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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치명적 약점', 공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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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의 '치명적 약점', 공천제도 [민주당 대해부⑥] '나눠먹기식 공천제도' 개혁 필요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그동안 무수히 많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술적, 정파적, 분산적 비판에 치우쳐 소속 의원은 물론 지지자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드물었다.

생활정치연구소 정당분석팀은 이런 상황 인식에 동의하는 연구자와 일선 정치인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첫 작업으로 개혁적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해왔고 향후 연합정치와 지방정치의 중추 역할을 하여야 할 민주당을 집중 해부하기로 하였다. 사실과 경험에 근거한 명확한 비판과 대안 중심의 논쟁을 제시함으로써 정당 및 정치와 관련된 생산적인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당에 대한 분석은 10월 3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8회에 걸쳐 <프레시안>에 실린다. 관심 있는 분들의 토론 참여와 논쟁을 적극 환영한다. 편집자


정당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그것은 우선 정당이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직 후보자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정당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단체장과 그 의원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그들에게 선거 경쟁을 통해 정부와 의회 운영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의미를 지닌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제도, 즉 정당의 공천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면 그 정당의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7.28 재보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부적절한 공천이 지적됐다. ⓒ뉴시스
우리 정당들의 공천제도는 어떠한가? 아마도 우리의 정당정치에서 가장 낙후되었으면서도 가장 많은 갈등을 낳은 제도가 바로 공천제도가 아닌가 한다. 그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우리의 주요 정당들이 아래로부터의 대중정당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간부정당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런 만큼 그들의 공천제도 역시 위로부터의 하향식 제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특정 세력의 이해를 위해 자주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은 제18대 총선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공천과정과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개혁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제18대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공천과정

우선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정상적이기 어려웠다는 점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당시 민주당은 제17대 대선에서 참패했고 이에 뒤이어 곧장 치러질 제18대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그 전신이 열린우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이 급하게 합당하여 통합민주당을 결성한 상태였다. 따라서 통합민주당의 체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제18대 총선의 공천심사를 위해 12인의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하여 7인의 민간위원을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시켰다. 필자 역시 민간위원의 한 사람으로 여기에 참여하였다.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심사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첫째는 특정한 기준에 의해 일부 후보자들을 일괄적으로 배제시키는 1차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우선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부패비리 형사범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자들에 대한 일괄 배제가 이루어졌다. 다음으로 현역의원의 '물갈이' 차원에서 의정활동 평가와 여론조사 평가를 통해 호남 지역구 의원의 30%(9명)과 비호남지역 의원 5명을 후보자에서 탈락시켰다. 비호남지역의 탈락자가 적었던 것은 비호남 지역에서 공천 지원자가 적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 규모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1차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에 대해 2차 심사가 이루어졌는데, 2차 심사는 호남지역과 비호남지역을 구분하여 진행되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호남지역에서는 후보자가 많았던 반면 비호남지역에서는 후보자가 적어 그 심사 절차를 달리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호남지역 후보자들에 대한 심사는 면접 및 서류심사를 통해 2-4배수의 후보자를 압축하였고,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여론조사를 시행하여 그 합산 점수로서 그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였다. 물론 그 최종 합산의 점수 차이가 10% 이내인 경우 그 1,2 순위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였다. 다음으로 비호남지역의 후보자들에 대한 심사는 면접 및 서류심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양자의 합산 점수로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였다. 물론 여기에서도 그 합산 점수가 10% 이내의 차이를 보인 경우 1,2 순위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였다.

한편 국회의원 지역구의 30% 이내에서는 전략 공천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같은 전략공천은 당의 공동대표와 공천심사위원장의 협의에 따라 전략공천 해당 지역과 그 후보자가 결정되었고, 이는 최고위원회의 심의와 공천심사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되었다.

이상이 지역구 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심사의 과정이었다면,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심사는 별도로 설치된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그 후보자와 순위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심사에서 특이했던 것은 당규를 통해 당의 공동대표가 당선 가능한 순위의 30% 내에서 전략 공천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당의 공동대표가 각각 3명씩 비례대표 공천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든 비민주적 규정이라 할 수 있었다.

