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해 투기 심리를 진정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다만 조세 정의와 투기 억제의 핵심기제인 보유세가 누락된 건 무척 아쉽다. 8.2부동산 대책에 보유세가 누락된 데 대해 이번 대책의 설계를 맡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3일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도세는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고 보유세는 정규 소득에서 낸다. 따라서 조세 저항이 더 심한 것은 분명하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 먼저 손을 대거나 누진구조에 변화를 준다면 상당한 서민들의 우려가 예상된다"(관련기사 : )
김 수석의 발언을 보면 8.2대책에 보유세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김 수석이 보유세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수석은 보유세가 발생하지 않은 소득에 부과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심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동산 소유를 통해 얻는 소득은 매매소득과 임대소득인데, 임대소득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것 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에도 발생한다. 이를 귀속지대라 한다. 자영업자가 자신을 고용한 것처럼, 자가에 거주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즉, 보유세는 발생하지 않은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세금은 미발생소득에도 부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동산 취등록세, 자동차세 같은 것들이 그렇다.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 소득의 발생 여부는 부차적 고려요소에 불과하다.
김 수석은 "어떤 경우든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며,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각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김 수석의 선의를 신뢰하며, 시장이 김 수석의 기대대로 움직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보유세 현실화가 긴절하다. 부동산 부자들과 다주택자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 투기심리를 잠재울 비방은 보유세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수현 수석이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가 세금폭탄으로 융단폭격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보유세 현실화를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생각을 바꿀 것을 권한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던 당시에도 종부세에 대한 지지율은 늘 60%를 넘었다. 더구나 대한민국 시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역사를 바꾼 사람들이다. 김수현 수석은 '촛불시민'들을 믿고 과감히 보유세 현실화를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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