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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예술로 만들면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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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예술로 만들면 건강해집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아름다움에 눈뜨자
"아빠! 쓰레기들이 춤을 춰요."

길을 걷던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건물 사이 바람길에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 주변의 작은 쓰레기들과 나뭇잎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저만치 있던 비닐봉지까지 파티에 참여했지요.

그러기를 한참. 춤의 향연은 정말 바람처럼 끝났고, 아이는 다시 춤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에게서 제 시선이 떠났을 때, 그 공연의 관객은 우리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보였지만, 그들의 시선은 누군가를 향하거나 자신이 갈 길에 머물렀지요.

아이에게 좋은 공연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손을 잡고 걷다가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마치 첫눈이 내릴 듯했어. 공중엔 자력이 넘실댔고, 춤 소리가 들렸어. 이해하지? 저 봉지는 나랑 춤을 추고 있었어. 같이 놀자고 떼쓰는 애처럼. 무려 15분 동안이나. 그날 난 체험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신비롭도록 자비로운 힘을. 내게 두려울 게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줬지. (…)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해. 이 세상엔 말이야." (영화 <아메리칸 뷰티>)

생기를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매사 시큰둥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저 귀찮아합니다. 지금의 불편함을 빨리 없애는 것에나 관심을 보이지요. 이런 분들은 일상에도 무관심하기가 쉬워서, 그냥 살아갈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가다가 나뭇잎 하나, 꽃잎 하나에도 관심을 보이고 개미나 나비를 따라다니는 아이들과는 정반대로, 삶 자체가 천천히 시들어 가는 느낌이지요.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낸 시간이 오래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굳고 기의 흐름이 정체되어 타고난 체질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몸에 병이 오지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딱딱하게 굳은 몸과 정신을 풀고 화해시켜야 하는데, 이 작업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생기 잃은 환자는 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작은 실천부터 권하는데, 그중 한 가지가 아름다운 것과 마주하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부추기는 것입니다. 전시회나 공연장에 가서 미술이나 음악 작품을 감상하면 좋죠. 가능하면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아름다운 활동에 참여하길 권합니다.

그러면 역시나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분이 많지만, 반신반의하면서 실천하는 분도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치료의 반응이 꽤 차이가 납니다. 아름다움과 접한 환자의 굳은 몸과 마음은 마치 마른 땅에 이슬비가 내리는 것처럼 부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본인이 직접 예술 활동에 참여한 분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예술적 활동이 굳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생기를 불어넣어 줬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면 무감각하게 지내왔던 일상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예전과 같지만, 나의 시선이나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건강 회복도 예전보다 한결 쉬워집니다. 내면이 변화했을 때는 몸의 변화도 잘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하지만 분명 끝은 있는 여정의 어느 한순간에 섰습니다.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아는 눈이 없다면, 이 긴 여정은 참으로 삭막할 것입니다. 삭막함 가운데서 찬란한 생명을 꽃 피우기란 어렵지요.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아름다움과 친해지길 권합니다. 일상에 경탄할 줄 아는 아이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회복한다면, 삶과 건강의 문제 모두를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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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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