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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구조 개혁이 우선, 마지막 기댈 수단이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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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출구조 개혁이 우선, 마지막 기댈 수단이 증세"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7> 천정배 민주당 의원
복지국가론에 기반한 야권연대, 혹은 통합론의 상수는 언제나 민주당이다. 한 쪽에선 "이래서 민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외면하고, 다른 한 쪽에선 "그래도 민주당과 손잡아야 한다"고 소매를 잡아 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 '복지국가'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한 민주당을 바라보는 야권 전반의 복잡한 시선. 천정배 의원은 최근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장으로서 당 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정의로운 복지 국가>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을 모색하는 일곱 번 째 연쇄 인터뷰, 천정배 의원에게 주목한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대담은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진행했다. <편집자>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1> "복지국가 단일정당 못 만들면 한나라당에 필패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2> "작은 차이 때문에 'MB후예'의 재집권을 용인할텐가?"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3>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4> "장래희망이 '기초생활수급권자'라는 아이에게 우리는?"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5> "2012년 민주진보정부, 아! 이건 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6> "'돈부터 내라'면 복지 자체가 안 된다"

"진보정당에서 단일 대선후보 나올 수도 있지 않나"

김윤태 :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최종적으로는 당의 개혁 방안이 언제쯤 발표될지 궁금하다.

천정배 : 특위는 굉장한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탐욕정권의 학정에 신음하고 있고, 이미 이 정권을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고 있는가? 민주당이 절망에 빠진 국민들의 유일한 희망인가? 민주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직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미래로 전진시켜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조건을 만드는 일이 바로 민주당의 개혁이 아닌가. 개혁특위가 안을 만들기 전에 먼저 국민, 당원 의견을 듣겠다는 생각으로 설전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10여 차례 공청회를 했고 분과별로, 전체적으로도 논의를 하고 있다. 제 욕심으로는 다음 주 금요일(18일)까지는 내부의 논의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윤태 : 개혁안의 구체적인 윤곽, 어떻게 정리해볼 수 있을까.

천정배 : 여론수렴과 논의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체적 안을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큰 지향점은 이런 것들이다. 첫째, 민주당은 국민을 섬기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당…, 당심 자체가 언제나 민심인 정당, 국민과 함께 있고 국민의 뜻을 받들고 섬기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둘째로는 당원이 주인인 정당, 셋째 우리 자신을 완전히 열어젖히는 개방적인 정당이 되어야 한다. 특히 청년, 민주시민들, 네티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들도 당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전면적인 정책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노선이 분명하고, 확고한 미래의 국가비전을 갖춘 정당. 이 정도가 개혁특위가 논의하고 있는 방향이다.

김윤태 : '100만 민란'의 문성근 대표는 이런 걱정을 하더라. 소수 의석을 가진 진보정당이 걱정하는 것이 다수인 민주당의 당원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당원구조의 민주화가 그래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봐도 되겠나?

