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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송민순 회고록' 빌미로 색깔론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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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누리, '송민순 회고록' 빌미로 색깔론 총공세 文 측 "내부서 '기권' 최종 결정 후 北에 통보"…송민순 주장 반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2007년 유엔(UN)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권' 표결에 앞서 북측과 의견 협의를 진행하는 데 개입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주장이 그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지며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최순실·차은택 게이트'가 일파만파 퍼졌던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 터져 나온 이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서 새누리당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색깔론'을 역시나 꺼내 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겨냥해선 '북한과 내통·모의하며 북한의 '종노릇'을 했다'는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대북 결재 요청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라는 이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 및 가동하며 색깔론 총공세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과의 면담 기록 가지고 싸우게 돼 있다(우상호 원내대표)"며 정면 돌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도 나서 2007년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의 내부 논의 결과를 상세히 밝히며 "기권 결정 후 북에 통보한 것"이라며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미르·K스포츠 재단 비선 실세 의혹으로 안 그래도 대결 국면을 지속해 온 여야가 '혈투'가 예고됐던 연말 예산 정국에 본격 돌입하기도 전에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 빨려들며 강 대 강 대치는 쉼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 만난 새누리 "철저한 진상 규명에 모든 방법 총동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앞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고 한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16일에는 "다시는 정부에서 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는 2007년 인권 결의안 표결 전 북과 "내통한 것은 나쁨을 넘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11년 계류된 끝에 통과한 "북한인권법도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더민주가 질질 지연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했고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은 박맹우 사무총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에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세세한 방법은 내일 최고위원회의와 중진 회의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스크포스에 당력을 집중해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주류의 대북 관련 문제 전반을 검증대에 올리며 대대적인 '색깔론' 공세를 퍼붓겠다는 예고다.

우상호 "이런 식이면 2002년 박근혜-김정일 면담 갖고 싸우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면 돌파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사건의 당사자로 떠오른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활용해 이 전 대표의 '내통' 발언은 "대단히 모욕"이라며 "내통이라면 새누리당 전문 아니냐"는 이례적인 강경 발언을 꺼내놨다.

문 전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2007년 11월 15일 안보장관 조정회의에서 찬성과 기권 중 자신이 어떤 의견을 내놨는지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이 역할을 대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당시 비서실장 문재인은 찬성 의견을 피력했으나 다수가 기권이어서 다수 의견을 따랐을 뿐이다가 팩트(사실)"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등 5인이 참석해 찬성이냐 기권이냐를 두고 토론을 벌였으며, 다수 의견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기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사건의 핵심인 '북한 의견 청취에 문재인 전 대표가 관여했느냐' 여부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 저의 최종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군데 알아본 바 이후에 북한 입장을 듣느냐 안 듣느냐는 문 당시 실장이 관련한 바가 없다"며 "새누리당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부터 해야지 노력도 않고 규정하는 것은 성급했다.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북한의 종노릇을 했다'고 규정한 사람들은 당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종노릇을 했다'는 발언은 박맹우 사무처장에 입에서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과의 2002년 면담을 거론하며 역공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당시 면담 때 박 대통령이 무엇이라고 얘기했는지 일부 흘러나온 이야기도 있다"며 "당시 박 대통령이 한 말이 훨씬 심각한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한 분들의 (발언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꾸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박 대통령의 김정일 면담 기록 가지고 싸우게 돼 있다. 그게 바람직하겠느냐"며 새누리당이 미르·K재단 사태로 "그동안 수세에 몰리다가 뭐 하나 잡았다 싶은 것 같은데 말씀 과하게 하면 안 된다고 경고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 참여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펴낸 '빙하는 움직인다'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뇌부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당시 실장이 수용했으며,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07년 3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는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불 붙은 진실 공방…김장수 "나는 당시 찬성했다" 송민순 회고록 반박

문 전 대표가 북한 의견 확인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우 원내대표의 설명은 송민순 전 장관이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밝힌 사건 전후와 다소 배치된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하고 다음 날 노 전 대통령에게 '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관저로 보냈으며, 이에 노 전 대통령이 다시 회의를 지시해 열린 18일 저녁 청와대 회의에서 문 당시 실장이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말했다고 썼다.

