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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다수결주의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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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다수결주의로는 안된다 [의제27 '시선'] 야권연대의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
2012년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혁진보진영 정당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가장 커다란 과제는 야권연대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듯이, 야권연대 없이는 개혁진보진영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개혁진보진영에서는 4·27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금에도 야권연대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 그것은 당장 4·27 재보선에서 개혁진보진영의 승리가 필요할뿐더러,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여 야권연대 실현의 경험과 기반도 축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의 현실적 필요는 이처럼 매우 크다. 그러나 문제는 야권연대 성사에 있어 각 정당들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4·27 재보선의 협상과정은 그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아마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의 야권연대 협상도 무척이나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야권연대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그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나? 4·27 재보선의 야권연대 과정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협상 범위의 분명한 설정

우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과 같이 야권연대를 추진할 선거구가 여럿인 경우 야권연대 협상은 그 여러 선거구에 대해 일괄현상을 추진할 선거구, 개별 협상을 진행할 선거구, 그리고 협상 대상이 아닌 선거구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선거구에 걸쳐 일괄협상이 가능할 경우 이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야권연대에 참여하는 각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각 정당들 간의 일괄 타협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27 재보선의 경우 야권연대 협상 범위는 어떻게 설정되었나? 분명치는 않지만, 각 선거구마다 개별 협상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순천은 순천대로, 김해을을 김해을대로의 협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지사 선거의 강원도와 국회의원 선거의 분당을, 김해을, 순천의 4개 선거구 전체에 대해 일괄협상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았는가 한다. 그 경우 야권연대 추진의 효율성과 그 효과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내년 총선의 경우 모든 선거구별로 개별 협상이 추진될 수는 없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그리고 각 지방별로 일괄협상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일괄협상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괄협상 대상 선거구, 개별협상 대상 선거구, 그리고 야권연대 추진이 불필요한 선거구를 미리 구분하는 일일 것이다.
▲ 4.27 재보선은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게도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뉴시스

공정한 후보 단일화

다음으로 야권연대의 과정에서 각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의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야권연대 참여의 각 정당들은 경선 없는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지역구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의 방법은 가능한 한 지역구민들의 의사가 잘 반영될 수 있는 경선의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순천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로 경선 없는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야권연대의 후보 단일화는 각 정당들의 상층 협상뿐만 아니라 지역구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의사도 일정 반영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선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천의 경우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야권연대의 경선이 치러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경선이 치러질 경우 그 방법도 문제다. 이를테면 김해을의 경우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국민참여 방식으로 할 것인지, 여론조사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 절충으로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야권연대 지지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여론조사 방식이 더 타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참여 방식이 채택될 경우 각 정당의 동원력 차이에 따른 경선의 불공정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선택: 다수제 야권연대인가, 합의제 야권연대인가

다수정당과 소수정당 사이의 야권연대와 관련하여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어떤 형태의 야권연대를 도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이를테면 의회 운영에 있어 다수제(majority parliamentalism)와 협의제(consensus parliamentalism)의 경우에 비유될 수 있다. 즉, 전자의 경우 의회는 주로 다수결주의에 의해 운영되며, 후자의 경우 의회 운영은 다수 정당과 일정한 비토권을 가진 소수 정당의 협조 하에 이루어진다.

나는 야권연대가 후자의 협의제 방식, 즉 다수정당이 소수정당들에게 일정한 비토권을 주는 가운데 상호 협조를 이끌어내는 방식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야권연대의 순조로운 성사와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협의제 방식의 야권연대가 다수정당에 꼭 손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수정당은 소수정당에 대한 양보를 통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연대가 바로 이 같은 협의제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면, 다수정당인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추진과 그 운영에 있어 다수결주의를 내세우면 안 된다. 그 반대로, 민주당은 소수 정당들에게 일정한 양보를 하는 가운데 그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협의제 방식의 야권연대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야권연대의 매 사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 일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왜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양보를 해야 하는가의 다수결주의의 목소리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같이 다수결주의에 바탕한 야권연대를 주장한다면 소수정당이 이에 참여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점에서 야권연대의 추진과 운영에 있어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소수정당에 대한 양보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보다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시적 안목과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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