천정배 : 물론이다. 야권이 단일정당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결집 방법이다. 실질적으로도 연대보다 통합하기가 더 쉬운 것 아닌가? 연대는 훨씬 더 복잡한, 고도의 정치적 방법론이 필요할지 모른다. 나도 뼛속까지 민주당원으로서 비판이 불쾌하고 과도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확고한 민주적 정당 시스템을 만들어서 "민주당에 들어가면 도저히 가능성이 없으니 따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 명분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그 안에서 그야말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선 후보를 뽑을 때 민주당 출신이든,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 출신이든 그 안에서 똑같이 당원과 국민에게 평가받아서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 아무리 민주당이 약해 보여도 100만 당원이다. 다른 당은 10만 명 아닌가. '진영의 소속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정치협상에 의한 적절한 지분의 배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정치는 늘 타협하고, 권력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문성근 씨가 이야기하는 정파등록제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 천정배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여정민)
김윤태
: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치가 삼분 구도보다 양당 구도로 가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것을 위해 민주당이 진보정당에 크게 양보를 하더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천정배 : 그렇다. 정치를 (보수-중도-진보로) 삼분립하자는 것에 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나라당은 망할 것이라고,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건 보수 정당이 아니라 모리배, 기득권, 탐욕 정당이다. 저 정당이 없어지면 그 상태에서 정치가 보수와 진보로 편재될 것이라고 사실은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10년을 집권하고도 그것을 못 만들었다. 인위적으로 힘을 갖고 무너뜨린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국민들의 지지로 자연스럽게, 정치 시장에서 그런 시대착오적인 모리배 세력은 소멸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의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중도라는 것인데…, 중도가 있나? 잘 모르겠다. 중도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어떤 것은 진보고, 다른 것은 보수적인 것을 합쳐놓은 것이 중도정당인가? 중도정당이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양당 구도가 맞다고 생각한다. 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진보정당들은 당분간은 집권할 가능성이 없지 않나. 이제는 많이들 느낄 것이다. 지난 10년 간 우리가 집권했을 때 어떤 의미에서는 한나라당보다 진보정당이 우리에게 더 비판적이고, 비타협적으로 공격해 왔다. 물론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요즘 진보정당 사람들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나? 역시 이명박 정권을 놓고 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솔직히 이명박 정권의 등장에 상당히 기여한 게 아닌가. 그렇게 놓고 보니까 한나라당의 세력의 집권을 막는 게 얼마나 큰 가치인지 깨닫고 있는 게 아닌가. 현재의 조건에서는 통합으로 가면서 그 안에서 정파등록제 등 독자적 정파로서의 가능성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아주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그런 점에서 '100만 민란' 문성근의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한다. 그때그때 연합으로 정책연대를 넘어선 후보단일화를 과연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총선은 내년이다.

김윤태 :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노선과 가치도 문제가 되지 않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민주정부이긴 하지만 특히 노동시장정책에서 너무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채택했고, 이 부분에 대한 반성과 평가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천정배 : 그 점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는 수준을 넘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주당은 지금 훨씬 진보적인 쪽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한미 FTA도 결사 반대 입장이다. 나도 깜짝 놀라고 있다. 좋은 일이다. 복지 등 진보적인 의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어떤 의미에서는 진보정당 뺨치게 변해가고 있다. 개인으로 봐도 민주당 출신이 아닌, 진보정당 출신 정치인이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통합 후보가 될 수 있고, 실제 집권도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을 끌어들여서 그야말로 집권하는 것 아닌가. 단순히 민주당만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지난 해 6월 지방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노동당 아니었나. 아무리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FTA에 반대한다고 민주당 없이 이를 저지할 수 있겠나. 실제로 저지하려면 민주당과 힘을 합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민주당 밖에 있는 정당들에게 불리한 게 아니라고 믿는다.

"권력, 자본, 언론까지…복지국가? 기득권 구조 타파해야 가능하다"

김윤태 :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강령으로 채택했다. 천정배 의원은 '정의로운 복지국가'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다른 흐름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천정배 : '정의로운 복지국가'라고 명명을 해놓고 보니까, 정말 좋다. 자랑스럽다.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정의와 복지 아닌가. 오른쪽 바퀴가 정의라면, 왼쪽 바퀴는 복지다. 다른 사람의 말을 차용한 것이지만 정치인이니까 괜찮겠지(웃음). 정말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 사람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정의로워야 하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살아야 한다. 또 더 능력있는 사람들이 잘 되도록 공정한 경쟁의 규칙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의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온갖 불의와 반칙, 특권, 기득권, 과도한 탐욕이 청산되어야 한다. 정의의 문제는 진보-보수 이전의 문제다. 보수도 공정경쟁 등 정의의 문제에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나. 그 부분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보수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정의,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르짖은 특권과 반칙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1차적 분배, 시장에서의 분배가 아주 공평하게 잘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무슨 극단적인 악다구니 경제도 아니고…, 승자만이 모든 것을 다 갖고, 꼴찌뿐 아니라 2등도 잘 기억하지 않는 사회다. 많은 분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정글과도 같은 무한경쟁을 벌이는데, 그 경쟁은 공정하지도 한다. 벌거벗은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과 같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을 기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독점과 탐욕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선량하고 정직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 이게 정의고 개혁이다. 재벌 개혁, 언론 개혁, 검찰 개혁, 조세 개혁, 경제 개혁…. 시간적인 순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논리적 구조로는 선(先)정의라고 생각한다. 정의없이 복지가 가능하겠나.

