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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공약, 1위 심상정 2위 문재인 3위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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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금 공약, 1위 심상정 2위 문재인 3위 안철수 [기고] (3일) 기초연금 30만 원, 같은 듯 다른 공약
대선 후보들이 낸 공약집을 살펴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이 많은 공약을 다 지킬 수 있을까.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니, 이제는 '좋은 말 대잔치' 같은 공약들이 눈에 띈다. '당위'는 넘치는데, '방법'은 초라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연금 정책이다. 다른 중요하고 해묵은 과제들도 많이 있지만,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작과 끝은 '연금'이었다. 기초연금으로 어르신들의 환심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인수위 시기부터 기초연금 공약 파기로 휘청거렸다. 취임 1주년 때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천명하더니, 당사자가 참여해 여야 간 합의까지 이뤘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직접 개입해 좌초시켰다. 그러다 결국, 삼성과의 비리 게이트에 국민연금 기금을 동원했다가 파면되고 구속됐다. 박근혜 체제가 연금제도에 남긴 낡은 유산을 대통령 후보들은 어떻게 개혁하려고 할까.

연금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피할 수 없는 개혁 과제다. 신임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14%)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국정을 맡게 된다. 2020년에는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전히 노인 인구의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고, 청·장년 세대는 특별히 노후 준비할 겨를조차 없다. 노후 빈곤 해소와 노후 준비라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선 직후인 6월부터 국민연금 4차 재정 계산이 진행된다. 지난 3월 국민연금연구원은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기하자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벌써 서서히 예열 중이다. 또한 2013년 기초연금법이 제정될 때, 5년마다 진행키로 한 기초연금액 적절성 평가도 눈앞에 두고 있다. 과연 누가 얼마나 잘 준비됐을까.

모든 후보가 약속한 기초연금 30만 원, 같지만 다른 약속

대선 후보 다섯 명 모두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첫째, 박근혜 정부가 남긴 기초연금의 두 가지 독소조항 효과 때문이다. 먼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덜 준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 20만 원보다 덜 받는 대상자가 2014년 약 16만 명에서 2016년 23만 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성숙해지면, 대상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만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상관없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하나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이 매년 오르는 것과 연동해 인상해왔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물가 인상으로 변경했다. 올해 기초연금은 20만6050원인데, 소득과 연동했다면 21만7650원이 됐을 것이다. 결국 매월 1만1600원이나 덜 받게 된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년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재인, 심상정 후보만이 이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둘째,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10만 원 추가 인상은 소득 하위 50% 이하의 노인에게만 적용된다. 언뜻 보면 가난한 노인에게 더 주자는 것이니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기초연금은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인정액을 통해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된다. 2017년 기준 기초연금 선정 소득인정액은 119만 원으로, 이보다 낮으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된다. 이미 충분히 선별적인 셈이다. 게다가 소득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인정액이 높을수록 감액되기 때문에 형평성까지 고려해 지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 하위 49%와 51%는 실질적으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즉 제대로 기초연금 30만 원을 주는 후보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밖에 없는 셈이다. 두 후보 간에도 작은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후보는 2018년부터 25만 원, 2021년부터 30만 원으로 상향하는 느림보 인상인 반면, 심상정 후보는 2018년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문재인 후보 공약에서 사라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낮은 국민연금 급여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들도 제시됐다.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월 소득 213만 원 미만인 가입자가 약 59%(171만 원 미만 47.7%)로, 대다수 중·저소득층에겐 국민연금이 유일한 노후 준비 수단이다. 하지만 2016년 국민연금 월평균 연금액은 약 36만 원으로, 생계급여 49만6000원보다 낮다(1인 기준).

심상정 후보는 2028년 40%까지 자동 삭감되고 있는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40년 가입기준, 현재 45.5%)을 50%로 다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공약에 담았다. 심지어 보수 진영의 유승민 후보조차 "국민연금이 아직 성숙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라며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을 통해 단계적으로 80만 원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과 2016년 총선에서, 국민연금 급여상향 의제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의 최종 공약집에는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이 빠져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사회적 합의기구"를 언급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이나 목표 소득대체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9일 방송토론 당시만 해도, 국회특위에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이 재원 방안에 대해 캐묻자, 움츠러든 모양새다.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 "세대 간 도둑질", "보험료 폭탄"이라고 비난하던 문형표 전 장관은 구치소에 있지만, 이런 논리와 주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많은 국민 또한 불안해하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나 재정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료를 17%로 올려야 한다"는 식의 단순 보험수리적 주장은 급여상향을 막으려는 공포마케팅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욱 정공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담보해야 할 노후소득의 적정 보장수준을 구체적이고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보험료를 포함해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적 재원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순서 아닐까.

국민연금 급여 상향은 소위 '재정 안정화론'이나 '후세대 부담론'을 넘어서지 않으면 한 치도 진전할 수 없다. 축소 일변도의 연금정책 기조를 바꾸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개혁의지가 꺾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심상정 1위(92.5점), 문재인 2위(85점), 나머지 후보들은 낙제점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과 사회공공연구원이 대선 후보의 연금 정책 공약을 평가한 성적표에 따르면 심상정 후보가 1위(92.5점)이고, 문재인 후보가 2위(85점)로 나타났고, 나머지 안철수 후보(47.5점), 유승민 후보(23.8점), 홍준표 후보(11.2점)는 낙제점을 받았다.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국민연금의 오랜 숙제이기도 한 사각지대 해소뿐 아니라,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 운용과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투자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선도적으로 제기하면서 이례적으로 진보단체들로부터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다만 두 후보 간 순위를 결정지은 것은 구체성의 차이 때문이다. 심상정 후보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소득상한선 상향, 사회책임투자 강화 등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명확한 입장 제시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국민연금 제도 분야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연금 기금 분야에서는 나름 선전했지만(64점), 나머지 기초연금(50점)과 국민연금 제도 분야(34.3점)에서 과락을 면치 못했다. 홍준표 후보는 채점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낮은 11.2점을 받았다. 그나마 기초연금 인상이나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강화하는 공약으로 빵점 신세를 면했을 뿐이다.

이제 쇼트트랙 대선도 마지막 한 바퀴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는 다시 5년간의 마라톤 질주를 하게 된다. 선거공약은 쇼트트랙이 아닌, 마라톤을 위한 나침반이다. 부디 앞서 달린 역대 선수들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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