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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냐 '색깔론'이냐…문재인-유승민 또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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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거짓말'이냐 '색깔론'이냐…문재인-유승민 또 난타전 北 인권결의안, 박지원 '평양 대사'로 설전
5.9 대선을 보름 앞둔 23일 열린 3차 대선후보 TV 토론회. 촉박한 일정만큼 5당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약점을 치열하게 파고들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보였으나, 레퍼토리는 지난 토론회에서 주고받은 '색깔론' 공방의 재탕이었다.

유승민 "문재인 거짓말" vs. 문재인 "유승민 색깔론"

이날 외교안보분야 토론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 문제를 꺼내들자 곧바로 모든 후보자들이 뒤엉킨 난타전으로 번졌다.

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당시 노무현 정부의 천호선 대변인은 11월20일 최종결정했고 그게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증언이라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북한에) 물어봤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10년 전 일이지만 북한 인권이라는 매우 중요한 일에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본다"면서 "거짓말로 들통날까봐 계속 지금 말 바꾸기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당시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 배석했던 비서관이 경위를 밝혔다. 또한 11월 18일 회의에 배석했던 국가안보전략비서관이 녹취록과 함께 사실관계를 밝혔다"며 "다시 한 번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잘랐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유 후보가 아주 합리적인, 개혁적인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대선 길목에 또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 이제 좀 실망스럽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어 "송민순 회고록 사건은 지난번 대선에 이어 제2의 NLL 사건이라고 규정한다"며 "그때도 NLL을 노무현 대통령이 포기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게 다 아닌 걸로 밝혀져 사과하고 처벌받고 그랬다"고 했다.

문 후보의 발언 도중 여러차례 고개를 가로짓던 유 후보는 재차 "대통령될 사람이 북한 인권, 사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 김정은에게 통보하고 물어보면 안되지 않나. 이게 왜 색깔론이냐"며 "문 후보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후보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재반박했다.

논쟁이 거칠어지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승민 후보가 건전 보수, 합리적 보수 추구하는데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래서 정부 결정이 잘된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지 진실 공방이 아니다"며 가세했다.

그는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후 다수의 기조가 바뀌었으면 (유 후보의) 얘기가 타당하다. 그런데 (바뀌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란 거냐"며 "말끝마다 북에 대한 태도로 몰고 가는 색깔론을 바꾸는 게 보수가 바뀌는 길이다. 이게 전형적인 안보 장사가 아니고 뭐냐"고 따져 물었다.

심 후보는 "그 때를 상상해보라.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6자 회담이 열렸을 때다. 남북이 평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 중심에 두는 게 당연하다"면서 "제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기권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평양 대사 합의했나?"…안철수 "그만 좀 괴롭히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저와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분은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며 "지금까지 북한 문제가 이렇게 오기까지 모두가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거기에 대해 사과부터 하셔야 한다"고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오히려 모호한 안보관으로 다른 후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거냐. 그때야말로 획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대전환시켰다"면서 "김대중 정신을 말하면서 그렇게 말하냐"고 반격했다.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지도자는 줏대가 있어야 한다. 사드 배치 가지고 왔다갔다, 개성공단 가지고 왔다갔다, 햇볕정책으로 왔다갔다, 그리고 촛불집회 참석 독려 가지고 왔다갔다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사드 문제는 여러 번 말씀 드렸다. 상황에 따라, 국익을 보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지도자의 자세 아니겠냐"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의당 당론이 변경됐냐는 추가 질문에 안 후보는 "오늘 사실상 변경했다. 39명 중 5명 빼고 다 찬성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안 후보에게 "박지원 대표가 유세에서 초대 평양 대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면서 "안 후보는 박지원 대표와 초대 평양 대사, 이런 거 합의했냐"고 비판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만 좀 괴롭히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때는 유세 중 아니었나. 관중들 앞에서 분위기 좋게 하려고 유 후보도 그러지 않느냐. (박 대표가) 농담 삼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 본인(박 대표)은 당선되고 집권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사드 입장 변화 이유를 묻는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는 "아무런 상황변화가 없다고 하는데, 그 후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있었다. 그리고 사드는 지금 배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가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안 후보가 사드를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자, 안 후보는 "그게 논점이 아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다 안다"면서 피해갔다.

심상정 후보는 "'주적' 논란이 시대착오적인데, 거기에 안 후보가 편승할 줄은 몰랐다"며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북한을 만날 의사가 없든지, 아니면 보수표를 의식해서 색깔론에 편승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한 "새정치 결론이 색깔론인가. 그걸로 평생 피해보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땅을 칠 일"이라고 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것이야말로 역색깔론이다. 전 그것을 색깔론이라고 생가하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돼지 흥분제' 논란의 당사자인 홍준표 후보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토론 자체를 외면하기도 했다. 사병 처우와 인권 향상, 방위비 증감 문제를 둘러싼 유승민, 심상정 후보 간의 밀도 있는 논쟁 외에 제대로 된 정책 토론은 이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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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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