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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사드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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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사드 말 바꾸기 [정욱식 칼럼] '외교적 상황 변화'라는 넌센스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는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는 제대로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안 후보의 입장이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젠 대선"이라며 "(대선 후보인) 제 생각대로 설득하고 당과 한 방향으로 가겠다"라고도 밝혔다. 당론 변경을 공언한 셈이다.

그는 입장 변화 이유에 대해 "외교적 상황이 바뀌는데 입장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며, 외교적 상황 변화란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이 공동 발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는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7월 박근혜 정부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안철수 후보의 입장은 반대에서 찬성 쪽으로 변해왔다. 그는 초기에 "사드 배치 문제가 이념 논쟁으로 흐르면 절대 안 된다"며, 국민투표 및 국회의 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사드 배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연초에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거부한다면 자위적 조치로서 사드 배치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고, "중국이 대북 제재에 협조한다면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는 거였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국가 간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공식 블로그

안 후보는 자신의 입장 변화를 두고 외교적 상황 변화를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이다. 한미간의 사드 배치 합의 및 발표는 작년 7월 8일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주한미군 8군 사령관에 의해 이뤄졌다. 안 후보가 외교적 상황 변화로 제시한 작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의 공동 발표는 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재확인"한 것을 두고 외교적으로 상황이 변했다며 자신의 입장 변화를 정당화하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안 후보는 정작 한미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를 재확인한 직후에도 사드 반대 입장을 유지했었다. 작년 11월 13일 자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우리나라 방어체계 솔루션 중 하나인데 이것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덮는 게 큰 문제"라며,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자신의 입장 변화를 옹호하기 위해 한미 국방방관의 공동 발표를 상황 변화 근거로 제시했지만, 이것이 결코 입장 변화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상황 변화는 사드 배치를 최소한 재검토해야 할 상황으로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후보는 작년 7월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방안보, 외교안보, 경제안보 등 여러 안보가 있는데, 국방안보만 놓고 보자면 얻는 게 있지만, 다른 안보는 약화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안보의 득 실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안 후보의 경고처럼 외교안보와 경제안보는 엉망이 된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 사드 대란을 경고했고 그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거나 최소한 유보하자는 입장을 밝혀야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아닐까?

안철수 후보는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아무 일도 못 한다"며, "국가에 있어서 안보는 기본 중 기본, 가장 근간이란 생각이 강하다"라며 자신의 안보관을 강조한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판단이 널뛰기를 하는 것을 보면, 더구나 입장 변화의 근거마저 희박한 것을 보면, 안 후보의 안보관은 결코 미덥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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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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