이는 송 전 장관이 회의에서 '한국이 나서 완화시킨 결의안 정도에는 찬성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유엔 북측 대표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맞서자 문 당시 실장이 김 원장 주장 쪽에 손을 들어주며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송민순 장관의 회고록 자체를 둘러싸고도 진실 공방이 불가피하게 벌어지게 됐다.

게다가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김만복 국정원장·백종천 실장은 기권을, 자신은 찬성을 주장했고 김장수 국방장관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고 했으나, 김 전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 현재 주중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나는 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권 쪽으로 분위기가 가자 회의를 주재한 백종천 실장에게 '소수 의견으로 김장수는 찬성한다고 했다'는 점을 회의록에 넣어달라고 한 것도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 대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주중대사로 취임했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 측이 이날 오후 들어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며 실제로는 2007년 11월 20일(현지 시각) UN 표결 며칠 전인 18일 청와대 회의에서 '기권' 쪽으로 최종 결정을 한 후 북한에 '통보'를 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회고록 내용이 틀렸다는 정면 반박이다.

문재인 측 "기권 최종 결정 후 北에 통보…대화 국면 중 통상적 일"

이 같은 정면 반박에 나선 이는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으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 직접 나서 "제가 알고 있는 것과 회의에 참석했던 분들의 기억을 취재해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2007년 11월 중순 인권 결의안을 둘러싼 정부 내 핵심 관계자들의 논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일단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기권하기로 결정한 사항을, 당시 남북정상회담 직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던 시점이라 북에 통보하기로 했다"며 "결의안에 대한 결정을 북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도 없었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을 다시 짚어보면, 11월 20일(현지 시각) UN 표결에 앞서 남북은 10월 2~4일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했고 11월 14일~16일에는 남북총리회담을 서울에서 했다. 이처럼 대화 국면이 열려 있는 조건인 만큼, 한국 정부 내부에서 내린 '기권' 결정을 북에 사전 통보해줬단 게 김 의원 설명 내용의 핵심이다.

김 의원은 기권 결정은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 전날 안보정책 조정회의 논의 결과가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그 결과를 토대로 16일 최종 결정된 것"이라며 이 이후부터 상황은 강경한 '찬성' 입장이었던 송 전 장관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송 장관이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아 11월 18일 청와대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관련 장관들과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다시 한 번 논의를 했다"며 "기권 결정을 번복할 만한 사유가 없어 유지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밝힌 대로 문 전 대표는 당시 '찬성 입장'이었다는 점도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의 기억과 이 전 장관의 당시 정책 보좌관이었던 홍익표 의원의 TV 토론 발언을 근거로 재확인했다.

김 의원은 "첫 회의(11월 15일)에서 문 전 대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기억하고 있고 당시 정책 보좌관이었던 홍익표 의원이 이를 전해 듣고 몇 년 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그 동영상도 갖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기억을 못하는데 이재정 장관이 회의를 다녀와 보좌관에게 열을 내면서 문 전 대표를 비판하듯이 이야기했다고 홍 의원이 TV 토론회에서 얘기했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해당 동영상을 출입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대북 통보 시점은 18일 안보정책 조정회의 결정 후라고 그는 거듭 밝혔다.

김 의원은 "통보 과정이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지만 통상 남북 회담 후 대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런 이슈가 있으면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통상적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거듭 설명하며 "결의안을 기권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북한에 다시 물어보고 결정하자고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공식 논평' 없이 사태 주시…박지원 "새누리, 전근대적 색깔론"

한편, 국민의당은 '사실 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현재까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당국 간 외교적 협의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만약 (북의) 지시를 받았다면 주권국가로서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며 "저도 대북 대화론자로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 등으로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 대화와 협상을 했지만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서거하신 노 전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관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노 대통령이 다수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한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동시에 새누리당을 향해 "박 대통령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최순실 씨, 청와대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과 내통했다'느니 등의 전근대적인 색깔론 구태를 재현하는 등의 공격은 지양해야 한다"며 "국면 전환을 위해서 고장 난 유성기를 트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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