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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반(反)문재인' 깃발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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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인, '반(反)문재인' 깃발드나? 김종인 탈당 선언, 대선 정국에 파장
김종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이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인사라는 점에서 '반(反) 문재인' 연대가 탄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김종인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당을 공식 선언하며 "탈당 날짜는 내가 앞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지 미리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느 당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의원은 "솔직히 정당을 떠나는 이유는 탄핵 이후 여러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특정당의 당적을 버리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와 개헌 논의 등을 숙성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자신의 싱크 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꾸릴 때부터, 김종인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 민주화'를 버렸다고 비판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정성호, 박용진 의원 등은 전날인 6일 김종인 의원에게 탈당을 만류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희정 캠프 합류를 선언한 박영선 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대표에게 안희정 지사를 돕자고 한참 전에 제안했다. 김종인 전 대표가 안희정 지사에 대해 우호적인 것은 맞지만, 과연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벽을 넘을 수 있겠는지는 당시에 회의적으로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낸 김종인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대선 출마? 개헌 고리로 비문 연대?

탈당 후 김종인 의원의 행보는 두갈래로 점쳐진다. 하나는 직접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다.

김종인 의원은 실제로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서 "그건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회에서 기존 대선 주자들을 비판하며 본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종인 의원은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정치와 경제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꼽으면서 "기존 대선 주자 가운데 오늘날 한국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무엇을 어떻게 시정해서 나라를 끌고 가야겠다고 얘기할 사람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남이 써준 공약 내용을 줄줄 읽어가는 대선 주자는 결국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자신과 다른 대선 주자들을 차별화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심판에 따라 2개월 만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론이 김 의원을 '문재인 대항마'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거나 정권 교체 이후를 대비한 반문재인 진영의 구심이 될 가능성도 있다. 상황에 따라 개헌이나 경제 민주화 등의 카드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척점에서 정치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의원은 "국민이 (탄핵 심판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의견과 불복한다는 의견이) 반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인데, 그 문제가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잘 소화해서 통합하는 큰 과제를 이룩하는 데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정부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고는 국회에서 각종 입법이 순탄하게 이뤄지기가 불가능하다"며 연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종인 의원은 그간 당적을 유지하면서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새누리당 출신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파'들과 접촉해왔다.

그의 탈당이 궤도에 오르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종인 의원) 영입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어느 당으로 가진 않을 것이고,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 자연히 만날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종인 의원이 대선 국면에서 비문 연대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면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비문연대는 가능하지만, 국민의당은 끌어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을 '문재인-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선을 긋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내에서도 정권 교체보다 '친문 패권 청산'이 먼저라고 주장한 주승용 원내대표와 대립하는 상황이다.

둘째로는 두 달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어떤 명분으로 후보를 만들어 선거를 치를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경제 민주화 반대론자'들과 '개헌 연대'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가, '개헌 연대'가 오히려 민주당의 집권을 도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윤태곤 실장은 "김종인 의원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개헌을 추진한다면 개헌 추진 세력이 오히려 구태로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이재명, 김종인 탈당 만류…문재인 "안타깝지만"

김종인 대표의 탈당 선언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재고'를 요청하며 만류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경제 민주화' 정신을 받들겠지만 탈당을 말리지는 않았다.

이재명 선거대책본부 김병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 당은 김종인 전 대표의 지적을 엄중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탈당을 온마음으로 만류해야 한다"면서 "김종인 전 대표님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탈당을 재고해주시기를 바란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통합할 때"라고 말했다. 안희정 캠프 박수현 대변인도 "김종인 대표님께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힘을 모으자고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김종인 전 대표님은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분이고 정권 교체 이후에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해서 모셔왔었고,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랐다. 탈당 이후에 그분께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잘 모르겠는데, 그러나 우리가 경제 민주화라는 정신 만큼은 어떤 경우에든지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탈당을 만류하지는 않은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와 악화된 관계를 풀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종인 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집권'은 하지 못하더라도, 민주당의 집권을 '방해'할 수는 있는 탓이다. 설사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대선 이후도 문제다. '비문 연대'가 가시화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국정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종인 의원이 탈당이 민주당에도 뼈 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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