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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병'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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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병'을 아십니까?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몸과 감정과 생각의 습관은 양날의 칼
습관이란 게 참 무섭습니다.

얼마 전부터 출근길 도로가 공사 중입니다. 그런데 삼거리 모퉁이 근처 한 개의 차선을 막고 있어서 차량 정체가 심합니다. 이 정체가 점점 주변으로 확산돼 출근 시간이면 차가 멈춘 듯 사방이 엉켜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좀 돌아가더라도 공사 현장을 피해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다른 생각을 하며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그 혼잡한 길목에 들어서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 이런! 바보 같은…'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김유신 장군처럼 할 수도 없고 말이지요. 별수 없이 강물 위 녹조처럼 떠밀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지체해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자동차 밀집에 비례해 긴장이 조금 풀리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하는 노래 가사였습니다. '단순히 알고 생각하고 잠시 동안 행동한다고 해서 습관이 바뀌지는 않겠구나.' 그러면서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병의 치료와 건강 유지를 위해 습관을 바꿀 것을 요구한 것이 어쩌면 참 힘들고 무리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활습관병'이란 말은 1990년대 말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그 질병의 발생이나 진행에 관여하는 질환군'으로 정의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암, 심장병, 뇌혈관 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노인성 치매 등이 대표적이지요.

저도 환자들과 상담을 할 때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의 습관을 바꾸어야 병도 고치고 좋은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말은 쉬운데 실제 제가 바라는 수준까지 따라와 주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불편한 증상이 사라지면 관성에 밀려 이전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아파서 오거나, 빨리 낫지 않으니 도중에 그만두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 떠나신 분이 더 많지요. 물론 떠났다가 "별수 없더라"며 다시 돌아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삶이란 게 그냥 이렇게 좋고 나쁜 것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시간이 과거에 비해 너무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망가지면, 참 오랜 시간을 지난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참으로 어렵긴 하지만, 다시 생활의 습관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몸과 감정과 생각에 무엇이 들고 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내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환경과 시대적 환경을 함께 돌아봅니다. 이것이 함께 어우러져 건강을 이루는 것이니까요.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작게는 나와 나를 둘러싼 영역에서 크게는 사회와 국가 그리고 생태계와 지구란 영역까지 자연스레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건강전도사나 사회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좀 더 큰 영역에 대한 관심과 생각의 끈을 놓지는 말아야겠지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처럼, 방향성은 놓지 않은 채로 변화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금씩 어긋나 있는 몸과 감정 그리고 생각의 점검과 수정을 하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쉬지 않고 해나가는 것이지요.

변화는 방향성과 반복, 그리고 시간이 만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어난 변화의 불씨가 힘을 얻으면 새로운 궤도의 삶이 열리는 것이지요. 양적 축적과 질적 변화는 건강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몸과 감정과 생각의 습관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잘 길들이면 어떤 난관이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만, 잘못 다루면 나를 헤치기도 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를 넘어, 100세 시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요즘. 꽤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습관을 잘 길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시작할 것은 없습니다. 작은 성공이 변화의 불씨가 되는 법. 밥 먹을 때 열 번 더 씹기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완벽하게 변화시켜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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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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