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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부검? 결국, 두 번 죽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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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부검? 결국, 두 번 죽이겠다는 것" 대책위 "검찰의 백 씨 부검 운운은 또 다른 국가폭력 행위"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백남기(69) 씨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언제 사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의료진들은 백 씨 가족들에게 대기해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사망 직후 백 씨를 부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파렴치한 부검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며 "부검을 운운하기 전에 10개 월 간 해태해왔던 수사나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검찰은 병원 의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백 씨가 사망할 경우, 부검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백 씨의 경우, 현재 검찰 조사 중이라 가족 동의나 법원 영장 발부 없이 부검이 가능하다. 앞서 용산 참사 때도 철거민 5명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바 있다.

유가족이 반대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시신을 가져가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5일 자정께에는 백 씨가 입원한 병원에 경찰 병력 3개 중대 250여 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들 배치가 백 씨의 부검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파렴치한 부검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며 "부검을 운운하기 전에 10개 월 간 해태해왔던 수사나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허환주)

"박근혜 정부, 파렴치한 의도 드러내고 있다"

대책위는 "박근혜 정권이 최소한 양심이 있는 정권이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이제는 한 술 더 떠 검찰을 동원해 부검을 하겠다는 파렴치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들은 "지난 열 달 동안 어떻게 하건 조사를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검찰이 이제 백남기 농민이 위독해지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백남기 농민을 두 번 죽이는 부검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는 막장으로 치닫는 이 정권의 끝 간 데 없는 후안무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검은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직접적인 원인을 찾겠다는 명분 아래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물대포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결국,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해 부검을 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2005년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사건에서 검‧경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두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평소에 앓던 지병 때문이라고 우긴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의 늦장 수사도 질타했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수많은 영상과 증언이 넘쳐나고 사건 발생 직후 고발조치가 이뤄졌음에도 검찰은 이 사건을 무려 10개월째 '조사 중'이라고만 하고 있다"며 "그 10개월이면 이미 책임자들을 구속하고 1심 재판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명백한 수사 해태이자 직무유기로, 검찰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정권의 충견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스스로 검찰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더는 수사를 맡길 수 없다.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손문상)

"결국, 백 씨를 두 번 죽이겠다는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일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백남기 씨가 쓰러진 원인은 이미 당시 기사, 동영상 등을 통해 물대포의 살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또한 당시 서울대 응급센터 후송 이후 백 씨를 수술한 집도의도 백 씨의 외상 출혈은 물대포로 인한 외부적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여러 차례 백 씨 가족들에게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백 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 씨 담당수술 선생은 인권위 조사관에게 뇌손상 수준은 그냥 넘어져서 받은 충격이 아닌 '고층 빌딩에서 떨어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백 씨가 후송된 당일 수술 업무기록, CT 등을 계속 모니터링 해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들도 출혈 원인이 물대포 직사 살수 말고 제 3원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검찰의 부검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물대포가 명백한 사인임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도 검찰이 부검을 하겠다는 의도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강제부검은 백 씨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하는 또 다른 국가폭력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백 씨가 살아있을 때 머리를 열고 사인을 확인했다"며 "그런데 백 씨가 죽고 난 뒤에도 다시 머리를 열어 사인을 확인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백 씨를 부검하는 것은 결국, 백 씨를 두 번 죽이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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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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