복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물질적 조건을 공동체가 보장하자는 것이다. 1차분배 부분이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정의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황에서 2차분배적 요소만으로 실제 복지사회로 갈 수 있겠나. 그건 재원에서도 어렵고, 담론에서도 그렇다. 재벌들이 엄청난 돈을 갖고 있고, 언론이 선전수단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다 장악하고, 조중동 종편을 만들었다. 이 구조를 해소하지 않고 우리가 국민들에게 복지가 옳다고 설득할 수 있겠나. 이런 점에서 정의의 문제, 개혁의 문제가 논리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프레시안(여정민)
김윤태
: 지금 핵심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천정배 : 궁극적으로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별적 복지는 복지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질높은 복지를 어렵게 한다. 의료문제를 봐도 말로는 무상의료 혜택을 받지만 실제 의료 서비스의 질이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보편적 복지가 옳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니까 우선순위도 생각해야 한다. 당장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1000만 명이 빈곤층이라고 하지 않나? 연휴 기간 중 한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었다. 우선 그런 문제부터 해소해 가면서 시간을 두고 가야 한다고 본다.

김윤태 :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론을 이야기한다. 증세가 기업에 부담을 주고 결국에는 복지병이 생길 것이라는 논리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있다. 증세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천정배 : 한나라당 탐욕세력, 반복지 세력이 주장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 쪽에서도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나. 여당 대표도 70% 복지를 이야기하고, 모 대권주자도 맞춤형 복지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 복지라고 할까, 말은 복지지만 실제로는 복지 의지가 없다. 속임수를 내 세우니까 그들 이야기가 포퓰리즘 아닌가?

우리 내부의 논쟁에 대해선 이런 생각이다. 한 쪽에서는 "증세없이 보편적 복지를 하겠다"라고 하고, 다른 쪽은 "복지는 세금"이라고 한다. 둘 다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차원의 말을 하면서 마치 내가 옳다, 니가 옳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목표는 보편적 복지다. 그것을 위해선 재원이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중산층의 삶을 보장하는데 어떻게 지금처럼 GDP의 8~9% 수준의 복지예산으로 가능하겠나. 선진국처럼 30%까지는 아니라도 지금보다 2~3배의 복지예산이 필요하다. 그 점에 있어선 증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증세를 하자는 말과는 좀 다르다. 논리적인, 시간적인 순서가 있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앞으로 1년, 2년, 5년, 15년 등 중장기적인 목표가 계획을 갖고 재원조달 방안을 만들어 점차적으로 실현해야 할 궁극적 목표다. 당장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도 현행 제도 내에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이론상으로는 모든 국민이 4대 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4대 보험의 사각지대가 몇십% 수준이다. 그것을 먼저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결국 앞서 이야기한 정의로운 법집행만으로도 해결된다.

한국 사회는 시장에서 세금을 빼먹는 사람이 빼먹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유리하다. 어떤 사람이 탈세를 하다가 발각될 가능성이 50%라고 가정해 보자. 나머지 50%는 그냥 넘어 간다. 그런데 발각된 이후에는 원래 내야할 세금보다 10~20%만 더 내면 된다. 110% 세금을 내든지, 아니면 0%의 세금을 내든지의 문제다. 그 기댓값을 감안하면 탈세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탈세하면 더 손해를 보도록 해야 한다. 발각이 되면 110%가 아니라 20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재벌이나 고소득자들, 세금 빼먹으면 형사처벌 해야 한다. 나는 결코 법 만능주의자가 아니지만, 그것은 화이트칼라 범죄다. 세금 빼먹으면 징역 10년이라고 해 보자. 금방 해결된다. 탈세도 막고, 여러 세원도 확보할 수 있다.

