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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선 뛰어드나? 여야 넘나들며 판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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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인, 대선 뛰어드나? 여야 넘나들며 판 흔들기 "50대 때는 대권 생각…정권교체? 부질없는 얘기"
독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여야 정치인들을 폭넓게 만나는 행보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고 있다. 본인의 직접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김 전 대표의 행보가 차기 대선 국면에서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23일 자유한국당 내부 모임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사에서 조찬 강연을 한 데 이어,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함께 연 개헌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조찬 강연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나라가 어려운 사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해보겠다는 말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말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에 행사 후 기자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 틀리다"라며 대선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많이 했는데 더 이상 무슨 역할을 하느냐"고 했다.

그는 "사실 저는 (대권) 욕심을 가져본 적 없다. 한때 50대가 됐을 적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고 1992년 노태우 정부 때는 저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도 많이 해봤다. (그러나) 세월이 근 25~26년이 지났는데 다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음 지도자가 될 분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철두철미하게 해야 하는데,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 하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제대로 판단을 안 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면 정상적으로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기존 대선 주자들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지금 '정권교체'라는 말도 나오고 한때는 '정치 교체'란 이야기도 나왔는데 다 부질없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그는 "후보는 굉장히 많은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건 야당 몇 사람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사람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날 오전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 34명이 이름을 올린 개헌 워크숍에 참석해 "자꾸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 개헌은 못 한다"며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 개헌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파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집권이 가능한데 왜 개헌을 하느냐'고 하는 것은 우리 정당의 고질적인 폐단"이라며 "질질 끄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1일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은 탄핵에 집중할 때"라며 "지금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탄핵 국면에 '물 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날 김 전 대표의 발언이 문 전 대표에 대한 견제로 읽히는 배경이다.

이날 개헌 워크숍에는 민주당 강창일, 강훈식, 고용진, 금태섭, 김두관, 김병욱, 김부겸, 김성수, 김종민, 김종인, 노웅래, 민병두, 민홍철, 박경미, 박병석, 박용진, 박찬대, 박홍근, 백재현, 변재일, 송옥주, 어기구, 오제세, 이언주, 이종걸, 이춘석, 이훈, 임종성, 정성호, 정춘숙, 최명길, 최운열 의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24일에도 잇달아 워크숍을 열고 의견을 모은 뒤, 개헌에 대한 당론 마련과 적극적 개헌 추진 등을 당 지도부에 요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개헌에 대한 주장이 나온 것은 당 바깥의 정치권 상황과도 맞물린다. 앞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지난 21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단일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합의를 이뤘다. 이는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 선두를 지키는 상황에서 나온 '민주당 포위 연대', 혹은 선두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반문(反문재인) 연대'로도 해석됐다.

때문에 이들과 민주당 내의 개헌 추진파가 개헌을 고리로 일종의 '빅 텐트'를 마련할 경우, 차기 대선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국민·바른 3당과 민주당 비주류까지를 포괄하는 단일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에서부터, 대선 이후 개헌을 추진할 연대체 구성이라는 느슨한 방안까지 다양한 수준에서의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는 것.

김 전 대표는 그간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이 '빅 텐트'의 구심점이 될 인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실제로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나,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묻자 "김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보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귀국한 후 22일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도 회동을 가졌다. 다만 그는 전날 정 전 의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이 '빅 텐트'에 대해 묻자 "빅텐트라는 얘기 하지 말라. 그건 언론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며 "빅텐트고 소텐트고 어디 있느냐"고 했다.

다만 그가 이날 조찬 강연에서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건 야당 몇 사람밖에 없다", "결국 사람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 지점에 주목하면, 탈당이나 '빅 텐트' 등을 통해 정계 개편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수준에서 '결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논란에 대해 "스텝이 좀 꼬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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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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