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취재 기자 상당수가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해 취재를 진행하지 못한 것과 관련, 북한에서 대남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기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
2일 오전 9시 30분 경(이하 현지 시각) 남측 인원들의 숙소인 고려호텔 면담실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장은 기자들에게 "원래 남측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자유롭게 취재 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취재 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북측 당국을 대표해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김 통일선전부장은 "다만 어제 행사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다. 행사에서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드리는 분들하고 공연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북한 내부의 실무진들 사이에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통일부 출입 기자와 동영상 카메라 기자, 사진기자 등 총 10명의 취재진이 평양에 동행했다. 그런데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장 내부에는 동영상 카메라 기자 1명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0분에 공연장에 도착한 기자들은 공연 리허설 장면을 취재했다. 이후 오후 5시 20분경 리허설이 끝나자 기자단은 전부 공연장 바깥 복도로 내보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자단은 이곳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공연장에 입장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누구도 기자단을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오후 6시 20분경 리허설 때 들었던 소리가 공연장 바깥에 울려 퍼질 때 공연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기자단은 이에 북측의 안내원들에게 항의했으나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했고 분장실에 있는 TV 화면을 통해 공연 내용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공연을 마치고 들어오는 출연진에게 소감을 묻는 식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정부는 기자단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오후 8시 30분경 공연이 종료된 이후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은 기자들에게 "정부도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그렇게 집행되고 있는지 몰랐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기자단이 다 배치된 줄 알았다"며 "공연 중에 휴대전화도 압수된 상태라 연락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 인지) 이후 북측에 즉각 항의했고 김영철 부위원장까지 오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 (북측)경호원들이 2층에는 기자단 올리지 말라는 경호 지시를 받았는데 1층 경호상황실에서는 아예 전체의 출입을 통제하라는 지시로 잘못 받아서 한때 탁현민 행정관도 통제받았다"면서 "이쪽 행사 조직하는 라인에서 한 것이 아니고 국무위원장을 보위하는 경호 라인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하고 사과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통일전선부장은 "의도적으로 취재 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거나 촬영을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행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협동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기자들 취재활동에 깊이 조직되지 못한 결과로 빚이진 일"이라며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고 거듭 사과를 전했다.
한편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통일전선부의 언급이 실제 사실을 털어 놓은 것이지, 아니면 기자들과 만남에서 긴장을 풀기 위한 의도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김 통일전선부장과 같은 북한의 고위관계자가 취재 문제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직접 기자단을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북한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문제될 만한 사항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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