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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모의' 홍준표가 에이즈 걱정?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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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모의' 홍준표가 에이즈 걱정? 적반하장" 보건 전문가들 "에이즈 환자 낙인, 대선 후보 자격 없다"

"동성애 때문에 얼마나, 대한민국에 1만4000명 이상 에이즈가 창궐했다는 걸 아십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5일 4차 TV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냈던 그가 또다시 문제적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해당 발언은 이미 도마 위에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홍 후보가 성 소수자와 더불어 에이즈 환자에 대해서까지도 낙인 찍고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25일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동성애 관련 질문을 거듭 건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왼쪽). ⓒJTBC 화면 갈무리

"에이즈와 HIV, 구분 못 하나?"

"한 문장 안에 여러 무지와 편견이 섞여 있다."

홍 후보의 발언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우선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 AIDS)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잘못 파악했다는 지적이다.

홍 후보는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4000명 이상"이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팩트가 아니다. 가짜다. 정부가 내놓은 공식 통계와는 다르다. 2016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2015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AIDS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HIV/AIDS 환자는 총 1만0502명이다. 지난 3년간 매해 1000명씩 늘어난 점을 감안해 2016년 기준 인원을 추산해도 1만1500명 안팎이다. 더 많은 에이즈 환자가 있을 수 있지만, 공당의 대선 후보가 정부 통계를 무시하고 아무런 수치나 언급했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홍 후보와 같은 '낙인 찍기' 인식이 에이즈 환자 통계를 부정확하게 하는 주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 질병관리본부 통계는 에이즈와 HIV 환자 수가 혼재된 수치다. 에이즈와 HIV는 다르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HIV 감염인은 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 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HIV 감염에서 에이즈 발현까지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둘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에이즈'라고 합쳐서 말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에이즈 환자가 만 명이 넘었다 하더라도 5000만 인구 가운데 만 명이면 0.02% 수준인데, 이를 두고 '창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체 어디서 참고한 자료인지 홍 후보가 통계 출처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아니다"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했다'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홍 후보와 같은 발언을 '오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 '오해와 진실' 코너에서 "AIDS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AIDS가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AIDS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집단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그들이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동성 간의 성 관계를 갖기 때문이 아니라 동성 간 성 행태가 항문성교이기 때문입니다. 항문 성교 시에는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되므로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HIV 감염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 관계를 할 때 전파됩니다."

또 "HIV는 정액과 자궁경부, 질 내에서 발견되며 성병에 의한 염증 소견이나 생식기 점막의 궤양, 그리고 성기에 상처가 있을 때 더욱 잘 전파될 뿐, 이성 간 또는 동성 간에 관계없이 항문성교, 질 성교, 구강성교 등의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에이즈가 단순히 동성 간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질병관리본부의 같은 통계에서 2015년 성 접촉에 의해 HIV 감염 혹은 AIDS 환자로 신고한 이들은 624명이다. 이 중 이성과의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됐다고 밝힌 이는 336명, 동성과의 성 접촉으로 감염됐다고 밝힌 이는 288명이었다. 통계를 시작한 1985년 이래로, 동성 간 감염이 이성 간 감염을 앞지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8월 발표한 '2015 HIV/AIDS 신고 현황(안)' 자료. 통계를 시작한 1985년 이래로, 동성 간 감염이 이성간 감염을 앞지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질병관리본부

우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에이즈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은 강간"이라며 "아프리카에서는 여성 환자가 많은데, 이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강간이 자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강간 모의범인 홍준표 후보가 에이즈 창궐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범죄자가 다른 사람에게 원인을 뒤집어씌우는 적반하장 꼴"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홍준표, 에이즈 환자들 '이중 낙인'보건의 적"

동성애와 에이즈 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일 뿐만 아니라 에이즈 환자에 대한 낙인 찍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 위원장은 "칵테일 요법이 개발된 이후 에이즈 환자는 잘 관리하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걸리면 다 죽는다는 식의 낡고 비과학적인 편견이 깔려 있다"며 "게다가 한국에서는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횡행한다'는 식의 사회적 낙인이 있기 때문에 에이즈 환자는 '이중 낙인'에 시달린다"고 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조혜인 변호사도 "에이즈나 HIV 감염인이 질병에 대한 걱정 없이 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사회적 낙인"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국가나 보건학계에서는 예방 차원에서라도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없애도록 노력하는데,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 자리에 오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환자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며 "홍 후보는 보건의 가장 큰 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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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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