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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훈이'를 지배하는 거대 세력과 싸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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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훈이'를 지배하는 거대 세력과 싸우려면 [의제27 '시선'] 민주당, 루비콘 강을 건넜다
'그게 돼요?'
지난 연말 즈음에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나도 모르게 텔레비전 광고 문구를 되뇌었다. 반신반의하고 있던 차에 새해 들어 민주당이 호기롭게 반값 등록금까지 포함해 이른바 3무1반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충격이었다.

민주당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

민주당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제 민주당이 돌아갈 길은 없다. 카이사르와는 달리 변변한 병력도 없이 오직 민심의 호응을 기대하며 진군을 시작했다. 카이사르가 기득권에 안주하는 공화정을 깨기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넜다면, 민주당은 공화정을 복원하기 위해 강을 건넜다. 카이사르의 결단력은 세계 역사를 바꿨다. 반면 민주당의 무모해 보이는 결단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래에 달렸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 파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좀 더 뜸을 들이지 못한 경솔함도 탓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화되지 못한 한국의 정당에서 주도면밀함을 기대할 수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복지정책의 일단을 밝혔고 진보정당들의 복지정책이 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어느 쪽과 대립각을 세우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은 뻔하지 않은가?

경제개혁을 공부하는 필자가 평소 생각하던 틀로 민주당의 선택을 해석해 볼 때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첫째, 민주당의 이번 선택은 진보진영에 대한 구애의 방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반성을 요구하고, 끊임없이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진보진영을 설득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진정성을 증명하고 싶었던 민주당 진보파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세력은 시민사회가 올바른 의제를 가지고 대중적 호응을 얻을 때 쫓아온다는 점이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를 중심으로 하여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학자들과 시민사회의 열망이 민주당에 영향을 미쳤고,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복지를 강조하는 최고위원들이 등장하면서 민주당이 3무1반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리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의료보험 하나로' 운동은 복지확대에 의존하는 민주당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민주당은 '의료보험 하나로'보다도 파격적인 당론을 채택하게 되었다. 민주당의 변화는 이러한 시민사회 운동과 그보다 먼저 제시했던 진보정당의 공이 크다. 물론 같은 의미에서 오른쪽의 퇴로를 막은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급함도 기여했다.

셋째, 인적 구성에서 큰 변화가 없는 민주당이 바뀐 것은 정치인 개개인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시민사회가 대중적 지지를 확대시켜 나갈 때 시대를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은 변하게 된다. 물론 정치인 개개인의 성찰과 각성을 통한 변화도 가능하겠지만, 정치인들이 집단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동력이 필수적이다.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는 시민운동 또는 소수 정치운동이 있어야 한다는게 필자의 지론이다. 권력에 취한 정권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대중이 원하는 길로 이끄는 세력이 있어야만 권력은 자본과 타협하지 않는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과거 민주정부 시기에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한 이유도 된다. 거대한 자본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과감히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민주정부 10년을 비판만 할 수 없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미래지향적 입장에서 과거의 반목을 털어버리고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시민운동과 진보정당의 활약에 민주당의 성패가 달려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공멸하게 되는 현실을 읽어야 한다.

▲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오세훈 시장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뉴시스

다섯 살 짜리 이해하기

정치지도자를 다섯 살짜리로 지칭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러나 누리꾼이 아무렇게나 별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세는 뭔가 합리적 수준을 넘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러한 오시장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린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방송 프로그램의 교훈을 보다보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다섯 살짜리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욕을 해대는 아이를 보면서 경악하다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부모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저절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다섯 살짜리의 행동 뒤에는 그의 관념을 지배하는 환경이 있다. 그 환경이 다섯 살짜리의 행동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섯 살짜리는 다른 세상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험한 욕을 해 대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알 수 없다.

오 시장이 지금까지 접해 온 정보, 그가 보는 신문, 그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무상급식의 의미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을까? 그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것을 볼 여유는 없다. 오시장 뒤에는 그의 관념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다. 복지논쟁은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 거대한 세력, 우리의 관념을 지배하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보수적 관념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이것은 아주 어려운 싸움이다. 평생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 세상을 경험한 적도 없는데 그 세상의 장점을 그들에게 설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수없이 두바이를 들락거리며 두바이를 본 따자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아이슬란드처럼 하자고 했고 아일랜드처럼 하자고 했다. 매일 같이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제완화와 자본에 대한 특혜를 통해 경제는 성장한다는 잘못된 지식을 신앙처럼 믿게 되었다. 두바이가, 아이슬란드가, 아일랜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무너졌지만, 그들은 난데없이 그리스가 복지로 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남미가 복지 때문에 무너졌다는 허황된 이야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순진한 다섯 살짜리 아이들에게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은 무의미하다.

복지가 최고의 성장전략이라고 주장하면 모두들 뜬금없는 표정들을 짓곤 한다. 진보 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과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바로 보수적 관념에 예속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필자 역시 그렇게 배웠다. 70년대 서구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고 성장 위주의 한국경제에서는 더더욱 성장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정부의 선전이 그럴 듯 해 보였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성장과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1980년 대 이후 영미 국가를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성장이 최고의 복지라는 신화는 무너졌다. 양극화로 인해 성장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반면 역으로 복지를 통해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면 성장이 촉진된다는 주장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현황이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중과 지도층간 인식의 괴리를 초래했다. 대중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반면,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 성장만을 자랑하는 지도층은 대중들에게는 환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언론이 대중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국적 상황은 이러한 인식의 괴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주장만을 오류가 섞인 가상적 사실과 범벅해서 늘어놓는 언론만이 판치기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재벌 포퓰리즘대 서민 포퓰리즘

서민 포퓰리즘을 비판하기 전에 재벌 포퓰리즘부터 설명해야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재벌과 건설족에게 퍼준 돈부터 설명해야 한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낮은 기형적인 한국경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부터 논의해야 한다. 재벌과 건설족에게 막대한 돈을 퍼줄 때는 조용히 있다가 그 돈을 서민을 위해서 쓰자니 포퓰리즘이니 재정건전성이 어떻느니 하면서 벌떼처럼 달려드는 지식인들의 모습이 한심하다.

복지논쟁을 통해 재벌과 건설족에게 포획당한 지식인, 관료, 언론이 지배하는 세상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보수 진영이 나서면 나설수록 더 많은 정보가 알려지게 되고, 결국은 복지 세력이 득세하게 될 것이다. 물론 보수 언론의 힘을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진보진영이 서로 으르렁대기에 바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다.

민주당을 비롯해 복지를 주창하는 세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중의 현명함을 믿는 것이 공화주의의 시작이라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수천억을 들여 각 시군구에 호화청사를 지을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복지지출로 쓸 것인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비행기가 뜨지 않는 지방공항을 더 만들것인지 아니면 삼성전자에게 투자지원금을 줄 것인지 아니면 그것으로 애들 밥 한 끼 더 먹일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복지논쟁에서 가장 큰 무기는 진실이다. 복지논쟁의 시작은 이명박 정부가 재벌과 건설족에 얼마나 퍼주었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낭비예산 백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차피 루비콘 강을 건넜다면 이제 강물은 더 이상 쳐다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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