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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박근혜 하야' 촛불 30년만에 최대…"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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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박근혜 하야' 촛불 30년만에 최대…"이게 나라냐" [언론 네트워크] "지금 이러려고 1번을 찍었는지 자괴감이 든다"

함성은 점점 커지고, 행렬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의 촛불이 '잠들지 않는 남도’의 주말 밤을 환하게 수놓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대통령 퇴진" 함성이 제주시청 일대를 휘감았다.

제주지역 학계, 종교, 정치, 교육, 농민, 언론, 여성 등 분야 103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은 19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지난 시국선언을 한 중·고생과 수능시험을 마친 고3생, 대학생, 가족단위 참가자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줄을 이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 들더니, 집회 시작 6시쯤에는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인도에까지 촛불이 번졌다.

▲ 19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 19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이날은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1987년 대학 새내기 때 6월 민주항쟁을 경험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김우남 전 국회의원(제주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정당 중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을 외친 정의당과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민의당 당직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집회는 식전 문화공연에 이어 임문철 제주행동 상임대표(신부)의 "정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비판만 하고 불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행동하면 바뀐다. 새로운 제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이어 진행된 자유발언에서는 다양한 사연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여중 1학년생은 "김진태 국회의원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한 말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고 했거, 수능을 마친 고3 여학생은 "전국의 고3들아 이제 일어나자!"고 포효했다.

자신을 폴리텍대학생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지난 대선 때 1번을 찍었다. 지금 이러려고 1번을 찍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대통령이 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한 말을 패러디해 웃음을 줬다.

'조천읍에 사는 지유엄마'라고 소개한 40대 여성은 "지금껏 늘 야당을 지지해 왔다. 야당 정치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에 부디 제대로 해 달라"고 일침을 날렸다.

자신을 네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남성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꿈을 꾸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시국을 보여줘서 가슴이 아프다. 지금이라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 모으고 있는 모습을 알려준다면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란 대정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만 굶어도 농업을 우습게 여기지 않을 텐데, 이슬만 먹고 사는 것 같다. 농업을 올바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이 자리 왔다. 앞으로도 계속 희망버스로 참여하겠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제주의소리

▲ 1부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촛불행진. 시청-광양로터리-대학로-어울림마당을 경유한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시청 일대를 휘감았다. ⓒ제주의소리

1부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촛불행진은 이번 촛불집회의 백미였다.


시청을 출발한 수천 개의 촛불행렬이 광양로터리와 해바라기분식, 대학로, 어울림마당을 경유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도 행렬이 이어지면서 꼬리를 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3부 마당에서는 살거스의 퍼포먼스, 소금인형의 노래공연, 하나아트의 사물놀이에 이어 가수 조성일, 제주 대표밴드 사우스카니발의 공연이 이어지면 흥겨운 마당을 연출했다.

제주행동은 이날 촛불 5000개를 준비했다. 주최 측은 집회 초반 준비한 촛불 5000개가 이미 소진돼 6차, 7차 집회를 이어가려면 더 많은 촛불이 필요하다며 즉석 모금함을 돌리기도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촛불집회는 제주에서 열린 역대 집회·시위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최 측 추산 6000명, 경찰 추산 2500명이 운집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의 촛불, 광우범 위험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때를 크게 능가하는 규모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상 최대 인파로 기록되고 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제주국본 집행위원이었던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열기가 87년보다 훨씬 뜨겁다. 게다가 당시에는 조직된 대중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행동하는 시민들이라는 점에서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최한 제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관련자 전원 엄중처벌 △민주주의 회복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깔고 앉았던 깔개와 종이컵 등 전부 수거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한편<제주의소리>는 이날 5차 촛불집회 현장을 <제주의소리> 홈페이지(www.jejusori.net)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www.jejusori.net)을 통해 생중계했다.

▲ 하야, 퇴진 등의 단어를 적은 도구를 머리에 착용한 모습. ⓒ제주의소리

▲ '근혜 퇴진' 구호를 쓴 도구를 머리에 쓴 시민. ⓒ제주의소리

▲ 박근혜 대통령의 '온 우주의...' 발언을 차용한 피켓. ⓒ제주의소리

▲ 박근혜 대통령을 '그네'에 빗댄 피켓. ⓒ제주의소리

▲ '시크릿카페'로 이름 붙여진 부스. '순siri뭐라카노', '근라임(박근혜+길라임)하차(茶)' 등 재치가 넘치는 네이밍이 돋보인다. ⓒ제주의소리

▲ 성숙한 시민의식. 촛불집회가 끝난뒤 말끔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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