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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장사꾼들이 개헌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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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헌 장사꾼들이 개헌을 망치고 있다" [유인태 인터뷰] "본선 경쟁력은 안희정…문제는 시간"
유인태 전 의원은 오랜 개헌론자다.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다당제의 제도적 안착이 그의 소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17대 국회 시절부터 합리적 보수, 중도, 진보가 발전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구조를 역설해왔다. 그런 유 전 의원조차 이번 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개헌 연대를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헌을 고리로 반문 연대하려는 정치인들이 개헌을 정말 망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장사꾼들이 개헌을 심지어 당론으로까지 채택해가며 밀어붙이니 앞으로 개헌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3당 개헌연대의 실제 목적은 개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당장 개헌을 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기가 2020년까지 2년 반짜리 대통령을 한 번 해보려는 속내를 품고 있다"며 "개헌을 위한 과도 대통령은 '나도 좀 할 만하지 않냐'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한 "문재인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한다고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책을 통해) 사실상 분권형 개헌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러니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는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개헌이 중요하다면, 1~2년 만에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는 아니잖나. 2022년에 발효하면 큰일이라도 나나"라고도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과 선거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제안하며 "만약 선거 제도 개편이 합의되지 않은 개헌이라면, 나도 오래된 개헌론자이지만 나부터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이어 본격화된 대선 국면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유력한 후보가 사라진 보수 진영이 결집할지 여부가 큰 변수다.

유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황교안 대행이 떴듯이,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는 또 누군가한테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득권의 힘은 진보 개혁 진영의 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강하다"고 경계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된 점에 주목하며 "한국 보수 진영에서 극우에 끌려가지 않는 좀 더 합리적인 보수 진영이 자리를 잡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바른정당도 아직 극우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정치인들은 꽤 합리적 보수인 것으로 보이는 반면,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 전도사였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대해선 "안희정 지사가 되면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나을 거라고는 본다"면서도 "이번 대선은 워낙 짧아서 지금 뒤쳐진 후보들이 문 전 대표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쪽에는 연정과 협치에 대한 보다 유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유 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 성과를 내려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바른정당 같은 데서 물길을 틀어버리면 적폐 청산이고 개혁 입법이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이사장이 진행한 인터뷰 전문.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보수 기득권의 힘은 일상에서 나온다"

프레시안 :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고 반년이 넘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지나 국회 차원의 탄핵 결정이 있었고, 결국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지난 시간 정치권 움직임을 어떻게 봤나.

유인태 : 정치권의 질서 있는 퇴진론이 촛불 광장에 분노를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권이 민의를 잘 운반했다고 본다. 아마도 문재인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앞장서 탄핵하자고 강력히 말했으면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총리 추천을 하지 않아서 일이 꼬였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4월 퇴진 전까지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길 의사가 정말 있었다면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보다 더 나은 수습책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게 향후 국회에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데도 더 적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니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것은 좋은 방식임에도 희망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국회 표결에서 찬성 234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광장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촛불 민심에 정치인들이 무임승차한 것이다. 무임승차가 맞다. 광장의 힘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힘을, 국민의 명령을 정치권이 잘 운반했다고 평가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도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자택에서 시위 중이다.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세력의 힘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나.

유인태 : 그건 많이 약화되겠지.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약 30%라고들 했다. 지금은 탄핵 반대 여론을 18~20% 정도로 본다. 다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한국 기득권의 힘은 진보 개혁 진영의 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강하다. 촛불 광장은 공정한 사회를 원하고 구체적으로는 검찰, 재벌, 언론 개혁 등을 외친다. 그러나 매주 광장에 몇 십만을 계속 불러 모으기는 어렵다.

보수 진영은 다르다. 사실 나는 광장 집회의 주도권은 일찌감치 보수 진영에 빼앗겼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기득권, 소위 보수는 언론, 법조, 종교를 다 장악하고 있다. 대형 교회가 움직이면 몇 만 명 모으는 것 순식간이다. 2007년 사학법 개정 논란 때도 여론 지지는 개정 쪽이 훨씬 높았는데 종교 단체가 사람 모으니 시청 앞에 10만 금방 모이더라. 광장 장악은 이제 진보가 아니라 보수의 무기다.

다만 여기서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은 새누리당이 분열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요즘은 미국의 트럼프나 프랑스의 르펜이 득세하는 등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는 있지만, 대체로 극우는 주변 변두리고 중도 우파가 주요한 정치 세력이었다. 그런데 분단 지형에서 한국은 극우의 힘이 늘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보면 자유한국당이 압도적인 우위다.

