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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감싼 靑, '여성 혐오'를 감싸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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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감싼 靑, '여성 혐오'를 감싸는 건가? [기자의 눈] 탁현민 과거에 '반감기'는 없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황우석 사태'의 핵심 책임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깨끗이 인정했다. 누구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데, 청와대가 뒤늦게라도 바로잡을 용기를 낸 셈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성 비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하 호칭 생략)의 거취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련 기사 : 임종석 "박기영 인선, 자성하고 있다")

박기영과 탁현민은 도덕적인 논란의 핵심에 섰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두 사람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도 비슷하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 써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선택은 달랐다. 박기영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인사라고 인정했고, 낙마시켰다. 탁현민은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비롯해 대통령의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차관급과 행정관은 다르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개 행정관' 인사를 가지고 이렇게 밀리면, 문재인 정부 인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청와대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행정관 인사에서 야당에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의아하다. 차관급도 아니고 '일개 행정관'인데, 왜 이렇게 청와대가 감싸고 도는 것인지.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단체들을 비롯해 여성가족부 장관마저 탁현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탁현민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청와대는 탁현민을 그대로 둠으로써 어디까지가 용인할 수 있는 행동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린 셈이다. 저서에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도 괜찮다. 고등학교 때 '성적 대상'으로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고, 그 미성년 여성을 다른 남성들과 물건처럼 '공유했다'고 자랑하고 다녀도 괜찮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잘나가는 데' 문제 없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이런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그게 왜 문제인가?'

▲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참석한 한 포럼에서 한 성소수자 여성이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관중들은 "나중에, 나중에"를 연호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그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면 그 포럼에서 연출된 '그림'은 달랐을 것이다.

청와대는 '일개 행정관'을 그냥 둔 것이 아니다. '여성 혐오'를 그냥 둔 것이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할 권리를 보장했다. "남녀상열지사가 여전히 금기인 것은 조낸 쪽팔린 현실"이라는 이유를 들어가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할 권리를 보장했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는 성희롱적 발언을 할 '자유'를 줬다. (☞관련 기사 : 탁현민 대담집 논란 "그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차별적인 말을 낙후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세월호를 추모하자고 하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유가족들의 운동을 '지겹다'는 댓글로 폄훼하는 움직임이 있다. 탁현민 사퇴를 얘기하면 '지겹다'는 반응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하지만 유럽의 혐오 문제를 다룬 <혐오 사회>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얻는 데 '반감기'는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어떤 사안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잊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동성애 비하 발언, 강간 모의 발언은 더더욱 우려된다. 이 글에서는 일단 논외로 하겠다. ☞관련 기사 : 홍준표 "동성애는 하늘 섭리에 반해…합법화 막아야")

촛불 민심을 얻은 새 정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이번 정권이 '촛불 정권'이라고 했다. 2016년 겨울, 촛불 집회에 나갔던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세상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싫고, 새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탁현민도 싫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탁현민에 반대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가 아니다. 이들도 국민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박기영 전 본부장 낙마에 대해 "특히 과학기술인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성하고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들을 용기로, 새 정부의 오류를 인정할 용기로, 탁현민으로 인해 상처받은 여성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탁현민 행정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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