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전 대표이자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의 한미 동맹관이 심히 걱정된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접하곤 11월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글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 동맹은 동북아 안정과 한반도 안보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한미 동맹을 더 굳건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냥 흘러버리기에는 여러 가지 걱정이 드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러한 동맹관은 트럼프의 생각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에 반영된 미국인들의 생각과도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비롯한 외국과의 동맹을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동맹국들에게 '돈을 다 내거나 미군 철수를 감수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다.
'선거 때야 무슨 얘기를 못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미국인들의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가 않다. 과반수의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 신물을 내고 있다. '나라 밖의 일은 줄이고 나라 안의 문제나 신경 쓰자'고 호소한다. 트럼프의 동맹관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재선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한 말, 그리고 이러한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주한 미국 대사관과 한국에 파견된 미국의 정보원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미국 본국으로도 보낸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문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한국 정부를 상대하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가령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는 당신이 한미 동맹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하고 더 굳건하게 발전시키자고 말씀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면서 여러 가지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여기에는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에서부터 한국 국방비의 대폭 인상, 미국 무기의 추가 구매, 미국이 해외에서 벌이는 전쟁에 대한 한국군 파병 등이 망라될 것이다. 이전에도 한미 관계에선 이러한 경향은 있었지만, 돈을 중시하고 미군의 부담을 줄이려는 트럼프는 한국을 더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다.
문 전 대표의 부적절한 표현은 트럼프에게만 빌미를 주는 게 아니다.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게도 이용당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묻지마식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이 문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문 전 대표가 한미 동맹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더 굳건하게 발전시키자고 말해버리면 사드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더욱 어려워진다. 문 전 대표가 사드를 유보하거나 반대한다고 하면,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면서 사드를 반대하냐'는 역공에 시달릴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비판의 취지가 문 전 대표가 반미성 발언을 해야 했다고 주장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달라지고 있는 미국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속에 잉태되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목했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나는 문 전 대표가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고 본다.
"한미 동맹의 미래 지향적인 목표는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비핵화를 이뤄나가는 데에 있습니다. 저는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유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10년 가까이 중단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양국의 안보 비용을 줄이고 양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