삽질예산 등 지출 구조의 개혁도 있어야 한다. 매년 예산이 5%는 증가하지 않나. 그 증가분을 우선 복지 예산에 중점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그럼 다른 분야를 크게 고치지 않고도 복지예산의 증액이 가능하다. 매년 1%p씩을 늘린다면 10년 정도면 GDP 대비 18%다. 그것을 우선 하고, 마지막에 붙여야 할 것이 세금이다.

김윤태 : 부유세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천정배 : 여러 가지 자산 소득, 부동산 소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부유세의 측면도 있다. 주가 총액이 대략 1000조 원이다. 하지만 주식 차익에 대한 개인 세금은 없다. 부유세라고 부르고 싶진 않지만, 그것은 부유세적인 요소다. 조세 체계도 누진률을 강화하고 소득세 상위 구간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득 8800만 원 이상은 35%로 고정돼 있다. 최고구간과 최고세율을 훨씬 높여야 한다. 1년에 1000억 원 버는 사람은 한 500억 원의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세청이 노력하면 상속세나 증여세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몇조 원 대 재산을 상속하고 한 푼도 안 내더라. 이건희 회장은 막대한 돈을 차명재산으로 물려받아 한 푼도 안 냈고, 이재용 등 자식들은 에버랜드 사건 등 머리좋은 조작을 통해 불과 16억 원의 세금을 내고 몇조 원 대 재산을 이미 상속했다.

세목 신설보다 이것을 먼저 해야 한다. 훨씬 더 누진구조를 강화하고 목적세로서의 사회복지세를 소득세의 10% 수준으로 덧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손상익하(損上益下)라는 말이 있다. 상류층은 손해를 보도록 하고, 하류층은 이익을 보게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 안산이 자랑하는 실학의 선구자, 성호 이익 선생의 말씀이다. 성호 사상의 핵심이 바로 손상익하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시혜를 베푸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과 국민적 노력의 결과도 막대한 성과를 얻었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민주당은 어떤 복지를 먼저 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배분할 것인지 아주 정밀한 청사진을 아직 완비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돈이 얼마나 들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증세없는 복지'라든가, '복지는 증세'라든가 하는 것은 소모적인 내부의 논쟁이다.

김윤태 : 지금은 증세냐, 감세냐를 양자택일하는 게 아니라 우선 부자감세의 철회 등 조세구조의 개혁을 통해 세원을 확대해야 하자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천정배 : 법률가들 용어 중에서 '라스트 리조트(last resort)'라는 말이 있다. 증세가 바로 라스트 리조트다. 이거저거 다 해보고 마지막에 기댈 수단이 바로 증세라는 것이다. '복지는 세금'이라는 말부터 먼저 들고 나오면 정치적으로도 과도한 경계심을 일으킨다. 선대인 씨가 쓴 <프리라이더>를 읽었는데 재미있더라. 50, 50 이야기를 하던데 솔깃했다. 지금 예산구조에서 현재 체제 내에서 세원 발굴로 50조 원을 확보하고, 지출구조 개혁으로 50조 원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면 당장 100조 원의 세금이 생긴다. 대학생 전체 등록금 면제하려면 10조 원이라고 하더라. 무상교육도 당장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70%를 내주더라도 통합하라던 DJ 말씀처럼…"

김윤태 : 결국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이 제기하면서 진보정당과의 연대나 통합에서 걸림돌이 되었던 신자유주의 논쟁, '진짜 진보' 논쟁도 결이 많이 달라졌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에 대한 여러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은 4월 재보선도 열린다.

