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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촛불 시민'의 분노 "박근혜는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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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촛불 시민'의 분노 "박근혜는 병원으로!" [현장] 주최 측도 놀란 열기, 2008 '촛불 소녀'의 재림

주최 측도 놀란 열기였다.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 행동' 문화제 참가자는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최 측은 당초 10만 명 참가를 목표로 삼았었다. 부산, 대구, 경주, 광주, 제주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집회가 열렸다. 전국 참가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발표를 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사과가 담겼다. 하지만 국민은 이를 사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집회 열기로 확인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최순실 씨의 엽기적인 비리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 무책임, 부도덕 등으로 여론의 초점이 옮겨갔다.

세 딸을 뒀다는 한 여성은 이날 문화제 연단에 올라 "다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고 가르쳤다는 게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비리는 이런 가르침을 비웃는 사건이다. 그래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왜 이 부끄러움이 우리 몫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외쳤다.

이 대목에서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병원으로"라는 구호도 나왔다.

이날 문화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참가자의 면면이다. 노인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했다. 아기를 안고 온 부모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문화제 참가자가 아닌 행인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던 것도 특징이다.

중·고등학생이 대거 참가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행진 도중 "중고생이 일어섰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자대학교에 부정 입학한 정황에 대한 분노가 깊다는 방증이다.

이날 시민들은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에도 청소년들의 대거 참가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른바 '촛불 소녀'가 등장하면서 시위는 범국민 항쟁의 성격을 띠게 됐다.

다만 당시와 다른 점도 있다. 이번 집회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은 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관성적인 집회 참가는 아니었다. 이날 만난 중·고등학생들은 정유라 씨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남겼다. 그걸 보고 느낀 답답함이 도무지 가시지 않는다는 게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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