물론 이 상황이 고착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 보수 진영에서 극우에 끌려가지 않는 좀 더 합리적인 보수 진영이 자리를 잡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20대 국회가 아직 3년 이상 남았다. 바른정당이 대선 이후로 좀 길게 보면서 다른 야당들과 정책 연대도 하고 의정활동도 잘 하면 국민들로부터 차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사사건건 기득권을 지키려는 입장을 보일 텐데, 이와 달리 바른정당이 앞으로 한 차분히 국민의 신뢰를 얻어나가면 세가 좀 붙을 거라고 본다.

"개헌 고리 반문연대 명분 없다"

프레시안 :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결국은 다시 통합할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들도 있다.

유인태 :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와 직접적인 관련 있다. 요즘 분권형 개헌 얘기를 쉽게들 많이 하는데, 이 분권형 개헌도 선거 제도 개편과 연동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헌보다 선거 제도 개편이 훨씬 어렵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개정하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대결의 정치 문화가 극복될 수가 없다.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한 번 보자. 우리 헌정사에서 50%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은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얻은 일은 1967년 총선 딱 한 번뿐이다. 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이 40%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얻었고 19대 총선 때도 한나라당이 약 42%의 지지율로 153석을 가져갔다. 이런 선거 제도를 그대로 놓고 분권형 개헌을 한다면 4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단독 정부를 수립하는 꼴이 생긴다. 이건 연정이 아니라 영남 정권의 고착화를 부르는 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려면 문제는, 국회 의석을 최소한 60~80석을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무리 '의석수를 늘리더라도 예산을 동결 하겠다'고 약속해봐야 국민들은 국회의원 줄이겠다는 공약을 더 좋아한다.

의석수를 늘리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면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건 또 학자나 시민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중대선거구제로 가면 보수는 분열하지 않고 진보만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을 예로 보면 공천 수요가 공급을 소화를 못 하는데 어떻게 안 갈라지겠나. 어찌됐건 선거 제도를 바꾸어서 극우와 합리적 보수를 잘 떼어내는 게 좋다고 본다.

민주당의 이른바 급진파 또는 원칙파는 정의당과 합쳐서 충분히 교섭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재편된 후 연정을 하면 어느 한 극단의 원심력을 좀 줄일 수 있다. 요즘 특히 보수 진영에서 극단에 중도가 끌려가는 문제가 심각하다. 극우가 보수의 다수를 점하다 보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같은 사람도 박근혜 세력의 눈치를 보며 극우화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건 비극이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고 독자 세력화를 선택한 바른정당도 아직 극우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긴 어렵다. 밖에서 보면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정치인들은 꽤 합리적 보수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 전도사였다. 바른정당 안에서도 뭘 도모하려 할 때마다 이런 극우 세력에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

앞으로 개혁 입법 처리 등을 위해 바른정당과 파트너십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 사학법이나 국가보안법 사태 때도 보수와 진보 양 극단의 원심력에 끌려가다가 결국 한 발자국도 못 내디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요즘 연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일들을 참여정부 시절 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안 지사의 연정론은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다. 문 전 대표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다. 정말 입법 성과를 내려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 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른정당 같은 데서 물길을 틀어버리면 적폐 청산이고 개혁 입법이고 쉽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제도 개편을 동반한 분권형 개헌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주도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 구축 시도'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유인태 : 오늘(15일) 보니 야3당이 개헌 단일안에 합의했다고 하던데, 꼭 해야 하는 개헌을 저렇게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오히려 개헌을 망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촛불 광장은 기본권 강화나 지방 분권 등 더 많은 내용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끼리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단일안을 만들어서, 그것도 55일 안에 국민 투표를 부치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또 하나.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연대 자체가 명분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문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월 17일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국회 개헌특위 논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책에서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개헌 논의를 계속해서 중론이 만들어지면 그 공론을 모아서 다음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으면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면 좋겠다는, 이렇게 그 과정에 대해 순수한 개헌론자들은 합의가 돼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 선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편집자)

그런데도 자꾸 종편 방송 패널들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문재인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한다. 국회 개헌특위는 분권형 개헌 쪽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 전 대표의 당시 발언은 사실상 분권형 개헌을 따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는 명분이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정치권이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해 오히려 개헌을 추진하는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유인태 : 분권형 개헌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게 지금도 합의가 잘 안 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6년 단임제를 내놨던데, 나의 경우 4년 중임제 분권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선은 지방선거와 함께하고, 대선 뒤 2년 후에 총선을 하는 방법도 논의했으면 한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하는 것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같이하는 게 더 안정적이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 하면 새로 뽑힌 대통령과 총리가 한꺼번에 갑자기 들어서게 되는 거니까.

