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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젊은 중산층, '한나라당 심판'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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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등돌린 젊은 중산층, '한나라당 심판'으로 이어졌다 [기고] 4.27 재보선을 통해 본 표심의 변화
이명박 정부 기간의 선거로서는 마지막이 될 4 · 27재보선 투표가 끝났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투표 결과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승리와 한나라당과 국민참여당의 패배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강원도지사 선거와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민주노동당이 순천 선거에서 승리한 데 비해, 한나라당은 김해을 선거에서 승리했고 같은 지역에서 국민참여당은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 · 27재보선 결과의 의미는 단순히 이번 선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 동안 치러졌던 각종 선거 결과의 추세와 더불어, 2012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일정한 전망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 선거 결과를 포함하여 그 추세는 한 마디로 민주당의 약진과 한나라당의 추락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젊은층의 귀환과 한나라당 심판

그렇다면 4 · 27재보선의 결과는 어떤 특징을 보여주고 있나?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특징은 이번 재보선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즉 이번 재보선의 전체 투표율 39.4%는 2000년 이후 치러진 재보선 중 3위에 해당되며, 특히 43.5%를 기록한 분당을과 김해을 그리고 순천 3곳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역대 재보선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참고로,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분당을 49.1%, 김해을 41.6%, 순천 41.1%, 그리고 강원도지사 47.5%였다.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는 것은 우선 이번 재보선 선거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투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 아니라 그것은 20대〜40대의 젊은층이 적극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 동안 투표 불참의 경향을 보여왔던 젊은층의 표심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에 치러졌던 6 · 2지방선거는 20〜30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재보선 결과는 그것이 40대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4.27 재보선에서 높은 투표율은 출퇴근 시간에 직장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가능했다. ⓒ뉴시스

중산층의 동요?

다음으로 4 · 27재보선 결과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현상은 분당을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 정치에서 나타났던 통상적인 투표 패턴은 중산층은 한나라당은 지지하고 서민층은 민주당과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산층의 대표적인 지역인 분당을은 그 동안 한나라당 후보가 일방적으로 당선되었던 지역이었다. 그런 분당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어떤 요인들이 민주당의 분당을 승리에 영향을 미쳤나? 우선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가 과감하게 후보로 나섰고, 이 같은 도전이 분당을의 표심에 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타난 49.1%의 높은 투표율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나타난 이 지역의 투표율 45.2%를 능가하고 있는데, 이는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분당을의 민주당 승리는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후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것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중산층이 동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30〜40대의 중산층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젊은 중산층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면, 이는 수도권의 유권자 지지기반에 중대한 변화가 야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우리 정치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일 수 있다.

구태의연한 한나라당

한편 4 · 27재보선의 또 하나의 특징적 결과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가 한나라당의 엄기영 후보를 이겼다는 점이다. 물론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역인 강원도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당선으로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그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의 여부였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의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이 같은 강원도 표심 변화는 남북관계의 추이와 이에 따른 강원도의 발전 전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민주당 정권에 의해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강원도의 발전 전망은 밝아지며, 한나라당 정권에 의해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 강원도의 발전 전망은 불투명해지는데, 이 같은 경험과 전망은 강원도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표심의 변화에 대해 한나라당의 엄기영 후보는 매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야권연대의 경험과 교훈

마지막으로 4 · 27재보선과 관련하여 점검해봐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야권연대 추진에 대한 평가와 그 성과이다. 우선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순천의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서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었다. 물론 민주당 관련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그들의 분열과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은 순천의 야권연대가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그러나 김해을의 야권연대 추진은 매끄럽지 못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적인 지역인 김해에서 야권연대의 후보는 친노세력에 의해 물밑에서 사전적으로 조율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조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으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협상은 거칠었고 그 갈등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물론 문재인 변호사에 의해 뒤늦게나마 그 갈등은 봉합되었지만, 결국 그 앙금은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해을 선거의 패배는 일단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의 입지를 매우 좁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김해을에서의 야권연대의 경험과 그 패배는 향후 야권연대의 '약'으로도, 또는 '독'으로도 작용할 것 같다. 민주당과 참여당이 상호간에 '신뢰 없는 야권연대'를 추진했을 경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을 잘 살려 양자가 상호 신뢰를 높일 경우 이번 경험은 '약'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그것은 '독'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해을 선거는 야권연대에 있어 상호 신뢰의 중요성을 새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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