제18대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공천과정의 문제점

제18대 총선에서 이루어졌던 민주당의 이 같은 공천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많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당시 민주당이 처했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 사이에 급속히 이루어졌던 통합은 제18대 총선의 공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끔 만들었고, 따라서 당시 공동대표의 재량과 개입의 여지를 더욱 크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당시 민주당의 공천과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째, 지역 경선과 같은, 과거에도 시행되었던 아래로부터의 후보 선발 절차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래로부터 당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없었다.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구의 여론은 일정 정도 반영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지도가 높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둘째, 공천심사 기준에 있어 정체성의 기준 등은 별로 고려되지 않았고, 부패 비리 후보 배제의 도덕성의 기준과 당선 가능성의 기준이 과도하게 반영되었다. 부패 비리의 기준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들에게는 탈락의 절대 기준이 되었고, 당선 가능성의 기준은 면접과 서류심사 과정에서 그리고 여론조사 과정에서 과다하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셋째는 민주당 공천심사가 나쁜 후보를 탈락시키는 것 이상으로 더욱 중대한 문제인 좋은 후보를 발굴하고 이들을 공천하는 문제에 대해 거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제18대 총선의 민주당 공천에서 드러난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는 좋은 후보가 거의 발굴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내에 인재발굴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성과는 거의 없었다.

넷째는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공동대표들에 의한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인 구태가 작용했다. 그것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가 당의 공동대표들의 주도 하에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의 공동 대표가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의석의 30%(약 6석으로 각 대표 1인당 3석)을 독식할 수 있게 보장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제도의 개혁 방안

우선 지역구 공천의 1차 심사로서 특정한 기준에 의해 일부 후보자들을 일괄 배제하는 자격 심사가 필요한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모든 후보자들에 대해 국회의원 후보자로서의 자격 미달인 대상자를 걸러내기 위해서이다. 둘째로 현역의원의 경우 그 활동에 대한 최소 한도의 평가가 1차의 자격 심사에서 반영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1차 심사의 이 같은 기준이 자의적으로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심사의 기준은 공정하게 설정되고, 사전에 분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구 공천의 2차 심사의 경우 당원과 지지자들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2-3배수로 그 후보자가 압축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지역구 경선이 필요한 것은 당원과 지역구 주민들에게 후보 선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역구 경선에 후보자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주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가 단지 지역구의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당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지역구 경선의 선거인단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서 선거인단의 구성이 특정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구 공천의 3차 심사는 당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시민배심 심사가 같이 이루어지면서 그 최종 후보자가 결정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서 공천심사위원회가 당내외 인사들로 구성될 필요가 있는 것은 그것이 당내 인사들로 구성될 경우 특정 계파들의 나누어먹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외부 인사를 심사 위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그것을 일정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구 공천의 3차 심사에서 시민배심 심사가 필요한 것은 이를 통해 당에 우호적인, 그러나 당 밖에 있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일정 정도 공천 심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구 공천에 있어 전략공천이 필요한 경우 그 해당 지역과 그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결정하는 기준과 절차가 보다 명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략공천은 당 지도부의 영향력 행사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이 지역구 공천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면, 비례대표 공천 역시 지역구 공천의 1,3차 심사의 절차가 준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1차 심사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의 자격에 미달하는 후보자를 배제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위원회 구성에 있어 당내와 인사를 참여시키고, 이와는 별도로 시민배심 심사를 시행함으로써 비례대표 후보와 그 순위를 보다 공정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공천제도 개혁의 방안은 하나의 방안일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의 마련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그것이 우리 정당의 현실에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당원 기반이 약하고 또한 정당의 기반이 당원을 넘어 지지자로 확산되는 현실에서, 위로부터 그 규칙이 수시로 변경되는 하향식 공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적절히 고려된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의 공천제도 개혁의 방안은 한편으로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과 판단을 반영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앙당의 의견과 판단을 동시에 반영하는 동시에, 당에 우호적인 당 밖의 시민사회의 의견과 판단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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