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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앉은 文대통령, 펜스-김영남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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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앉은 文대통령, 펜스-김영남 동상이몽 청와대 "김영남 방남 환영…남북 고위급 대화 준비"
북한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오는 9일부터 평창 동계 올림픽에 파견할 예정인 가운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만남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김영남 위원장 등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면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조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운전석에 앉은 모양새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강경론 속에 '평창 이후'를 향한 시동 걸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5일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 동계 올림픽 계기로 우리를 방문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청와대는 "우리는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이며, ‘남북 고위급 당국자 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 간 만남을 추진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이) 만나게 되면 ‘정상급 회담'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단독 회담 가능성에 대해 "공식 일정으로 확정된 바 없으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영남 위원장 방남의 의미에 대해 "헌법상 행정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우리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지금껏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라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문은 남북 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되었고,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부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문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남북한과 세계가 화합하는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하고 남북 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에 정상 리셉션을 주최하고, 세계 각국 정상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정상급 회담을 하는 인물 가운데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8일)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9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보낸 한정 중국 상무위원(8일)도 포함됐다. 김영남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정상급 회담을 한 직후인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방한한다.

특히 청와대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될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 일련의 발언을 보면 압박과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자세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기에 정치적인 역동성이 발휘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 두 당사자가 만나는 게 우리 정부의 소망이라 할지라도 두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노력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국면이 조성되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 북한과 얽힌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는데다, 일본도 미국과 강경 대응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라 사정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북미 대화를 꺼릴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북한 인사와 겹치지 않게 동선을 짜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청와대에서 확인하기는 곤란하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4일(현지 시각) 미국의 <액시오스>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한 보좌관은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일은 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압제적인 정권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상기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올림픽의 메시지를 강탈하려는 북한의 선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도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오는 7일 도쿄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대북 압력 강화를 유지하고 한미일 연계를 공고히 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 성명에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 없는 대화' 대신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라는 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9일 문 대통령을 만나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항의를 하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할 방침인 점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12.28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9일 아베 만나 '위안부' 관련 대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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