천정배 : 내년 총선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4.27 재보선에 대해서도 각 당의 입장이 상당히 어긋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도 내부 논의 중이지만, 무조건 다 내주고 분당만 출마하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당으로서는 70%를 내주더라도 합치라는 그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 민주당 밖에서도 미안한 말이지만 무임승차나 알박기 등을 넘어서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모두가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늘 한탄을 한다. 김대중같은 지도자가 있으면 딱 정리를 해 줄 텐데, 그런 지도자가 없으니 집단적으로 여러 세력이 성공해 내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민란'에 주목하고 있다. 100만 명의 민주시민이 모여서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국민적 힘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 ⓒ프레시안(여정민)
김윤태
: 현실적으로 야권 연합이나 연대, 통합에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조승수 대표는 "비정규직 철폐에 동의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하더라.

천정배 : 민주당도 비정규직 제도를 선호하는 정당이 아니지 않나. 민주당도 어떻게 하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과 다른 정당의 거리가 정책적으로 그렇게 멀지 않다. 그 점에도 역시 호혜적인 자세, 대범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진보신당이 독자적으로 노력해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한다. 민주당과 힘을 합쳐서 정책적으로도 그렇고 정권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길이라고 본다. 정책 문제는 오히려 보다 쉽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정치적 지분의 문제일 것이다. 총선에서의 단일화, 누가 후보가 되느냐의 문제 아니겠나. 그게 난제다. 될 거냐, 말 거냐…. 정말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안 되면 가망이 없다.

김윤태 : 실패할 경우 민주당과 진보정당 양쪽 다 공멸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나?

천정배 :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어차피 다른 정당은 거의 지역구 의석이 없지 않나? 진보신당 한 석, 민주노동당은 두 석이다. "내년 총선 각자 뛰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게 전략적 목표라면, 분열해선 어림도 없다. 제 지역 안산만 해도 3년 전 총선 때 굉장히 어려웠다. 제가 한나라당 후보를 7.1%p 차이로 이겼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마찬가지로 7.1%를 얻었다. 산술적으로 민노당 표를 흡수했다면 14% 이상 차이로 이기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래도 이기긴 했는데, 지금 수도권은 2~3%p, 기백표 차이의 극히 미세한 경쟁을 하고 있다. 대략 5%를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되겠나. 다른 정당들을 모두 합하면 10~15% 정도가 민주당 밖에 있다. 그것을 접어주고 수도권에서 승리할 후보가 몇이나 있을까? 민주당 밖에서도 절실한 과제다. 연대해서 나가면 진보정당 후보도 지역구 의석을 가질 수 있다. 각 정파의 입장에서도 호혜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개별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집단적인 이성으로서 해결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DJ 생각이 난다. 그만한 힘이 없으니까. 그래서 민란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 반발을 잠재울 강력한 지도력을 갖고 가야 한다고 본다.

김윤태 : 개인적인 질문들이 남았다. 대선주자로서 기대하는 분들도 많다. 어떤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천정배 :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탐욕, 독점이 판치는 그들만의 세상을 확실하게 마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와 복지 양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확신하지만, 당장의 전망인 안타깝게도 그렇게 밝지 않다. 국민은 이미 탐욕세력으로부터 마음이 떴지만 새로운 수권세력을 못 찾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자신이 새로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 정권을 찾아 와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내년 총선 승리가 아니다. 대선 승리가 최종 목표다. 야권의 잠재력이 있는 좋은 정치인들이 각자 개인적으로도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당이나 야권 세력 전체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서로 경쟁해 가면서 함께 커 가야 한다. 그 중에서 우뚝 서는 주자가 나와서 집권할 수 있는 시스템과 관행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도 큰 사명감을 느낀다. 제가 유일대안이라고 소리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저도 사력을 다 해서 정권교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인물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하는 일이 현재 우리 민주당, 전체 야권, 대한민국이 미래를 향해 발전하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를 열망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열심히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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