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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혁명 '무크'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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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의실 혁명 '무크'가 뭐기에? [김윤태 칼럼] 대형 공개 온라인 강의(MOOC)와 교육의 미래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지만 교육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분야다. 지금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사람들이 돈을 주고 변론술을 배우던 방법으로 공부한다. 공자가 돈을 받고 학생을 가르친 것처럼 아직도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의 수업료로 학교가 운영된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학생들은 받아 적고 암기한다. 때때로 토론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의 입시는 선다형 시험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유지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보통신 혁명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의 기본적 교육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최소한 수 년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크 강의의 충격

비영리 온라인 교육 플랫폼 '칸 아카데미(Kahn Academy)'의 설립자 살만 칸은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2012)라는 저서에서 무크를 통한 교육 혁명을 예고했다. 대형 공개 온라인 강의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 강의는 수강 인원에 제한 없이, 모든 사람이 수강 가능하며, 웹 기반으로 만든 강좌로 운영된다. 대학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수백 명을 넘기 힘든데, 무크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십 만 명, 심지어 수백 만 명이 들을 수 있다.
약 20년 전 MIT 대학에서 시작된 오픈코스웨어(OpenCourseWare: OCW) 운동이 일어난 이래 대학의 문턱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나도 고려대에서 내 강의계획서와 강의 자료를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대학공개강의 KOCW). 이러한 오픈코스웨어 운동은 대학 강의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법이지만, 무크는 아예 처음부터 대학 외부에서 더 많은 수강생을 고려해 만든 강좌이다.

에덱스(edX)는 노벨상 수상자인 컬럼비아 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픈코스웨어와 달리 수업 진도에 맞춰 시험(퀴즈)을 수행해야 하고, 상호평가와 토론도 이루어지면, 강의에 따라 수료증도 발급한다. '지속가능한 개발' 강좌를 마치면 제프리 삭스 교수가 직접 서명한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무크는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전통적 교육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사이버대학 온라인 강좌는 돈을 주어야만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적이다. 지식의 대중화라는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테드(TED) 강연'도 대학 외부에서 만들었지만, 대학 강의 수준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무크는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3년 전 부터 교육부의 지원으로 각 대학별로 무크가 324개 강좌가 개설된 이후 수강 인원이 총 20만 명이 넘었다. 나도 2017년부터 '모두를 위한 사회학' 강의를 운영했는데, 첫 강의에 500명이 참가했다. 무크는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기존의 온라인 학습 동영상과 달리 교사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사이의 질의응답, 토론, 퀴즈, 과제 제출 등 양방향 학습이 가능하다. 나도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영리 목적으로 거액의 수업료를 받고 학위를 부여하는 사이버대학의 온라인 강의와 달리, 무크는 철저히 무료이다. 사이버대학은 등록금을 낸 학생만 참여하는 폐쇄적 교육이지만, 무크는 기술적으로 수십 만 명의 수강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크가 너무 과대평가되었다는 비판도 많다. 특히 등록 비율에 비해 이수 비율이 낮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등록하는 인원이 워낙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50퍼센트의 이수율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의 코세라, 에덱스(edX), 유다시티에서 강좌 이수율은 평균 6.5%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에덱스에서 강의하는 노벨상 수상자 예일 대학교 로버트 실러 교수가 30년 넘게 가르친 학생 수보다 그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학생 수가 더 많았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편 대학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의 소통, 학생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리더십과 협동 정신을 키우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무크 강의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무크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대학에 갈 학비가 없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우수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돕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한국에서도 무크 강의를 통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친 후에도 교양과 전공 지식을 쌓을 수 있으므로 평생 교육의 차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교육이야말로 노후를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러면 무크 강의가 대학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까? 물론 최상위권 대학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오랜 전통과 풍부한 재정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개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여 과목 수를 줄이고 대학의 운영비를 줄이려 할 것이다. 대신 새로운 교양 교육을 강조하거나 새로운 융합 학문의 신설을 통해 학문의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무크는 대학에도 서서히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무크와 수업을 결합하는 혼합 방식의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 강의를 '플립 클래스(flipped class)'를 운영하는데, 학생들이 미리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후,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토론 시간을 갖는다. 플립 클래스는 말 그대로 '교실 뒤집기'를 통해 학생들은 각자 혼자 강의를 듣고,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하고, 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학습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교육 방법이 확대되면서 교수가 혼자 말하고 학생들은 열심히 적기만 하던 강의실 풍경은 역사 기록실에만 남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온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대학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인터넷 강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젊은이나 노인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한국 사람이든, 캄보디아 사람이든, 콩고 사람이든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계 최고의 강의에 접속하여 공부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물리학과 기계공학에서 역사학에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수 천 개의 동영상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코세라(Coursera)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200개 국가의 학생들이 등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600개 이상의 강의가 운영되고 있다. 무크는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대학 강의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실험으로 커다란 주목을 끌고 있다.

