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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은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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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은 삼성이다 참여연대 "재벌은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뇌물로 산 공범"

사이비 교주 최태민 씨 일가와 삼성의 검은 거래가 속속 드러난다. 삼성이 그간 해 왔던 거짓 해명 역시 밝혀지고 있다.

최순실에게 직접 돈 준 재벌, 현재로선 삼성뿐…"권력 관리 위한 뇌물"


삼성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전달한 204억 원 외에는 최 씨 측에게 준 돈이 없다고 했다. 최태민 씨의 손녀인 정유라 씨(최순실 씨의 딸)의 승마 활동을 위해 삼성이 돈을 대 왔다는 의혹에 대해 삼성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딱 잡아뗐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은 삼성의 해명이 거짓말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35억 원을 최순실 씨 모녀가 소유한 코레스포츠 측에 전달했다. 이런 자금은 여러 계좌로 쪼개져서 전달됐다. 떳떳한 돈이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이 매달 80만 유로(약 10억 원)을 매달 최 씨 측에게 송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말, 최 씨의 독일 회사에 입사했던 이의 증언이다. 그가 입사하기 전부터 삼성이 매달 80만 유로씩 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삼성은 최소한 1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최 씨 측에게 보냈다는 뜻이다. 삼성이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정유라 씨가 출전하는 마장마술 종목에 18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약속 및 다양한 현물 지원까지 고려하면, 삼성이 최 씨 일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한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지금껏 드러난 바에 따르면, 국내 재벌 가운데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최 씨 측에 돈을 준 재벌은 삼성뿐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3일 "삼성이 정권 실세인 최순실을 통해 최고 권력을 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외환은행 조기 통합 앞두고 최순실 위해 '돈세탁' 의혹

이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3일 논평을 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종착역은 뇌물을 통한 정경유착"이라는 제목이다. 아울러 이 논평은 KEB하나은행의 '돈세탁' 의혹을 거론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게 돈을 준 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정권의 협조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KEB하나은행이 최 씨 일가에게 특혜를 주고 돈세탁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의 조기 통합을 지지한 것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된 지난해 9월 당시, 금융위원장은 임종룡 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였다. 당초 금융위원회의 방침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됐지만, 5년 동안은 독립 경영을 하도록 보장한다는 거였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 입회 하에 하나금융지주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 지부가 합의한 내용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이 이런 약속을 깨고 지난 2015년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추진했고, 금융위원회도 이를 지지했다.


KEB하나은행은 정유라 씨를 위해 거액의 외화 특혜 대출을 해 줬다. 이런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인사상 혜택을 봤다. 또 KEB하나은행은 독일법인 등을 이용해 최순실 씨의 자금 세탁을 도와 준 혐의로 코메르츠 방크, 도이체 방크 등과 함께 독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에 대해 "각국의 금융 감독 기구가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 돈세탁(international money laundering)에 개입된 의혹"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KEB하나은행이 이런 일을 벌인 시기다. 바로 지난해였는데, 당시는 KEB하나은행에게도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는 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의 설명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KEB)하나은행에게는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무리한 통폐합의 성공을 위해 윗선의 암묵적인 동의나 묵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뤄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대한 이야기다.

전경련이 피해자?…"소원 수리 위한 자발적 협력"


물론, 최 씨 일가를 부당하게 지원한 건 삼성과 KEB하나은행만이 아니다. 최 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은 53곳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중간 실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게다.


전경련은 과연 피해자인가? 역시 아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 사건에 연루된 재벌 대기업과 금융 기관들은 단순히 정치권의 압력에 불가항력적으로 굴복했다기보다 각종 특혜의 유지·확대와 각자의 소원 수리를 위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정권에 협력했을 개연성이 더 농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제 서명 운동' 한 까닭?

53개 대기업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낸 돈은 약 774억 원이다. 이들 대기업은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나.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크게 두 가지를 거론했다.

첫 번째는 '경제 민주화 공약'의 폐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총수 일가로부터 독립적인 이사와 감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 역시 추진했었다. 실제로 취임 첫 해인 2013년 7월 17일, 법무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상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여 뒤인 2013년 8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 '경제 민주화 공약' 이행은 그렇게 중단됐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민원 사항이던 노동 관련 5대 법안, 기업구조조정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추진이었다. 전경련은 이들 법안에 대해 '민생 구하기 입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빠른 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했다.


올해 초, 박 대통령은 이들 법안 처리를 위한 서명 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또 이런 서명 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했었다. 이에 대해 '관제 서명 운동'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대통령이 특정 이익 집단과 함께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는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대한 모금이 진행되던 때와 겹친다. 따라서 이들 재단에 돈을 낸 전경련 산하 기업과 대통령 사이에 물밑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인다.

"재벌은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뇌물로 산 공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 말미에서 "뇌물을 통한 정경유착이 작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자 궁극적인 종착역"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재벌 대기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이 된 권력형 비리의 희생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뇌물로 산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최 씨 일가에게 줬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 KEB하나은행이 국제적인 금융 범죄자로 낙인 찍힐 위험을 감수하면서 최 씨 일가를 지원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에게 원하는 게 있었다. 또 박근혜 정부는 그걸 준 정황이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무엇보다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의 뇌물 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순실 씨에 대해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뇌물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뇌물 죄가 적용되면,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준 재벌 및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그걸 피하려고 직권남용 등 혐의만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의 뇌물 죄"라는 표현을 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역시 이런 비판에 동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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