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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위안부 협상 사과…피해자들 "10억엔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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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위안부 협상 사과…피해자들 "10억엔 돌려줘라" "쉽지 않은 측면 있다...최선 다하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지난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를 하는 대가로 박근혜 정부가 받은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천명했지만, 10억 엔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병문안을 간 뒤, 오후에는 피해자 할머니 8명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눔의집 등 위안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12.28 합의에 '이면 합의'를 했음이 드러난 가운데,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취지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재단, 나눔의집 관계자들은 12.28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며 일본에 10억 엔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해치유재단의 경우 이사진 8명 가운데 5명이 사임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나머지 '위안부 합의 폐기'와 '10억 엔 반환' 문제가 쟁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고 12.28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12.28 합의는 무효이고, 일본이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해야 위안부 문제가 풀린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대통령께서 여러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청한 뒤,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 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답했다.

文대통령 "위안부 문제, 쉽지 않은 측면도 있어…최선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오찬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 "지난 정부의 합의가 잘못됐고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는데,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12.28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기가 일본의 거절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께서 쾌유하셔서 건강해지시고,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으시다"며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들께서 그동안 워낙 잘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도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주어야 한다.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라며 일본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위해 건넨 돈 10억 엔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그래도 이 복잡한 시기에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 내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외교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와 이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역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고 관계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위안부 TF는 지난해 12월 27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소녀상 철거 등에 대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12.28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한일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 선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 합의에서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한국 정부가 10억 엔을 돌려주거나,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자고 요청하더라도 일본이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본이 이 돈을 받는가 여부와 상관 없이 한국 정부가 10억 엔을 반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다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줄 수 있다.

위안부 생존자는 32명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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