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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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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상은?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④] 대통령 바뀌는 것 말고 기대할 게 있을까
2017년 4월 14일 광화문 역 7번출구 세광빌딩 옥상 위 광고탑에 6명의 노동자가 올랐다. 이들은 곡기를 끊고 물과 소금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왜 고공에 올라 단식까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프레시안>에서는 고공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장과 직장에서 정리해고당하고 거리에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이 고공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만 18일째다.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 6명이 광화문 건물 전광판 위에서 물과 소금으로 연명하며 고공단식농성 중이다. 5월 초순이라 낮에는 더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밤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허기진 농성자들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5월 1일 JTBC가 직접 취재해 보도한 바와 같이 건물 옥상 광고탑은 매우 좁아 사람들이 제대로 휴식할 공간조차 없다.

5월 황금연휴가 계속된다. 공항과 고속도로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계절로는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다. 박근혜가 탄핵·파면·구속되면 따뜻한 봄이 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민중의 봄은 오지 않았다. 사회 곳곳의 적폐는 청산되지 않았고 노동현장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127주년 세계 노동절이 열린 날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납기일에 쫓겨 일하던 하청노동자 6명이 무너진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자본의 착취가 가져온 야만적 살인행위였다.

보수정치권은 작년 촛불투쟁 초기에는 박근혜의 질서 있는 퇴진을 말했다, 그러다가 보수정치권 전체를 날려버릴 촛불항쟁에 놀라 서둘러 박근혜를 탄핵했다. 그 후 박근혜는 파면·구속됐고 장미꽃이 핀다는 5월, 조기대선에 돌입하였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을 노래한다. 수많은 공약을 제시하지만 하나같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절박한 나머지 '지금 당장!'을 외치는 노동자들에게는 헛헛한 바람일 뿐이다. 핏빛으로 물든 산업현장에서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1700만 촛불항쟁 과정에서 외쳤던 적폐청산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박근혜 사면 이야기가 나왔다. 노동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한편으로 구조조정을 말하고 있다. 사드배치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보수표를 얻기 위해 당론을 바꾸고 애매모호한 것도 전략이라고 말하는 가운데 성주 소성리에는 한국경찰이 마을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격리하는 가운데 주한미군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사드포대를 진입시켰다. 무엇이 변할 것인가?

고공단식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공동투쟁위원회’는 선거를 통한 투표행위는 "자본체제를 합법적으로 용인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일 뿐이라며 "노동악법을 끝장내고 노동자 민중의 처절한 요구를 투쟁으로 쟁취하기 위해 고공 단식 농성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처절한 투쟁을 이어왔다. 역대 정권들의 노동법 개악에 맞서 '노동법개악저지와 개정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근본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다. 박근혜 일당을 헌법을 위반한 죄로 처벌하고 있듯이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행위를 헌법 1조(주권재민), 헌법 10조(인간의 존엄), 헌법 33조(노동3권)에 근거해 위헌과 내란행위로 처벌해야 한다.

촛불항쟁으로 새누리·박근혜 정권이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권이 조직적으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다 해체시켰고,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했던 자들은 오히려 승진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 노동계 블랙리스트 폐지"를 외치며 고공농성 중이다. LGU플러스 실습생과 갑을오토텍 노동자가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에 못 이겨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급기야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이 노동절에도 공장에서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 노동자민중의 삶은 전혀 변함이 없거나 더욱 절박해져만 간다.

IMF외환위기 당시 1998년 초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정리해고제도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있다. 그나마 해고를 제한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23조(해고 등의 제한),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도 무력화 되었다. '정당한 이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명백한 조항은 정권(노동부, 경찰, 검찰, 법원)과 자본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 당시 민주노총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는 한 '해고의 제한'이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노사정합의의 함정에 빠졌다. 그러나 10년 넘게 투쟁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구보수자본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법원은 '미래에 긴박해질 수 있는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정리해고를 정당화 했다. 헌법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조차도 무시하는 대법원은 해체시켜야 마땅하다.

2006년 말 노무현 정권 때 도입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보호와 정규직화는커녕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 법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항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 ②항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2년이 되기 전에 재계약 또는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정리해고 한다. 1년에 100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리해고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해고당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문제는 노동운동진영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1948년 제헌의회가 제정한 헌법 33조가 규정한 노동3권은 70년이 다 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91년 유엔 가입국이 되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하고 있는 결사의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노동자,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제한하거나 봉쇄하고 있다. 민간부문이라 하더라도 업무방해와 손배가압류 등으로 파업권을 불법시하거나 봉쇄하고 있다. 헌법 33조에 반하는 노동관계법이나 특히 노동부의 행정지침은 전부 위헌이다. 그런 행위를 하는 자는 장관이든 검찰, 법원이든 모두 탄핵대상이다.

19대 조기 대통령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난 4월 29일 박근혜 퇴진 국민행동은 대선 전 23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말마다 사람들의 열기가 넘쳤던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의 촛불항쟁은 박근혜 파면구속과 정권교체 분위기로 과거가 됐다. 동시에 적폐청산과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문제도 밀려났다. 대통령 바뀌는 것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은 보수정권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6차례의 정권을 거치면서 6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구속됐다. 1996년 김영삼 정권 당시 노사정이 참가하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에 '경총'이 자본의 입장으로 제출했던 노동시장유연화와 노동법개악의 내용들은 거의 관철됐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실질적으로 노동3권의 무장해제를 시도했다. 한국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와 군사적 제국주의의 영향 하에 있는 한, 국내적으로 재벌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 어떤 정권에도 불구하고 노동착취와 억압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동양시멘트 김경래, 세종호텔 고진수,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오수일, 콜텍 이인근, 하이텍일씨디 코리아 김혜진,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 장재영 등 6명은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를 외치며 고공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리해고철폐, 비정규직철폐, 노동3권 완전쟁취'는 악조건 속에서 곡기까지 끊고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염원이자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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