5550억 달러였고, 러시아와 미국의 교역은 2013년 기준 382억 달러로 미국의 총 교역액 가운데 1%가 되지 않는다. 즉, 교역만을 놓고 보면 중국의 대미 교역은 매우 중요하며, 러시아는 중국의 10대 교역국에 끼지도 못한다.

이와 같은 불균형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 간 회동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국가주석에 선출된 2013년 3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푸틴 대통령과 총 12회 회동했다. 중국의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은 5년에 연임 가능하기 때문에 시진핑은 당 총서기직은 2022년 말까지, 국가주석직은 2023년 3월까지 유지할 것이다.

▲ 2015년 러시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회담에 함께한 시진핑과 푸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 회담은 매년 열리고 있다. ⓒwikimedia.org

이에 비해 푸틴은 4년 임기 대통령직을 2000년에 시작하여 연임(2000~2007년)했고, 이후 메드베데프와의 정치적·개인적 타협을 통해 4년간(2008~2011년) 총리직을 수행한 후,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다시 선출되었다. 즉, 2012년 새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2018년 5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 푸틴 대통령은 4번의 대통령직(총 18년)을 포함, 러시아 최고위직에 무려 22년을 재직하게 된다. 러시아 국내 정치에 대한 함의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에 대한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중-러 양국은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2005년 이후 연간 실시되고 있는 연합 훈련인 '평화 사명(Peace Mission)'이다. 동 훈련은 2013년 6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 훈련, 2014년 1월 흑해/지중해 훈련, 2014년 5월 동중국해 훈련, 2015년 5월 지중해 훈련 등 훈련 장소도 일방이 관심이 있는 지역/해역을 번갈아 가며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군(즉, 적군)을 운용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위는 중국 및 러시아 측 언론, 그리고 서방 주요 언론을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

대(對)미 공동 외교 노선과 동아시아 안보

지난 7월 8일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다음 날 중국의 관영 및 준(準)관영 매체는 동 결정에 대한 비난을 쏟아 냈다. 그 중 중국 외교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국의 방어 수요를 크게 초과하며, '전략적 안전(즉, 안보)'과 '전략적 균형'을 해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적어도 중국 정부가 한반도에 대해 언급할 때 잘 쓰지 않는 표현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의 문제가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외부 강대국 간의 관계로 보고, 또한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의 의도는 지난 6월 말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 성명에도 나와 있는데, 미사일 방어와 사드에 대한 부분에서 "현대 전략 문제의…­광범위성과 다면성…"을 이해해야 하며 중-러는 전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발전 배치는 '비건설적 행위'로서 국제 및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안보 및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중국이 러시아와의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행태와 역내 '외교적 양극화'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의장 성명에 '사드 문제'가 언급되어야 한다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이를 반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도 동 추이를 반영하고 있다. 결국 '사드 문제'는 의장성명에 채택되지 않았지만 중국이나 미국도 강력한 우방이 절실한 입장이다.

중국으로서는 9월 초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대외적 지지가 필요하다. 또한, 지난달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구단선(九段線)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큰 난제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비(非)타협적·강압적 태도는 주변 국가들의 단합을 유도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소위 '전략의 논리'다. 우리뿐만 아니라 역내 국가들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구조화되는 추이를 잘 읽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중-러 관계는 그 중요한 단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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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行政,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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