2022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만약 방금 말한 대로 2+2 방식으로 하면 2022년 지방선거와 함께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을 선출하고 2020년에 구성된 21대 국회가 2년 후인 2022년에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이 경우 조기대선으로 뽑힌 이번 대통령의 임기가 지방선거 때 끝나게 된다. 이런 안은 검토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해본 국회의원들이 몇 명이나 될까.

개헌은 정말 산 넘어 산이다. 분권형 개헌에 합의했다고 쳐도 국회의원 200명이 찬성을 해야 한다. 여기에 나머지 기본권 조항 등도 논의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논의와 합의가 되어야 한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역별로 당별로 이해관계가 정말 첨예하다.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줄이고 비례 늘리는 데 동의하겠나.

상황이 이런데도, 당장 개헌을 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기가 2020년까지 2년 반짜리 대통령을 한 번 해보려는 속내를 품고 있다. 개헌을 위한 과도 대통령은 '나도 좀 할 만하지 않냐'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정말 개헌이 중요하다면, 1~2년 만에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는 아니잖나. 2022년에 발효하면 큰일이라도 나나.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정말 난제 중에 난제다. 이걸 각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당리당략적으로 '3년으로 임기 단축' 같은 것을 먼저 꺼내들고 얘기할 때가 아니다. 만약 선거 제도 개편에 합의되지 않은 개헌이라면, 나도 오래된 개헌론자이지만 나부터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저렇게 개헌을 고리로 반문 연대하려는 정치인들이 개헌을 정말 망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들 이익 때문에 개헌하자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친다. 원론적이고 순수한 개헌론자들도 있고 개헌에 대해서 정치인마다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부 장사꾼들이 개헌을 심지어 당론으로까지 채택해가며 밀어붙이니 앞으로 개헌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개헌은 당론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정책처럼 당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도 아니고 자기 관점이 담긴 문제인데, 개헌 입장이 다르다고 당을 함께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이나 다당제에 대해선 문재인 전 대표도 열망이 강하다. 그러려면 분권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다당제는 말이 안 된다. 그런 제도를 가진 나라도 없다.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확장성은 안희정…문제는 시간"

프레시안 : 대선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될 것 같은데, 대세라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에겐 확장성의 한계가 지적된다.

유인태 : 안희정 지사가 되면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나을 거라고는 본다. 안 지사에게 중도층은 좀 안심을 하는 것 같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불안해 하니까 확장성은 안 전 지사에게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선의' 발언과 대연정 때문에 호남에서 좀 안 지사가 좀 빠졌다.

그렇더라도 막상 탄핵이 됐는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복하고 갈등이 계속 심해지면 안희정 지사가 조금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안 지사의 진심이 어제 방송 토론에서도 좀 보여지던데, 그게 통할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안 지사가 연정, 협치를 계속 얘기하면 국민들의 지지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프레시안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떻게 보나?

유인태 :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가 궤멸 상태이니 바른정당 쪽 지지자들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 양자 대결을 구축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컨대 국민의당은 사드를 당론으로 반대한다. 그런 당의 후보한테 보수가 흔쾌히 표를 몰아줄 수 있을까.

게다가 국민의당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3명의 호남 지역 의원들은 결국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지역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과거 호남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처럼 90%대 지지는 못 받더라도 상당한 지지를 받게 될 것 같다.

4월로 들어서면 보수는 보수대로 단일화를 하고,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 등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단일화 흐름이 생기는 압박이 자연스레 생길 것 같다. 이번 대선은 워낙 짧아서 지금 뒤쳐진 후보들이 문 전 대표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

프레시안 : 황 대행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는 대선 정비가 어렵지 않을까.

유인태 : 아니다. 또 누군가에게 표가 갈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황교안 대행이 떴듯이,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는 또 누군가한테 갈 것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 나는 황 대행은 애초 출마하고 싶지 않았는데 청와대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것 같다. 청와대로선 황 대행 지지율이 올라가면 탄핵 반대 세력이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으니까.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정체되고 황교안 지지율은 뜨니 박근혜 전 대통령로선 굉장히 보기에 좋았을 것이다. 황 대행으로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총리도 시켜준 임명권자이니 눈치를 보며 불출마 선언을 못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보수 쪽에선 사드 문제로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공격한다.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을까.

유인태 : 군사시설 안에 있는 사드를 난입해서 막을 수도 없고…. 중국은 사드가 미일 동맹의 휘하로 완전히 편입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반대로 우리 쪽에선 어쨌건 한미동맹이 축인데, 미국을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고, 난제는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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