빅 데이터(big data)도 인터넷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만 명, 수십만 명이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되면 학습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축적될 수 있다. 공부하는 학생의 관심과 자질이 상이하고, 학습하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식 교육을 받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원래 전통 사회에서 귀족이나 부자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교사를 두었다. 나는 캠브리지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학부 학생도 교수와 1대 1 개인지도(supervision)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는 훌륭한 엘리트 교육이지만, 교수의 수가 많아야 하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는 독일의 전통을 따라 공장식으로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만, 미래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앞으로 빅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성과에 따른 강의 내용과 방법을 즉각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데도 공장식 수업에 그대로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교양 교육의 중요성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운명은 오직 젊은이를 위한 교육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 당시 젊은이는 주로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국가의 운명은 남자 뿐 아니라 여자, 그리고 청년 뿐 아니라 중년과 노인 등 모든 연령대 사람들의 교육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무크 강의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의 규모이다. 또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20세기에 공공도서관에서 무료로 노동자들에게 책을 빌려 준 것처럼 21세기의 무크 강의는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한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무크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무크 10대 이슈>에서 지적했듯이 무크의 제작 비용이 매우 큰데 비해 수익 모델이 불확실하고, 한국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 규제와 간섭이 역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무크 수강생이 대졸자가 많고 사실상 저소득층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직업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미국이 무크 강의를 주도하고 전 세계적으로 70퍼센트 이상이 영어 강의이가 때문에 19세기 기독교 선교사처럼 서구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신식민주의에 대한 우려도 있다. 물론 이제 시작한지 10년도 안 되는 무크 강의가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무크는 과거의 전통적 대학 교육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추구할 것이다.

나는 무크는 앞으로 돈 벌이를 위한 실무 기술 뿐 아니라 인문학 강좌를 통해 광범한 교양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취업훈련과 실무지식을 배운 사람들도 페르시아의 시와 영국 문학부터 중국의 도자기사와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에 이르기까지 교양 교육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이렇게 교양교육을 광범한 사람들이 수강하게 된다면 지적, 문화적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공학과 경제학의 지식을 얻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세계가 등장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무크를 수강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취업을 위한 지식만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사 등 다양한 교양 지식을 얻기 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올 해 10월 '네이버열린논단'에서 '빈곤, 불평등, 국가의 역할'에 관한 사회학 강연을 할 예정이다. 무료로 온라인, 오프라인 강연이 동시에 이루어지만, 수강생이 돈을 벌고 취직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3년 전 시작한 '네이버열린논단'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개별 강연은 연 인원 1만 명 이상이 수강했다. 특히 토스토예프스키 문학에 대한 강연은 7만 명이 넘었다. 왜 사람들은 돈도 벌수 없는 지식에 그리도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단순 노동을 모두 대체한다면 결국 인간은 창의적 활동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오페라를 작곡하고, 아이를 돌보고, 아픈 가족을 돕고, 친구와 이웃이 함께 모여 행사를 즐기는 등 새로운 기술을 인간을 위해 활용하려는 창의적 사고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교육이 중요했던 것처럼 21세기에 디지털 기술의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교양 교육이 새롭게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수학, 물리학, 건축,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교양 교육이야말로 디지털 혁명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교육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무크를 통한 교양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인간의 미래는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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