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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씨 사망, 추모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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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씨 사망, 추모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현장] 1000여 명 시민들, 고 백남기 추모 촛불집회…조문 시작

"왜 이제와서 또 부검을 하는가. 이것은 돌아가신 어르신을 상대로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잘못한 사람을 밝혀내고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 힘을 모아 그 길로 나갔으면 좋겠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에 핏대가 섰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고인이 된 백남기 씨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위법했음을, 그리고 시신 부검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의식을 잃은 지 317일 만인 25일 사망한 백남기(69) 씨를 애도하는 촛불집회가 이날 저녁 7시3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 의원은 경찰의 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경찰은 백남기 씨가 돌아가시자마자 수많은 병력을 동원해 병원을 막았다"며 "시민을 사람으로, 주인으로 대하는 민주주의가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논란이 되는 부검을 두고도 "이제 와서 왜 부검을 하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라며 "그간 300일 넘게 의료진들에 의해 모두 검사받고 진료한 기록이 다 있는 상황임에도 굳이 부검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강한 어조로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추모만 하러 온 것이면 안 된다. 추모에만 머물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 다음으로 나가야 한다. 더는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되지 않는가. 내 일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으면 나중에 내 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언제까지 미안하다고만 할 것인가. 평생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고만 할 것인가. 오늘 이 자리에서 또 그럴건가. 그건 사람이 사는 방식이 아니다. 이제 떳떳하게 살자. 이 자리에 몇 시간 있다 간 걸로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말자."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9시께 마무리됐다. 백남기 씨 유가족들은 고인 관련 재발방지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무기한 장례를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매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신 운구 과정에서 시민-경찰 마찰

한편, 이날 시민들의 조문은 쉽지 않았다. 검찰과 검시관이 도착해 고인이 안치된 안치실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일반인들의 장례식장 입장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3시50분쯤부터 시민 100여 명은 백 씨가 사망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장례식장까지 가는 백 씨 운구차를 엄호했다. 행여 경찰에 고인의 시신을 강제로 탈취할까 우려한 것.

백 씨 시신을 장례식장까지 옮긴 시민들은 이후 검찰의 검시를 막으며 약 3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경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담당 검사와 형사, 검안의를 서울대병원에 보내 검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백 씨 유족과 백남기 대책위 등은 "백 씨의 사인을 바꾸려는 시도"라며 "백 씨는 '물대포 직사'에 의해 죽은 것이 확실하므로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다.

ⓒ프레시안(허환주)

검시 시작되면서 조문도 허용돼

검찰은 "일단 검시만이라도 하겠다"고 요청했고, 유족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과 검시관이 오후 6시2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안치실로 들어갔다.

검찰과 검시관이 도착해 안치실로 입장함과 동시에 일반 조문객들의 장례식장 입장도 허용됐다.

경찰은 이날 백 씨가 사망한 서울대병원과 시신을 부검하게 될 경우를 대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주변에 45개 부대 36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검찰의 검시 이후 지휘에 따라 부검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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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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