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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안 좋아도, 꿀잠 잘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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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안 좋아도, 꿀잠 잘 수 있어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동의보감>의 잠 잘자는 법
"요즘은 잘 자다 깨고, 쉽게 잠들지도 못하네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인지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습니다. 환절기가 되면 몸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기운의 소모가 많습니다. 여기에 수면이 부족하거나 수면 질이 떨어지면, 피로가 누적되어 병이 발생하거나 악화하기 쉽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거나 섭생에 힘쓰지 못했던 분이라면 더 힘들지요.

수면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길게 잘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게 놔두질 않지요. 그럼 결국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써야 합니다. 잠을 잘 자는 법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저는 <동의보감>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누울 때는 몸을 옆으로 해서 무릎을 구부리는 것이 좋은데, 이렇게 하면 심장의 기운을 북돋워준다. 깨어나면 기지개를 켜는 게 좋은데, 이렇게 하면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몸을 쭉 반듯이 펴고 누워서 자면 귀신과 삿된 것을 부르는데, 공자가 시체처럼 자지 말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킨다. 불을 밝게 밝힌 채 잠을 자면 정신이 불안해진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기운이 소모된다. 밤에 잘 때 항상 입을 다물고 자는 것을 습관화해야 하는데, 입을 벌리고 자면 기운이 빠져나간다. 게다가 나쁜 기운이 입을 통해 들어가 병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람은 잘 때 하룻밤에 다섯 번 정도는 자세를 바꾸는 것이 좋다.

밤에 잘 때 편치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이불이 너무 두꺼워서 열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빨리 이불을 걷고 땀을 닦는다. 혹 이불이 너무 얇아서 추위를 느끼면 더 덮는다. 이렇게 하면 편안히 잘 수 있다.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지 않으면 가볍게 음식을 먹고, 배가 불러서 잠이 오지 않으면 차를 한잔 마시고 가볍게 걸은 후에 앉았다가 잠자리에 든다."

먼저 수면 자세를 보면,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힌 자세를 권하고 몸을 쭉 펴고 반듯이 누워서 자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낮 동안 몸을 움직여 활동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합니다. 낮이 발산하고 움직이는 양의 시간이라면, 밤은 수렴하고 쉬는 음의 시간이지요.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는 자세는 이러한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몸이 충분히 이완되고 편안해야 하는데, 몸을 쭉 펴고 반듯이 누우면 신체적 긴장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특히 흉곽과 허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잠을 깊이 자기 어렵고, 긴장된 부분에 위치한 장부들도 이 긴장의 영향을 받아 좋지 않지요. 더구나 반듯이 누워서 잘 때보다 옆으로 누워서 잘 때 뇌의 글림프 시스템이 더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옆으로 누워서 잘 때 생기는 문제가 있지요. 바로 척추의 정렬이 틀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좌우를 번갈아 가면서 자세를 바꾸어 주면 됩니다. <동의보감>에서 하룻밤에 자세를 5번 정도 바꾸는 것이 좋다는 설명의 의미입니다. 목에서 어깨 정도 높이의 베개를 베고, 무릎 사이에 가볍게 이불을 끼고 자면 척추가 더 편하겠지요.

입을 벌리고 자면 좋지 않다는 말은 비염 등으로 인해 입으로 호흡하는 환자들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안이 건조해져 면역 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외부 균의 침입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잇몸과 치아 상태도 나빠지지요. 나쁜 기운이 들어오고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다는 설명은 이런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불의 두께를 조정하라는 얘기는 자는 동안 떨어지는 체온을 일정 정도로 유지하라는 의미입니다. 불을 밝히고 자면 신경계의 긴장을 일으켜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도, 혹은 불러도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도 많은 분이 경험적으로 아실 겁니다. 이는 복강 내 압력과 관계가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프면 압력이 너무 떨어져(뱃가죽이 등에 붙었다고 표현하지요) 긴장을 유발하므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부르면 압력이 가슴으로 차올라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편하게 잠드는데 방해가 되지요. 이럴 때 음식을 가볍게 더하거나 조금 빼내어 배를 편하게 하면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지나친 야식이 숙면을 방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물론 이 외에도 잠을 잘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낮에 햇볕을 충분히 쬐거나,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심신을 이완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지요.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숙면의 요령과, 그 밖에 우리가 아는 세상의 여러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음과 양의 균형입니다. 긴장하고 활동하면서 기운을 펼쳐내는 양의 시간 후에는 이완하고 멈춰서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세상의 많은 잘 자는 방법을 이 기준으로 해석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실천한다면, 깊이 잠들고 가뿐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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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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