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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불허한 황교안, '북한'은 만능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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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불허한 황교안, '북한'은 만능 방패? [정욱식 칼럼] 언제까지 '북풍 마케팅'에만 정신 팔려 있을텐가
북미 간의 '트랙 1.5 회의'가 일단 좌초됐다. 3월 초에 뉴욕에서 북한의 고위 관료와 미국의 전직 관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가 미국 국무부의 비자 발급 최소로 무산된 것이다. 맹독성 화학무기인 'VX'를 이용한 북한의 김정남 암살설과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움이 맞물리면서 대화 분위기 조성에 실패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국무원의 양제츠(杨洁篪) 국무위원이 27~28일 이틀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주미 중국대사와 중국 외교부장을 지낸 양제츠는 중국의 대표적이 미국통으로 불린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2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전화통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회담에 이어 미중간의 대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양제츠의 방미는 미중 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 조율이라는 실무적 측면과 더불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교환과 조율의 목적도 띠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두 가지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하나는 북핵 대처 방안이고 또 하나는 사드 배치 문제이다.

이에 앞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연내 석탄 수입 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충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미국도 한반도의 긴장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써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드 배치 강행과 미중 관계 발전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 내지 연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중국에 불리하고 돌아가고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대폭적으로 늘려 중국 및 러시아와 군비경쟁도 불사할 태세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속도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석탄 수입 조치에 격분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에 더해 3월부터는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걱정되는 건 국내 극우·보수 세력의 '북한 마케팅'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총리가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서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최근 북한 안보 위험"을 운운한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잘 드러난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안보 위기론으로 연결시키고 이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는 악습이 여전히 팽배한 것이다.

다행히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마케팅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 여전히 80% 안팎의 국민들은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도 '북풍 효과'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미몽에서 깨어날 법도 한데, 일부 보수세력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북풍에 더더욱 집착한다.

강대국에 휘둘려왔다는 단편적인 역사 인식과 '주변 4강'이라는 프레임은 우리로 하여금 '남 탓'을 하는데 익숙하게 만들었다. 독재 정권 유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북한이라는 존재는 우리 안의 문제를 가리는 '방패막이'로 악용되어왔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바로 한국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9년간 똑똑히 목도해왔다.

핵을 가진 북한을, '거대한 럭비공'으로 돌변한 미국을, 알쏭달쏭한 꿈을 꾸는 중국을,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을, 다시 일어서려는 러시아를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의 적폐를 직시할 수 있는 안목과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우리 스스로 갖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촛불에 담긴, 그리고 그 촛불 민심을 대변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외치는 '적폐 청산'과 '시대 교체'에 반드시 담겨야 할 시대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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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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